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돈 끌어모아 개도국 기후재앙 보상한다

한재범 2022. 11. 2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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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기후총회, 기금 조성 합의
홍수·가뭄 등 자연재해 피해
빈곤개도국에 금전보상 약속
중국·중동 국가도 지원 동참
보상기준·재원 세부안 없어
기금운용 방식 놓고 격론 예상

기후변화가 촉발한 자연재해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개발도상국들이 금전적인 보상을 받을 길이 열렸다. 국제사회가 이들의 손실과 피해를 보상해주기 위한 국제기금 마련에 대해 결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개도국의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 조성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지난 6일 개막한 COP27은 18일 폐막할 예정이었으나, 개도국 피해 보상에 대한 당사국 간 견해 차로 이날 밤샘 협상에 돌입한 끝에 극적 합의를 이뤄냈다.

이번 기금은 기후변화가 촉발한 홍수·가뭄·해수면 상승 등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국가들에 금전적으로 보상해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선진국이 아닌 아프리카·아시아 대륙의 개도국들이 지원 대상이다. WSJ는 해당 합의가 나온 이유에 대해 "부유한 선진국은 산업혁명 이후 100여 년간 화석연료를 이용해 기후변화를 대가로 산업을 발전시켜왔다"면서 "그에 따른 피해는 역설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지분이 미미한 개도국들이 떠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여러 개도국은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로 국가적 재난에 직면한 상태다. 올해 파키스탄은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는 대홍수로 17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체 인구의 약 15%인 3300만명은 수재민으로 전락했다. 세계은행은 파키스탄의 수해 복구 비용을 300억달러(약 40조원) 정도로 추산했다고 WSJ는 전했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니제르, 차드 등 국가에서도 대규모 홍수 피해가 발생했으며 에티오피아, 케냐, 소말리아 전역은 40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가뭄으로 '비가 오지 않는 우기'가 4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 엘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폐회 본회의에서 사미흐 슈크리 의장이 폐막 연설을 마친 뒤 기립 박수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기후변화에 취약한 55개국 모임인 '기후취약국포럼(Climate Vulnerable Forum)'이 지난 6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55개국이 지난 20년간 입은 피해액은 5250억달러(약 705조원)로 추정된다.

손실과 피해 보상에 대한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COP15에서는 개도국이 입은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3년간 300억달러를 지원하고 2020년까지 지원 규모를 연 1000억달러로 늘린다는 합의가 이뤄졌다. 다만 선진국의 지원 약속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고 이후 개도국은 기금 지원을 두고 선진국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왔다.

서방국가들은 이번 합의에 앞서 중국 등 '부유한 개도국' 역시 기금 조성에 참여해야 한다는 선결 조건을 내걸었다. WSJ는 "중국이나 중동 석유 부국 등은 막대한 탄소배출량에도 불구하고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의거해 개도국으로 분류된다"며 "일부 선진국은 이들 국가로 지원금이 유입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전했다.

이번 합의를 두고 획기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보상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이 빠졌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기금을 어느 국가가 부담해야 할지, 어떤 종류의 피해를 보상 대상에 포함할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아 기금 운용 방식을 두고 향후 격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WSJ에 따르면 내년부터 과도기위원회가 구성돼 피해 보상에 대한 세부사항을 논의한다. 이미 덴마크, 벨기에,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는 손실과 피해에 대한 보상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부담금을 내겠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일부 국가의 경우 자국 내 반대로 기금 마련이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은 기금을 마련하려면 미 의회의 인준을 거쳐야 한다.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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