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주의 유럽레터] 사수올로에 없는 사수올로 팀

이형주 기자 2022. 11. 2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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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수올로에 없는 US 사수올로 칼초 홈구장 마페이 스타디움. 사진|이형주 기자(이탈리아 레조 에밀리아/마페이 스타디움)

[이탈리아(사수올로)=STN스포츠] 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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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사수올로 칼초의 홈구장은 사수올로에 없다. 

사수올로는 세리에 A서 독특하게 초록, 검정 유니폼을 홈 유니폼으로 하는 클럽이다. 유니폼 색 때문에 네로베르디(검은색과 초록색)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다. 사수올로는 그간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클럽이었지만, 최근 발돋움하면서 세리에 A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현재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에서 새 물결을 일으키고 있는 로베르토 데 제르비 감독 시절 유럽 대회 순위권을 위협하는 팀으로 성장했다. 데 제르비 감독은 2018년부터 3년간 팀에 머물렀는데, 특유의 4-2-3-1 포메이션에 전술적인 움직임으로 세리에 A서 무시할 수 없는 팀을 만들었다. 

사수올로의 돌풍을 만들었던 로베르토 데 제르비 현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감독. 사진|뉴시스/AP

현재는 또 다른 전술가 알레시오 디오니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상태다. 데 제르비 감독 시절 사수올로가 지아코모 라스파도리(현 SSC 나폴리), 도메니코 베라르디, 지안루카 스카마카(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등 1선, 2선의 파괴력에 힘을 받았다면, 디오니시 체제 사수올로는 막심 로페스, 다비데 프라테시 등 중원의 힘으로 호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런 사수올로가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홈구장이 연고지인 사수올로에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축구 클럽들은 클럽명에 들어가는 도시에 연고를 두고, 또 그곳에 홈구장을 둔다. 예를 들어 레알 마드리드는 마드리드, 리버풀 FC는 리버풀이 연고고 그 곳에 홈구장이 있다. 

하지만 사수올로는 이런 통념을 부정한다. 사수올로의 연고는 사수올로가 맞지만 홈구장은 그 곳에 없다. 사수올로는 AC 레지아나 1919의 홈구장인 마페이 스타디움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마페이 스타디움은 레지오 에밀리아에 있는 도시다. 

현재는 종영한 과거 인기예능 <무한도전>에서 개그맨 박명수 씨는 편 나누기 도중 팀장인 노홍철 씨를 지목해 '홍철 없는 홍철 팀'이라는 '밈'을 만들었는데, 사수올로의 경우 '사수올로에 없는 사수올로 팀'인 셈이다.  

작은 소도시 사수올로의 풍경. 사진|이형주 기자(이탈리아 사수올로)

사수올로의 연고지인 사수올로는 작은 소도시로, 경기장 건설이 마땅한 상황이 아니라 사수올로는 레지아나의 홈구장에 더부살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사수올로의 소유 기업인 마페이사가 네이밍 스폰서를 하고 있어, 더부살이를 하면서도 그 구장이 사수올로와 연관이 있는 마페이 스타디움으로 불리고 있다. 

기자가 찾아간 마페이 스타디움은 레지아나의 홈구장이라기보다는 사수올로의 홈구장인 느낌이 강했다. 곳곳에 마페이 스타디움이라고 홍보되는 문구는 물론 사수올로 엠블럼도 찾아볼 수 있었다. 

사수올로서 레조 에밀리아로 이동하는 기차가 오는 사수올로 라디치 역. 사진|이형주 기자(이탈리아 사수올로/사수올로 라디치 역)

다만 선수들은 그렇다고 해도 팬들에게는 이런 상황이 좋지 않을 법 했다. 마페이 스타디움을 본 뒤 소도시 사수올로로 이동해봤는데, 기차를 이용하든 버스(자차도 마찬가지)를 이용하든 1시간의 시간이 소요됐다. 사수올로에 사는 지역 팬들은 레조 에밀리아로 이동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마찬가지로 1시간 씩이 소요되는 셈이다. 즉 응원을 위해서 왕복 2시간의 시간을 감수해야 한다. 

'네로베르디의 혼' US 사수올로 칼초 윙포워드 도메니코 베라르디. 사진|뉴시스/AP

하지만 팬들은 사수올로를 위해 그 시간을 기꺼이 감수하며 응원을 보내고 있다. 최근 사수올로가 다른 거대 경쟁팀들 틈바구니 속에서도 호성적을 내는 것은 이러한 팬들의 응원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사수올로)=STN스포츠] 이형주 기자

total87910@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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