국대 출신 감독님과 오른 ‘대학 농구클럽퀸’

김세훈 기자 2022. 11. 20.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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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여자농구 동아리 ‘썬’
서울대 여자 농구 동아리 선수들이 지난 18일 서울대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영(심리학과), 이래은(체육교육과), 김나연(수학교육과) , 김예은(조소과), 전예지(체육교육과), 정승윤(자유전공학부 외교학 전공), 이종애 코치. 김세훈 기자
팀워크 없던 약체팀, WKBL 이종애 코치 파견 후 4개월 맹훈련
천적 연세대 ‘미쓰비’ 꺾고 클럽챔피언십 여자농구 우승 대변신

처음에는 자존심이 강해 서로 충돌했다. 지도자가 없어 훈련도 형편없었다. 개인플레이 위주였고 선배에 대한 의존도도 높았다. 그런 약한 팀이 국가대표 출신의 지도자가 오니 확 달라졌다. 불평 없이 모든 훈련을 감내했다. 서로 챙기고 경쟁하며 의지하는 마음도 강해졌다. 선후배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하나 된 훈련은 천적을 잡고 우승하는 기쁨으로 바뀌었다. 서울대 여자 동아리 농구팀 ‘썬’ 선수들은 “우리는 농구로 하나가 됐다”며 활짝 웃었다.

썬은 지난 12일 강원 횡성에서 열린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 클럽챔피언십 여자농구 결승전에서 미쓰비(연세대)를 46-37로 꺾었다. 주장 정승윤(21·자유전공학부)은 “미쓰비를 이긴 건 사상 처음”이라며 “지난해 결승에서는 미쓰비가 코로나로 기권한 탓에 우리가 찜찜하게 우승한 걸 털어냈다”고 말했다. 4학년 전예지(25·체육교육과)는 “4년 내내 미쓰비에 졌다”며 “졸업을 앞두고 큰 선물과 추억이 됐다”며 감격했다.

썬은 올해 초 미쓰비에 12-50으로 대패했다. 훈련은 주당 세 번씩, 한 번에 세 시간씩 했지만 내용이 부실했다. 정승윤은 “모두 선수라 훈련에 대해 의견을 피력할 수 없었다”며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 감정싸움도 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약한 팀워크, 더딘 기량 향상, 결핍된 자신감에 강팀을 만나면 포기도 일렀다.

그런 패배의식이 여자국가대표 센터 출신 이종애(47)가 지난 6월 지도자로 오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이종애 코치는 기초체력, 웨이트트레이닝, 기본기 훈련에 집중했다. 이 코치는 “선수들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조금만 도와주면 많이 성장하리라 기대했다”고 말했다. 전문 선수급의 강한 훈련을 모두 다 따랐다. 출석률은 90% 이상이었고 주전급은 거의 100%였다. 4개월 안팎 모두 하나가 돼 흘린 땀은 배반하지 않았다.

우승 장면을 떠올리는 선수들 입가에는 웃음이 넘쳤다. 4학년 김나연(23·수학교육과)은 “모두 몸에 상처를 많이 입었다”며 “주전이든 후보든 한마음으로 만든 우승”이라고 말했다. 김예은(25·조소과)은 “저마다 모두 미끼가 되기를 자청했다”며 “서로에게 찬스를 만들어주기 위해 희생한 게 주효했다”며 웃었다. 우영(23·심리학과)은 “턱에 멍이 들고 다친 발목도 계속 아팠지만 참고 열심히 리바운드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정승윤은 “서울대가 패하면 ‘쟤네들은 공부를 잘하니까 운동은 못해도 돼’라는 말이 듣기 싫어 정말 간절하게 운동했다”고 말했다.

‘썬’은 내년에 대회 3연패에 도전한다. 주전으로 뛴 2~3명이 졸업해 팀을 떠난다. 차기 주장 이래은(19·체육교육과)은 “언니들이 탄탄대로를 다졌다”며 “회원도 많이 늘었고 좋은 지도자도 있으니 더 열심히 해서 무패우승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이종애 코치는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이 대학여자동아리 지원을 위해 파견한 지도자다. 이 코치는 “동아리 선수이지만 열심히 잘 따라줘 고맙다”며 “단체운동을 통해 희생, 배려, 양보 등을 배우면서 인격적으로 성숙해지는 모습에 더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코치는 “선수, 교수, 지도자가 한마음이 돼 우승할 수 있었다”며 “내년에도 이 선수들을 계속 지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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