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명에는 역사와 진심이 담긴다...작명 위한 끝없는 여정

서진우 2022. 11. 20. 10: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아정공 인수한 현대위아
KIA에 World 담아 WIA로

두산에너빌리티니, 지속성에
에너지 담아 ‘에너빌리티’

정지 개념 ‘터미날’ 대신
유려한 물류 흐름 ‘플로우’
포스코터미날은 포스코플로우로
현대위아 로고
‘알쏭달쏭 무슨 뜻일까’

기업 이름만 보면 이 곳이 어떤 회사일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에는 영어를 회사 이름에 쓰는 곳이 늘면서 이러한 현상이 더욱 커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회사명은 말 그대로 ‘얼굴’이기에 회사의 역사와 사업의 핵심 내용을 담아 짓는다. 작명을 위해 끝없는 고민이 이어지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부품 계열사 중에는 현대위아가 있다. 주로 자동차용 엔진 부품을 많이 만든다. 왜 ‘위아’일까. 연원은 기아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합병하는 과정에서 옛 ‘기아정공’이 지금의 현대위아가 된 것이다. 기아(KIA)에 ‘세계(World) 이미지를 담아, K를 W로만 바꿔 위아(WIA)를 만들었다.

이처럼 인수된 기업의 경우 옛 사명을 차용하는 경우가 많다. LX그룹의 물류계열사인 LX판토스는 과거 범한판토스를 인수하며 생긴 이름이다. 여기서 ‘판(pan)’은 ‘넓다’의 개념. 더 넓은 세계를 누비며 물류 강자가 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두산그룹 계열사 중 두산에너빌리티는 과거 두산중공업에서 바뀐 이름이다. 최근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기업명에도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담아낸 경우다. 지속가능한 에너지(energy)를 창출하겠다는 신념으로 에너지와 지속가능성을 결합해 ‘에너빌리티’라는 이름을 달았다.

신비한 이름은 또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소속의 북미 건설기계 회사인 두산밥캣이다. 1947년 미국 노스 다코타에서 창업한 밥캣컴퍼니가 그 모태다. 대형 토지에 봄밀을 파종하는 기기가 여러 모델로 업그레이드를 거치며 1962년 ‘스키드 로더 440’이라는 모델로 개발됐는데, 이 때부터 밥캣이라는 제품명이 붙었고 회사 이름으로도 이를 따라 짓게 됐다.

현대제뉴인 로고
말 그대로 진심을 담은 사명도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중간지주회사인 현대제뉴인은 ‘진실한’ ‘진품의’ 뜻인 ‘제뉴인(genuine)’을 사명에 옮겼다.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차량용 액세서리 브랜드 ‘H 제뉴인 엑세서리즈’와 동일한 이름을 사용해 논란이 됐지만, 상표권 분쟁 없이 현대제뉴인이란 이름을 선점했다.
HMM 로고
해운사 HMM은 옛 사명인 현대상선(Hyundai Merchant Marine)의 영문 이니셜에서 유래한다. 이전에도 해외 주요 화주와 글로벌 선사들은 현대상선을 이미 HMM으로 표기하고 또 그렇게 불러왔다. 다만 이제는 HMM에 현대상선이란 의미가 부여되지 않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 고유명사가 됐다.

HMM은 2017년까지 국내 2위 규모의 해운 회사였지만 기존 1위였던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자연스레 국내 1위가 됐고, 대한민국 대표 해운 회사 자리에 올라섰다.

포스코플로우 로고
포스코플로우는 포스코그룹의 물류계열사다. 올해부터 포스코터미날이 포스코플로우로 이름을 바꿨다. 물류 회사답게 기존 고정적 이미지였던 ‘터미날’ 대신 새로운 사명에는 물류에 단순 화물뿐 아니라 다양한 정보값과 미래로의 확장성이 함께 흐른다는 뜻의 ‘플로우’를 담았다.

화장품 양대산맥 중 하나인 LG생활건강은 지난 1991년 럭키의 조직재편 과정에서 생활용품 사업부와 화장품 사업부를 통합해 ‘생활건강CU’로 변한 것이 모태다. 이후 코카콜라 인수 등 음식까지 섭렵하며 공식 사명으로 LG생활건강이 확립된 경우다.

재계 관계자는 “새 회사를 설립하거나 기존 회사가 새로운 사업 목적을 더하며 사명을 변경할 경우엔 일단 역사성을 가장 큰 담보로 삼는다”며 “여기에 최신 추세나 흐름을 더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쨌든 기업 입장에선 과거와의 영속성을 유지하며 신선한 이름을 짓는 데 가장 골몰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무작정 영문만 집어넣는 시대도 지났다”며 “고유의 이름을 담되 좀 더 세련된 이미지를 표출할 수 있는 방안도 각 기업이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