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약복용법]소화제

김진숙 대전시약사회 여약사이사

소화란 섭취한 음식물을 체내에서 흡수하기 쉬운 형태로 작게 분해하는 과정을 말한다. 소화에는 기계적 소화와 화학적 소화가 있다. 기계적 소화는 입으로 씹는 저작운동, 음식물과 소화액을 섞는 분절운동, 음식물을 아래로 이동시키는 연동운동이 있다. 화학적 소화는 영양소가 소화효소에 의해 작은 알갱이로 분해되는 작용을 말한다. 이때 소화액의 분비증가를 유도하거나 소화효소제의 작용을 직접 함으로써 화학적 소화를 돕는 제품을 소화제라 부른다.

크게 3대 영양소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으로 나뉘는데 탄수화물은 입안에서 분비되는 아밀라아제에 의해 엿당으로 바뀌며, 이자에서 분비되어 소장에서 작용하는 말타아제에 의해 포도당으로 전환된다. 단백질은 위에서 펩신에 의해 펩톤으로 분해되고 소장에서 트립신, 펩티다아제에 의해 아미노산으로 전환된다. 지방은 담즙과 이자액(리파아제)에 의해 글리세롤과 지방산으로 전환된다. 이때 담즙의 기능은 지방의 유화작용으로 표면적을 넓혀 지방의 소화를 돕는 기능이므로 화학적 작용이 아니다. 그러므로 소화효소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반면에 이자액은 3대 영양소를 분해하는 효소를 모두 가지고 있다. 녹말을 엿당으로 바꾸는 아밀라아제와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바꾸는 트립신, 지방을 지방산과 글리세롤로 바꾸는 리파아제까지 말이다.

이러한 여러 소화효소에 의해 적절한 소화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소화제를 찾게 된다. 알약으로 되어 있는 소화제는 일반적으로 소화효소, 이담제, 그 외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화효소는 아밀라아제, 트립신, 리파아제 등을 함유하여 3대 영양소를 잘게 쪼개주는 역할을 한다. 이담제는 담즙의 분비를 촉진하여 지방의 소화를 돕는다. 담즙내에는 소화효소가 없지만 유화작용으로 지방 소화효소인 리파아제를 돕는 기능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우루사의 주 성분인 UDCA(우르소데옥시콜린산)이다. 그 외의 성분으로 셀룰라아제 등이 있다. 셀룰라아제는 섬유소 분해효소이다. 섬유소의 과다섭취로 인한 소화불량 시 도움을 주며, 장의 연동운동을 촉진하여 변비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또다른 형태의 소화제로 드링크가 있다. 까스활명수, 베나치오 등이 그 예이다. 액체이므로 고체인 알약보다 흡수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창출, 건강, 육계, 육두구, 현호색 등 부분 생약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스가 포함되어 있는 제품의 경우 멈추어 있는 위장관을 일시적으로 부풀려서 움직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평소 가스가 차거나 위염 등 질병이 있는 경우 자극에 주의해야 한다.

노인층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증상이 저산증이다. 소화에 필요한 위산이 부족해진 경우로 복부팽만감, 잦은 트림, 메스꺼움, 속쓰림 등 소화장애 등 위염증상을 보여 자칫 위산과다로 착각하기 쉽지만 원인이 정 반대이다. 노화에 따라 위내 소화를 돕는 위산의 분비가 줄어들거나, 장기간 제산제 복용으로 인해 위내 산도가 낮아졌거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되었어도 저산증이 나타난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됐다면 항생제 치료를 해야 하고 제산제의 장기 복용이 원인이라면 다른 치료법을 찾아야 하며 노화가 원인이라면 펩신효소 등을 복용해 위내 산도를 높여야 한다. 원인을 정확히 모르고 치료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으니 전문가와 상의가 필요하다.

만성으로 진행된 소화불량은 단순히 위장관 기능의 문제만으로 여기기 어렵다. 흡연, 음주, 과식, 폭식 등 식습관의 개선이 필요하며 스트레스 완화, 양질의 취침, 적당한 운동 등 생활 전반에 걸친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구강내 감염으로 인한 통증이나 치아의 소실 등으로 인한 저작기능의 약화 또한 중요한 소화기능 장애 유발요인이다. 정기적 치과 검진이 필요한 이유이다. 반복적이고 장기적인 소화장애 증상이 나타날 때 단순한 소화불량으로 여겨 치료를 미루지 말고 전문가와 상의하여 적절한 조치를 즉각적으로 취해 2차 질병도 예방하고 일상의 불편함도 낮추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