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보다 빨리, 소음 없이 비행…‘소닉붐’ 없는 초음속 항공기

이정호 기자 2022. 11. 20.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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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속 돌파 시 나타나는 ‘소닉붐’이 크게 줄어들도록 설계된 비행기 ‘X-59’의 상상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15일(현지시간) X-59에 엔진을 탑재했으며, 내년에 첫 비행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NASA 제공
NASA ‘X-59’ 개발, 내년 첫선
마하 1.4 속도·비행 고도 등 비슷
농구공 튕기는 정도보다 작은 소리
콩코드, 대서양만 왕복은 소음 탓
상용화 땐 항공 여객 시스템 혁신

초음속으로 하늘을 날아도 지상에서 폭발성 굉음인 ‘소닉붐’을 느끼지 않게 하는 신개념 초음속 항공기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내년에 이 항공기의 첫 비행에 나설 예정이다. 지상의 주민과 가축, 건물에 폭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장거리 여행 시간을 크게 줄여줄 항공기가 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NASA는 록히드 마틴, GE항공과 함께 개발 중인 저소음 초음속 항공기인 ‘X-59’에 엔진을 탑재하는 작업을 끝냈다고 지난 15일(현지시간) 밝혔다. X-59에 설치된 엔진은 GE항공이 만든 ‘F414-GE-100’ 모델이다. 이 엔진을 통해 X-59는 마하 1.4로 날고, 고도 1만6700m까지 상승할 수 있다. 전체적인 덩치는 군용 전투기와 비슷한 소형 비행기다.

사실 X-59의 속도나 비행 고도는 여느 제트기와 비교할 때 특출나지는 않다. 하지만 이 비행기의 진짜 강점은 다른 데에 있다. 비행기가 음속을 돌파할 때 생기는 굉음, 즉 ‘소닉붐’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소리의 속도(초속 340m)보다 빨리 비행하는 항공기는 동체가 소리의 파장을 돌파하며 소닉붐을 만드는데, 이때 지상에선 엄청난 굉음을 느끼게 된다.

소닉붐은 1976년부터 2003년까지 유럽에서 쓰였던 초음속 여객기인 ‘콩코드’가 지구 곳곳이 아니라 대서양 노선에만 투입됐던 이유이기도 하다. 콩코드는 약 105㏈(데시벨)의 소음을 일으켰는데, 이는 천둥 소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콩코드는 사람이 살지 않는 바다 위에서만 마음껏 비행할 수 있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1973년부터 미 대륙 위에서 초음속 항공기가 비행하는 일을 금지했다.

NASA는 X-59의 소닉붐을 75㏈까지 줄일 계획이다. 농구공을 바닥에 튕기는 소리보다 작고, 차문을 세게 닫는 소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런 저소음이 가능한 건 X-59의 독특한 외형 때문이다. X-59의 동체는 길이 30m, 폭 9m인데 뾰족한 쐐기처럼 생겼다. 이런 날카로운 모양을 통해 소닉붐을 유발하는 소리의 물결을 와해시킨다.

현재 장거리 비행에 많이 쓰이는 보잉 747의 최고 속도(마하 0.9)보다 약 1.5배 빠른 X-59가 저소음을 바탕으로 상용 비행기에도 적용된다면 전 세계 여객 수송 시스템에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NASA는 X-59의 첫 비행 시점을 내년으로 잡고 있다. 그 이전에 지상 주행시험 등을 거칠 예정이다. NASA는 공식 자료를 통해 “2025년에는 땅 위 상공에 기체를 띄워 실제로 얼마나 소닉붐이 줄었는지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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