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세상에 없던 우승①] LG냐 키움이냐가 문제가 아니었다… SSG는 자신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한국시리즈 파트너로 누가 됐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모든 이들은 각자의 소망(?)을 담아 다른 이름을 거론하고 있었다. 어쩌면 자신이 더 편하고, 강했던 팀을 지목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SSG 선수단은 한 가지 확실한 명제는 잊지 않고 있었다. “우리가 우리 것을 잘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진리였다.
정규시즌 막판 LG의 거센 추격을 따돌리고 기어이 KBO리그 역사상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개막일부터 최종일까지 1위 자리를 지킨 우승을 의미)을 이뤄낸 SSG 선수단은 짧은 휴식에 이어 금세 현실로 돌아와 있었다. 사실 모두가 알게 모르게 큰 스트레스를 받으며 치른 한 시즌이었다. 한 시즌 내내 “1위를 지켜야 한다”는 압박을 달고 살았다. 이는 주위에서 보는 것보다 더 큰 심리적 소모를 필요로 했다. 그렇게 한숨을 돌린 SSG는 실전 감각을 최대한 빨리, 그리고 올바르게 끌어올려야 하는 당면과제를 안고 다시 경기장에 섰다.
가벼운 훈련, 라이브게임에 이어 본격적인 실전 연습경기에 들어갔다. 선수단을 두 팀으로 쪼개 5이닝부터 자체 연습경기에 들어갔다. 두산의 협조를 구해 두산 2군과 9이닝짜리 두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김원형 SSG 감독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선수단이 전반적으로 컨디션을 잘 끌어올리고 있다고 반복해서 이야기했다. 김 감독의 눈빛에서도 일부 긴장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가장 고무적인 건 모든 선수들이 멀쩡하게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잔부상들이 있기는 했지만 한국시리즈 엔트리 구상에 비상등이 켜질 만한 사안은 없었다. 시즌 막판 늑간근 부상으로 이탈한 추신수는 팀의 한국시리즈 직행이 확정되자 여기에 맞춰 모든 재활 프로그램을 예정보다 일찍 수행했다. 구단의 기대를 뛰어 넘은 속도였다. 역시 시즌 막판 팔꿈치에 공을 맞았던 후안 라가레스도 그 후유증을 털어냈다. 어깨 쪽이 다소 불편했던 윌머 폰트, 팔꿈치 뒤쪽에 통증이 있었던 문승원도 정상적으로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아파서 못 데려갈 선수는 없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컨디션이야 계속 올라오겠지만, 수비와 기본적인 플레이가 자꾸 눈에 밟혔다. 실제 경기장 분위기를 녹음해 앰프까지 빵빵하게 틀어놓고 진행한 자체 연습경기에서 코칭스태프를 가장 머리 아프게 한 건 수비였다. 계속해서 실책이 나오는 건 아니었는데 결정적인 순간 뭔가 느슨한 플레이들이 나왔고, 그것이 실점으로 이어졌다. 첫 연습경기까지만 해도 작전 수행이 그렇게 매끄러운 건 아니었다. 벤치의 작전을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김 감독도 일부 플레이에 대한 질문에는 멋쩍은 미소로 대답을 대신하곤 했다.
정규시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불펜투수들의 구위도 ‘아직’이었다. 첫 연습경기까지만 해도 김 감독은 “노경은이 자기 공을 던지고 있고, 문승원의 구위도 올라왔다”고 했지만 다른 선수들에 대한 대답에는 아직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었다. 어깨를 귀하게 다뤄야 했던 폰트의 경우는 예정된 연습경기 두 차례 등판 대신, 한 차례만 등판하고 한국시리즈에 그대로 가기로 했다. SSG 선수단이 자신들의 현재 상태에 100% 만족하지 못한다는 느낌은 여기저기서 묻어 나오고 있었다. 불안감이 없는 건 아니었던 셈이다. 어린 선수들의 얼굴에도 분명 긴장이 맴돌고 있었다.
그런 불안감을 지우는 것으로 소통과 훈련만큼 좋은 건 없었다. 경기 후 선수단 미팅이 이어진 가운데, 어떤 부분이 미흡하고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는 주입과 숙지가 이어졌다. 모든 연습경기 종료 후 선수들이 추가로 했던 것이 다름 아닌 야간경기에 대비한 수비 훈련이었다는 건 이를 시사한다. 타격이나 투구보다는 수비와 작전 수행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던 것이다. 한 번 실수는 해도, 그 다음 플레이에서는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력분석팀의 주문도 끊임없이 들어갔다.
그런 가운데 플레이오프 대진이 정규시즌 2위인 LG, 정규시즌 3위인 키움의 대결로 결정됐다. 아무래도 선착해 있는 LG의 우세를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가장 껄끄러운 상대 중 하나인 kt가 탈락한 상황에서 SSG 내부에서도 “인천에서 화력 대결을 하기에는 LG가 다소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가면 갈수록 “키움이 제대로 기세를 탔다. 단기전에서는 이런 팀들이 더 부담스럽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기 시작했다.
운명의 4차전을 앞두고는 “어느 팀이 한국시리즈에 올라오든, 5차전까지 가서 이기고 올라오면 체력 소모를 기세로 덮을 수 있다”는 긴장감까지 돌기 시작했다. 키움이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플레이오프를 통과해 SSG의 파트너가 되자 이제 모든 건 키움에 포커스를 맞추고 진행되기 시작했다.
막상 대진이 확정되자 모든 선수단과 프런트는 키움에 대한 발언을 아꼈다. 괜한 말이 상대의 투지를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지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존중은 있었다. 모든 구단 프런트들은 “키움이 정말 대단한 팀이다. 어떻게 저런 저력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경기 운영이 종잡을 수 없는 팀”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자신들의 것을 하면 이길 수 있다고 믿었다. 김 감독은 “키움은 강한 팀”이라면서도 “우리도 강한 팀”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키움에 대한 전력분석도 다 끝났다”는 구단 관계자들의 말과 함께, SSG는 1차전이 열릴 11월 1일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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