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한전, 28㎓ 할당 받아 B2B 통신사업 뛰어들듯
통신업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정부 "통신업계 전향적 자세 필요"
전문가 "핫스팟 중심 투자해야"
'닭(인프라 구축)이 먼저냐, 달걀(단말기)이 먼저냐.'
5G 주파수 할당 이후 내내 통신사들의 지지부진한 28㎓ 대역 인프라 투자가 문제가 돼 왔다. 할당 당시 정부가 요구한 조건은 사업자별로 28㎓ 대역 기지국 1만5000국을 구축하는 것이었지만, 이동통신 3사의 설치율은 아직 10.6~12.5%에 그친다.
주파수별 이행 실적을 100점 만점으로 계산한 결과 SK텔레콤은 28㎓ 부문에서 30.5점을 받았다. KT는 27.3점, LG유플러스는 28.9점을 받았다. 정부는 오는 12월 통신 3사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쳐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을 확정한다. 내년 5월 말까지 장비 1만5000대를 모두 설치하지 않으면 SK텔레콤 주파수도 회수 대상이 된다. 회수된 주파수 대역이 네이버, 한전 등 비통신 기업에 할당될 경우 지금까지 전통 통신기업 위주로 형성됐던 통신산업에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통신업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이동통신 업계는 28㎓ 전용 단말조차 없고 마땅한 수익 모델이 없는 상황에서 투자를 이행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주장한다. 단말기를 내놔도 이용자들이 품질 불만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부담요인이다. 28㎓ 대역의 경우 직진성이 강한 반면 장애물을 피하는 회절성이 약하고, 도달 거리가 짧아 기지국을 훨씬 촘촘히 설치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28㎓ 대역을 활용하려고 노력했지만, 구축이 쉽지 않은 것을 어쩌나"라며 "3.5㎓ 대역 또한 100% 구축이 안 된 상황에서 28㎓ 대역까지 투자하는 것은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업자들은 이번 주파수 할당 취소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지만, 정부와 협의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KT 측은 "28㎓ 전파 특성 등 현실적 한계로 인프라 조성 수준이 정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점에 대해 송구하다"며 "5G 공공망 및 지하철 와이파이 구축을 위해 정부와 지속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또한 향후 정부와 협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통신업계, 전향적 자세 필요"= 할당 취소로 인해 공공 와이파이나 지하철 와이파이, 스포츠 경기장, 공공기관 등에 이미 제공 중인 28㎓ 서비스의 중단으로 고객 피해가 예상된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이동통신 3사는 정부와 협력해 지하철 2호선, 5~8호선에 공동으로 28㎓ 기반 와이파이 사업을 진행해 왔다. 서비스는 내년부터 시작할 예정이었다. 이 상황에서 2개 사의 주파수가 회수되면, 서비스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검토가 필요하다"며 "할당이 취소될 가능성이 높은 2개 사업자는 국민과의 약속을 이행한다는 측면에서는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줬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할당 취소를 면한 SK텔레콤 또한 내년 5월까지 당초 할당 조건인 1만5000개 장치를 구축하지 않으면 할당이 취소된다. 통상 5G 기지국 1개를 설치할 때 투입되는 비용이 2000만원 초반이라고 하면, 6개월 가량 남은 시점에서 약 3000억~5000억원을 투자해야 할 것으로 보여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통신사는 28㎓ 대역 주파수 할당을 위해 각각 약 2000억원의 대가를 지불했지만, 이미 28㎓ 대역 주파수 관련 비용을 회계상 손실 처리해 주파수 허가 취소에도 추가 손실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신규 사업자, 메기 역할 할까= 신규 사업자 진입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정부는 최대한 다양한 사업자들이 진입할 수 있도록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한다는 계획이다. 전통적인 이동통신 3사에 더해 인터넷, 데이터 서비스 사업자 등이 진입하면 시장에서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특히 28㎓ 대역은 인구밀집 지역(핫스팟)에서 트래픽을 분산하고,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 특성을 바탕으로 메타버스·VR(가상현실)·AR(증강현실) 등 새 서비스에 유리한 만큼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투자에 소극적인 국내와 달리 미국, 일본은 통신사업자들이 28㎓ 대역 네트워크 구축에 적극적이다. 미국 버라이즌의 경우 연말 4만5000국의 기지국 구축이 예정돼 있고, 일본의 이동통신 4사는 2만2000국의 기지국을 구축했다. 호주, 인도 등 33개 국가 또한 주파수 할당과 관련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투자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28㎓ 대역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6G 경쟁력에서도 우리나라가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단말기가 없어서 인프라 투자를 못 한다는 얘기도 이미 세계적으로 28㎓ 칩셋이 탑재된 스마트폰이 50종 이상 출시돼 있고, 6100만대 이상 보급된 만큼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기차역 등 핫스팟 중심 투자 필요"= 전문가들은 대체로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조치가 경쟁을 유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지지부진한 5G 28㎓ 대역 투자 에 대해서는 정부가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동구 연세대학교 교수는 "기술적 문제로 봤을 때 28㎓를 거치지 않고 6G로 갈 수 있을지 우려된다"면서 "기차역 등 핫스팟 지역에 중점 투자를 하거나 저지연, 업링크 속도를 높이는 관점에서 5G 28㎓ 대역 활용 방안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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