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미리 가 본 미래]〈50〉레트로 디자인이 유행하는 이유

2022. 11. 20. 12: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술 수준이 점차 고도화되면서 특정 제품에 반영된 기술을 습득해 사용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투여되기 시작했다.

우리가 항시 사용하는 스마트폰만 하더라도 그렇다. 스마트폰에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기술이 포함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 사용하는 몇 가지 기능만 사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다 보니 실제 스마트폰 성능과 기술력이 크게 발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많은 소비자는 관련 기술이 얼마나 고도화됐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은 중요한 시사점을 내포하고 있다. 향후 기술 자체를 개발하는 것 못지않게 해당 기술을 일반적인 소비자들이 직관적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인지하지 못해 사용하지 못하는 기술은 없는 기술과 동일한 평가를 받게 된다.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또 한 가지 중요한 변화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바로 기술에 대한 저항감이다. 기술이 고도화되니 해당 기술을 인지했다 하더라도 이를 원활히 사용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과 학습이 요구되는 상황이 됐다.

특히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데 어려움을 토로하는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은 기술을 인지시키는 데 있어 어려움을 야기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현재 많은 글로벌 기업이 선택한 대안 중 하나가 바로 레트로 디자인이다. 소비자가 기술을 쉽게 인지하고 사용하도록 만들기 위해 사용자 환경·경험(UI·UX)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제품 자체 이미지 역시 지나치게 최첨단적인 외관으로 디자인할 경우 왠지 쉽게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불안감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최근 들어 고려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이 때문에 크게 유행하고 있는 디자인 트렌드 중 하나가 레트로 디자인이다. 오래전부터 익숙한 외관으로 제품을 디자인할 경우 고객들로 하여금 친숙함을 야기함과 동시에 쉽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SMEG이다. SMEG은 1948년 이탈리아 북부에 설립된 가전 업체로 현재 3대째 이어져 오는 가족경영 기업이다. 1950년대 자동전원 스위치, 오븐 안전밸브, 맞춤 요리 프로그램과 타이머 기능을 갖춘 가스스토브를 최초 출시했다. 1990년대에는 SMEG 상징적 아이템이자 현재 SMEG를 있게 한 50년대 레트로 스타일을 접목한 컬러 냉장고를 선보인 바 있다.

이러한 주력 제품인 레트로 스타일 냉장고를 비롯해 세탁기,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오븐 등 주방기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현재 레스토랑 등 상업용 제품과 의료기구로 범위를 넓히면서 기술력도 인정받고 있다.

현재 SMEG 제품은 아프리카 7개국, 아메리카 27개국, 아시아 27개국, 유럽 39개국, 오세아니아 3개국 등 세계 103개국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75%에 달하고 있다. 뛰어난 기능을 앞세운 한국, 일본산 제품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세탁기, 냉장고 수준에 무슨 기술력에 대한 인지 제고까지 고려해야 하나 싶을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일선의 소비자들은 냉장고와 세탁기에 투영된 다양한 기능 중에서 항상 사용하는 일부 기능만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 때문에 정작 세탁기와 냉장고의 다양한 편의성 높은 기능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 업계 평가이다.

이상에서 열거한 바와 같이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러한 기술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기업이 대안으로 디자인을 활용하고 있음을 기억하자.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