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카펫이 에비앙 물병으로"···캐나다 훈남의 도깨비 마법

퀘벡(캐나다)=김성은 기자 2022. 11.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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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오염의 종결자 'K-순환경제' (7회): 선진국에서 길을 찾다③

[편집자주] 대한민국에선 매일 50만톤의 쓰레기가 쏟아진다. 국민 한 명이 1년 간 버리는 페트병만 100개에 달한다. 이런 걸 새로 만들 때마다 굴뚝은 탄소를 뿜어낸다. 폐기물 재활용 없이 '탄소중립'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오염 없는 세상, 저탄소의 미래를 향한 'K-순환경제'의 길을 찾아본다.

#잘게 쪼개진 색색의 폐PET(페트), 또는 카펫 플레이크(조각)를 50리터(L)짜리 반응기에 촉매, 메탄올과 함께 넣고 열을 가하면 약 4시간 뒤 녹회색 액체가 콸콸 쏟아진다.

이 액체를 다시 걸러서 고체부와 액체부를 나누는 공정을 거치고 나면 고체부에서는 PET를 구성하는 단량체 중 하나인 DMT(디메틸테레프탈레이트)를, 액체부에서는 증류 작업을 거쳐 또 다른 단량체 MEG(모노에틸렌글리콜)를 얻을 수 있다. 이 두 물질을 각각 정제하고 합치면 다시 새 PET가 탄생한다.

단지 이론에 그친 기술이 아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재활용 페트는 에비앙 생수병과 록시땅 샴푸병으로 변신해 출시됐다. 캐나다의 재활용을 위한 해중합 기술 기업 루프 인더스트리(Loop Industries·이하 루프) 이야기다.

지난 8월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 캐나다 퀘벡주에 위치한 루프인더스트리 본사를 찾았을 때 눈으로 확인한 이 공정은 이 회사의 실험실 단계의 것이었다. 건물 바로 옆 실제 가동중인 공장 내 반응기 크기는 6000L에 달했고 이런 반 응기가 총 두 개였다. 이곳의 재활용 플라스틱 생산능력은 현재 연간 약 1000톤이다. 현재 캐나다 베캉쿠르, 프랑스, 한국 울산 등에 대규모 공장을 짓는데 생산능력은 각각 최소 7만톤 이상이 될 예정이다.

해중합 기술은 플라스틱을 이루는 큰 분자 덩어리를 해체시켜 이를 다시 원료 물질로 되돌리는 것을 뜻한다. 재활용을 반복해도 새 제품과 동일한 물성을 구현해 내는 '화학적 재활용' 방식의 하나로써 순환경제를 이룰 핵심 기술 중 하나로 여겨진다.

메탄올을 활용한 해중합 기술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이미 50~60년 전부터 등장했던 기술이지만 문제는 기술 구현을 위해 280~350도(℃)에 이르는 고온이 필요해 원료 물질을 얻기 위해 너무나 큰 에너지가 든다는 점이었다. 루프의 장점은 저온 기술이다. 85도에서 반응시켜 원하는 원료를 얻을 수 있어서 에너지가 절약된다. 또 고온일수록 필요없는 부반응, 부산물이 생길 수 있는데 이같은 문제 발생률도 낮춰 고순도의 물질을 얻을 수 있다.

비결은 촉매에 있다. 촉매는 반응 활성화 에너지를 낮춰 낮은 온도에서도 원하는 반응을 일으키는데 이 촉매에 루프만의 기술력과 비법이 집약돼 있는 것이다.

낮은 에너지를 투입해 고순도 재활용 PET를 실제 양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글로벌 유명 기업들이 먼저 알아봤다. 에비앙, 록시땅 외에도 로레알, 펩시코, 다논 등이 원료 공급 관련 협업 중이다.

(사진 맨 아래)루프인더스트리 공장에 대해 소개 중인 아델 에사담 루프인더스트리 부사장/사진=김성은 기자

다니엘 솔로미타 루프 CEO는 "에비앙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최고급 식수"라며 "그런 물조차 담을 수 있는 병을 재활용품으로 만든다는 것은 우리가 가진 기술이 최고의 품질을 구현한다는 뜻이자 식품 안전성도 인정받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활용품 용처를 넓힐 수 있단 측면에서도 순환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루프가 가진 또 다른 기술 특징은 화학적 재활용이 까다롭다고 알려진 버려진 카펫과 같은 폴리에스테르 섬유, 맥주병 같은 유색 PET도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같은 원리로 여기서 DMT와 MEG를 추출해 새로운 투명 페트병 제작이 가능하다.

솔로미타 루프 CEO는 "전세계적으로 캐나다 재활용률은 낮은 편에 속한다"라며 "특히 캐나다에서 폐의류에 대한 재활용률은 거의 0%에 가깝다고 보는데 우리의 기술을 활용하면 의류는 물론 전체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올해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캐나다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6%에 불과해 세계 평균(9%), OECD 평균(9%)에 못미쳤다. 캐나다의 연간 플라스틱 폐기물량은 300만톤 중 상당수가 소각되거나 매립되거나 재활용되지 않는 형태로 버려진단 뜻이다.

캐나다 정부도 위기를 인식,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제로'에 도전하는 정책을 선언했는데 루프는 이같은 정책이 실현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루프 같은 기업의 혁신 기술력을 꼽았다.

솔로미타 CEO는 "정부는 목표 달성을 위해 하나는 (일회용)플라스틱을 아예 없앨 것, 또 다른 하나는 재활용 재료를 더 많이 넣을 것을 요구한다"며 "기존에 재활용하지 못하던 것들을 재활용시킬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정부 목표 달성에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재활용 플라스틱 제조 비용이 화석연료 기반 플라스틱보다 높다. 따라서 순환경제 생태계가 초기 잘 안착하려면 보조금 지원 등 정부의 역할도 중요한데 캐나다 정부 역시 이 부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솔로미타 CEO는 이어 "현재 베캉쿠르에 짓고 있는 공장에 대해서도 프로젝트 대출 지원이나 보조금 같은 지원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부는 우리와 같은 재활용 혁신기업을 국가의 중요한 사회 기반시설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니엘 솔로미타 루프 CEO/사진=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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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캐나다)=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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