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임’ 시진핑, 닷새 동안 19개국 정상회담 갖고 ‘영향력’ 과시
개도국엔 ‘우군 확보’ 전략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사진)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진행된 지난 닷새 동안 무려 19개국 정상들과 양자 회담을 하는 숨 가쁜 외교 일정을 소화하고 20일 귀국했다. 집권 3기 국제무대에서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노력으로 평가된다.
시 주석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 주변국 정상뿐 아니라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 등 전 세계 정상들과 고르게 양자 회담을 진행했다. 3시간 넘게 이어진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대면 만남을 제외하면 거의 매 시간 단위로 이뤄진 빡빡한 일정이었다. 중국 입장에서는 오랜 ‘칩거’를 끝내고 국제무대에 복귀한 시 주석을 만나기 위해 각국 정상들이 줄지어 서는 모습을 연출하며 자국의 위상을 세계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된 셈이다.
시 주석의 이번 대면 정상외교 일정은 중국이 악화일로를 걷던 대서방 관계에 있어 일정한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시 주석은 지난 19일 APEC 정상회의장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짧은 대화를 나누면서 “바이든 대통령과의 발리 회담은 전략적이고 건설적이었으며 다음 단계 중·미관계에 중요한 지도적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8일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 대표와 왕원타오(王文濤) 중국 상무부장은 APEC 정상회의가 열린 방콕에서 처음 대면해 양국 간 통상 대화를 재개하기로 했고,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대만 방문 이후 중단된 기후변화와 군사 분야의 양국 간 대화도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을 만나 이해관계가 다른 미국과 유럽의 틈을 파고들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8일 APEC 연설에서 “세계는 두 나라 사이로 갈라지는 것을 피해야 한다”며 “중국 혹은 미국에 충성하는 것을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는 국가들이 늘고 있는데 이는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유럽이 중국에 관해 타협점을 찾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미·중 전략 경쟁이나 대만 문제 등 양국 간 긴장의 근본 요소들이 그대로 남아 있고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 등을 고리로 한 유럽의 대중 강경 기조도 유지되고 있는 만큼 중국이 대서방 관계에 있어 근본적인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 주석은 집권 3기를 시작하면서 미국과의 전면적인 갈등이나 충돌은 피하되 중국식 현대화라는 독자적 발전 모델을 앞세워 미국과의 경쟁을 본격화하면서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우군을 확보해 나가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지난 18일 APEC 정상회의 연설에서 “중국은 더 넓은 범위와 더 깊은 수준의 대외개방을 견지하고 중국식 현대화의 길을 견지할 것”이라며 내년에 일대일로 참여국 정상 포럼 개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고리로 삼아 개도국을 중심으로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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