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한전채 여전히 '자금블랙홀'…삼성·롯데 회사채도 7% 넘어

차창희, 김명환 2022. 11. 2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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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발 안받는 50조 대책
올해 은행채 186조로 사상최대
한전채 이달만 2조6천억 발행
일반 기업은 자금마련 초비상
CP금리는 5.3%까지 급등
부동산 PF 금리 20% 넘기도

채권시장 살얼음판

신용도 AAA급 한국전력 회사채(한전채) 금리가 6%대 직전에 꺾이긴 했지만 이달에만 2조6000억원 규모가 발행되며 여전히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정부의 시장 안정화 대책에도 기업어음(CP), 회사채 시장은 온기가 돌지 않아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여전히 버거워하고 있는 모습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한전채 발행 입찰에서 2년물은 5.6%(4600억원), 3년물은 5.7%(1000억원) 금리 수준에 낙찰됐다. 지난 8일 한전채 2년물 기준 발행 금리가 5.99%까지 치솟았다는 걸 고려하면 심리적 마지노선인 6%대를 눈앞에 두고 금리 수준이 어느 정도 진정된 셈이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직전 발행된 한전채 2~3년물이 5.95%대에 발행된 점과 비교하면 일단 급한 불은 꺼진 듯하다"며 "금융당국이 한전채 발행 자제를 요구했고 11월 한국은행의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며 금리 안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증권업계에선 시중 자금의 한전채 쏠림 현상에 대한 불안 요소는 여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은 올해 30조원가량의 적자가 예상된다. 정부가 직접적인 재정 지원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선 결국 한전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벌써 이달에만 2조6000억원의 한전채가 발행됐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월평균 한전채 발행액은 2조4090억원이다. 지난 6월 한전채 발행액이 1조6900억원이었는데 9월엔 3조원까지 급증하기도 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우량 채권인 한전채 물량이 지속해서 풀리게 되면 주요 기관 투자 수요가 그쪽으로 몰리게 된다"며 "자연스레 기업들은 더욱 높은 이자를 부담하며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삼성, 롯데 등 주요 대기업도 7~8%의 고금리를 부담하며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이달 15일 2년물 회사채를 7.1%(500억원) 금리에 발행했다. 부산롯데호텔도 지난 15일, 17일 각각 8.5% 고금리에 1년물 총 400억원을 조달했다.

증권업계에선 정부의 많은 대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한전채를 포함한 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의 영향으로 단기자금시장 반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라고 지적한다. 투자심리가 우량 채권으로 쏠려 CP 금리가 18일 기준 5.33%까지 올라왔기 때문이다. 보통 대기업들은 1~3개월 만기는 단기사채, 3개월~1년 만기는 CP로 자금을 조달한다. CP 금리가 급등하게 되면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KB증권에 따르면 일반 기업들의 CP시장 주간 평균 순발행액은 지난해 1조6000억원에서 올해 8000억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회사채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은행채 발행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은행채 발행 규모는 186조569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발행액(183조2123억원)을 넘어섰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대출로 몰리면서 은행들이 대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채 발행을 늘렸다는 분석이다. 일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경우 거래 금리가 20%에 달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지난 14일 특수목적회사(SPC) 파인우노가 발행하고 GS건설이 신용을 보강한 ABCP는 연 20.3~21% 수준의 금리에서 거래가 성사됐다. 대형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연말에 결제가 돌아오는 것이 워낙 많고, 자금 수요도 크기 때문에 만약의 상황이 터질 것에 대한 대비가 지금의 시장 참여자들에게 우선순위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중은행의 특수은행채 매입을 늘려 국책은행의 자금 조달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실탄을 충분히 확보한 국책은행이 전면에 나서 자금시장 경색을 보다 적극적으로 푸는 등 온기가 윗목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차창희 기자 /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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