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65만 룩셈부르크, 첨단기업 유치 '유럽의 우주허브' 꿈꾼다

이유진 2022. 11. 2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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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우주산업 키우는 룩셈부르크 가보니
지난달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뉴스페이스 포럼 피칭 세션에서 우주 스타트업인 '스페이스옵틱스랩'의 공동창업자 최영완 대표가 심사위원들에게 사업 모델을 설명하고 있다. 이날 KOTRA와 공동 주최한 피칭 세션에서는 한국 스타트업 3곳 등 총 7개 업체가 투자 유치를 위한 발표에 참여했다. <이유진 기자>

지난달 말 열린 룩셈부르크의 연례 우주 포럼 '뉴스페이스' 행사장. 우주 관련 업체 관계자 수백 명이 둘러싼 연단에 우주기업 스텔라의 다미앵 가로 최고경영자(CEO)가 올라섰다. 그가 띄운 사진은 새로운 자율주행차. 자동차 자체가 위성 신호를 수신하는 터미널이 되는 '미래 자율주행차'의 청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여전히 전 세계의 37%는 인터넷을 쓰지 못하고, 선진국에서도 도로 주행 시간의 40% 동안은 통신이 끊긴다"면서 자율주행차가 실시간 교통정보를 수신하면서 안전하게 운행하려면 지상 통신과 위성 통신이 끊김 없이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 패널로 참여한 사람들도 일견 우주와 연관이 없는 듯한 기존 산업 관계자들이었다. 요나스 리스케 BMW그룹 뉴디지털데이터·비즈니스모델 담당자는 "BMW도 2~3년 전부터 우주산업에 진입했다"면서 "사람들이 노트북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갖고 차 안에서 게임하고 드라마 보고, 일할 시간을 더 가지려면 지상에서와 비지상에서의 통신이 상황에 따라 매끄럽게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은 '지구와 우주를 잇는다'는 주제로 우주산업이 지구 안에서 만들어내는 경제적 이익에 초점을 맞췄다. 포럼에서 조명한 우주산업은 수십 년 후의 미래가 아닌 현재였다. 우주산업은 농업, 제조업, 제약 등 다른 산업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우주로의 접근성도 좋아졌다. 독일 우주 스타트업 '유리(Yuri)'는 1만유로(약 1400만원)에 고객사의 세포·생물 등을 우주 실험실로 보낸다. 미세중력 상태에서 세포 변화를 확인해 신약·치료법을 개발하려는 기업들이 유리에 실험을 의뢰한다. 프랑스 기업인 스페이스카고언리미티드도 우주와 지구를 잇는 운송 업체다. 식물을 우주로 실어가 스트레스에 더 강한 품종을 생산하거나 미세중력 상태에서 인체 장기 조직을 3D프린팅으로 제조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우주에서 수집한 위성 이미지를 사용해 작물 수확량을 개선하거나 무선주파수(RF)를 감지해 불법 어업을 하는 선박을 잡아내는 일도 가능하다.

인구 65만명의 강소국 룩셈부르크는 이러한 민간 주도 우주 경제 '뉴스페이스'를 화두로 10여 년 전부터 우주 전략을 수립했다. 정부는 이들이 룩셈부르크를 기반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플랫폼 전략을 폈다.

프란츠 파이요 룩셈부르크 경제부 장관은 "룩셈부르크에서는 2013년 이후 우주 활동을 연구 분야에만 국한하지 않기로 하고, 경제 쪽에 치중한 정책을 펴왔다"면서 "우주 분야의 혁신적인 기술은 이미 농업, 물류, 기후변화 등에서 가치를 입증했고, 가능한 지상 과제와 연결해 우주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업 활동이 원활하도록 법적 기틀을 닦았다. 우주 활동에 관한 법안 초안은 미국 다음으로 룩셈부르크에서 나왔다. 룩셈부르크 회사가 우주에서 자원을 채굴하면 자원에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겼다. 이 법에 따르면 룩셈부르크에서 우주로 발사한 물체에 대해서는 세금을 공제해준다. 2020년에는 유럽우주기구(ESA)와 유럽우주자원혁신센터(ESRIC)를 설립했다. 기업의 호응도 뜨거운 편이다. 인공위성을 소유·운영하는 글로벌 통신 위성 서비스 업체 SES뿐 아니라 룩스스페이스, 유로컴포지트, 그라델 등 60여 개 기업, 공공연구소가 룩셈부르크에 둥지를 틀었다. 항공우주연구원 출신 이성희 대표가 창업한 위성 데이터 업체 컨텍도 룩셈부르크에 유럽 본사를 뒀다. 컨텍은 지난 6월 61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우주를 포함해 정보통신기술(ICT)·핀테크·헬스테크 분야에서 5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활동하고 있다.

한국 데이터디자인엔지니어링(DDE) 역시 유럽 진출 기지로 룩셈부르크를 선택했다. DDE 관계자는 "룩셈부르크에 유럽 본사를 둔 이후 유럽 업체들과의 접점이 늘어나 협업 기회가 증가했다"면서 "자연어 처리, 음성인식과 합성, 예측 알고리즘 기술을 활용해 룩셈부르크 기업 그라델 등과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룩셈부르크가 우주산업에 투자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미래 산업이기 때문이다. 우주산업에 진출하는 플레이어들은 해마다 늘어난다. 세계경제포럼은 지난달 "90개국, 1만개 이상 회사와 5000명 이상의 투자자가 우주산업에 관여하고 있다"며 우주산업을 조명했다. 유로컨설트는 지난해 세계 우주 경제 규모가 3700억달러(약 519조원)였다며 2030년까지 6420억달러(약 901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구를 살피는 상업위성 수도 급증했다. 미국 비영리단체인 우주재단(Space Foundation)의 '스페이스 리포트 2022'에 따르면 올해 1~6월 72개 로켓이 1022개 비행체를 궤도에 올렸다. 반년간 지구에서 쏘아 올린 위성 등이 1957~2009년 52년간 우주 궤도에 올린 모든 위성 수에 육박할 정도다. 이 중 93%가 상업위성이었다.

[룩셈부르크/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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