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총리, ‘정치 자금 문제’ 총무상 경질... 한 달 새 각료 3명 낙마
한 달 새 장관 교체 세 번째…“정권 타격”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0일 정치자금 관련 문제가 드러난 데라다 미노루 총무상을 경질했다. 이로써 한 달 새 기시다 내각 각료 중 3명이 낙마하는 ‘사퇴 도미노’가 현실화됐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정권 간부들과 회의를 연 뒤 데라다 총무상의 경질 방침을 굳혔고, 그로부터 사표를 받았다. 기시다 총리는 제2차 추가경정 예산안 심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피해자 구제, 방위력 증강 등 중요한 과제를 앞둔 매우 중요한 시점에서 데라다 총무상의 경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잇따른 각료 사퇴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 임명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데라다 총무상의 후임자는 21일 오전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교도통신과 현지 공영방송 NHK는 기시다 총리가 마쓰모토 다케아키 전 외무상을 새 총무상으로 기용할 방침을 굳혔다고 전했다.
데라다 총무상은 ‘부적절한 정치자금 관리’ 문제가 드러나 야당이 경질을 요구해 온 인물이다. 사망한 사람을 지난 3년간 지역구 후원회 정치자금 보고서의 회계 책임자로 기재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자신과 관련된 정치 단체의 사무소 임대료를 건물의 일부를 소유하는 아내에게 지급한 사실도 언론에 보도됐다. 또 아내가 대표를 맡은 정치단체가 원천징수를 하지 않고 직원들에게 인건비로 보상을 지급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해 중의원 선거 때 지방의원들에 불법적 보상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그는 기시다 총리와 같은 ‘고치카이’ 파벌 소속이다.
데라다 총무상이 낙마하면서 기시다 내각 각료 중 3명이 불과 한 달 사이에 낙마하는 일이 벌어졌다. 앞서 야마기와 다이시로 전 경제재생상은 통일교와의 유착 혐의로, 하나시 야스히로 전 법무상은 자신의 직무를 ‘사형 집행에 도장 찍는 일’이라고 발언해 각가 지난달 24일과 지난 11일에 경질됐다.
기시다 총리는 21일 시작되는 중의원(하원) 제2차 추경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급히 데라다 총무상을 경질했지만, 정권에 큰 타격이 될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각료들이 사퇴하는 과정에서 경질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 뒤늦게 결정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 자민당과 통일교 접점 논란, 고물가 문제와 함께 기시다 총리의 내각 인사도 원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취임 후 첫 번째 인사는 자신의 당 총재 당선에 이바지한 파벌을 배려한 논공행상 인사로 평가받았다. 자민당과 통일교와의 유착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지난 8월 인사에서도 ‘대대적 물갈이’는 이뤄지지 않았다.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현지 주요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20∼30%대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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