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들에 손 벌리는 바이오 기업들

지용준 기자 2022. 11. 20.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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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바이오에 부는 소액주주 바람②] "개미는 무슨 죄인가요"… 벼랑 끝 몰린 소액주주

[편집자주]최근 개인의 주식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주주권 행사에 관한 인식이 높아졌다. 특히 바이오 기업에서 소액주주가 주주권 행사에 적극 나서며 회사와 맞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휴마시스, 헬릭스미스 등의 경우와 같이 회사 경영에 직접 참여를 추진할 정도로 소액주주가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바이오 기업 대부분은 신약개발 등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진행해 대주주나 설립자의 지분구조가 취약하다. 정당한 권리행사 이면에 소액주주 운동은 투자심리와 경영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바이오 기업에 퍼지는 소액주주들의 움직임을 살펴봤다.

바이오 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기업에 투자한 소액주주들은 유상증자로 손을 벌리는 기업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는 2020년 7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열린 '신라젠 주권 회복 및 거래재개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뭉치고 목소리 높이는 바이오 소액주주들
②소액주주들에 손 벌리는 바이오 기업들
③바이오 소액주주 운동, 양날의 검인가

바이오 기업에 투자한 소액주주들이 벼랑 끝에 몰렸다. 바이오 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있어서다. 운영자금 확보, 타법인 취득 자금 활용 등 유상증자 이유도 다양하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주주들에게 자사 주식을 현재 평균 주가보다 싸게 넘겨 자금을 확보하는 수단이다. 보통 기존 주주들에게 진행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와 투자자를 물색해 진행하는 3자배정 유상증자가 있다. 가뜩이나 주식시장 악화로 투자금 손실을 본 상황에서 주주에게 손을 벌리는 기업들을 바라보는 바이오 개미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바이오주의 지표는 어둡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월15일 KRX헬스케어 지수는 종가기준 2885.03을 가리켰다. 2021년 1월3일 5460.26과 비교하면 1년 10개월 새 47.2% 하락했다. 지난 10월13일에는 올들어 가장 낮은 수치인 2463.10을 기록했다. KRX헬스케어는
한국거래소에서 선정한 주요 바이오주 83개로 구성한다. 사실상 바이오 산업 전반의 주가 흐름을 대표한다.

지난 11월15일 KRX헬스케어 지수는 종가기준 2885.03을 가리켰다. 2021년 1월3일 5460.26과 비교하면 1년 10개월 새 47.2% 하락했다. 인포그래픽은 KRX헬스케어 지수 추이./그래픽=김은옥 기자


유상증자로 손 벌리는 기업들


주주배정 공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바이오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들어 11월까지 총 13곳의 상장 바이오 기업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9곳)과 비교하면 4개 기업이 늘어났다. 지난 8월부터는 대규모 자금 조달이 잇따랐다. 지난 8월 에이치엘비가 326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지난 9월 오스코텍과 아이큐어, 제넥신이 각각 1200억원, 800억원,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자본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사모펀드의 투자금 유치나 전환사채(CB) 발행이 어려워진 점 등이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의 이유로 지목했다. 상장한 바이오 기업들은 연구개발(R&D) 비용 등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CB나 회사채 발행, 재무적 투자자 유치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왔다. 하지만 올들어 잇따른 기준 금리 인상과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면서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자 소액주주들에게 손을 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에이치엘비 등 4개 기업에서 주목할 점은 모집액을 수정했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 모두 유상증자 결정 이후 주가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의 조달액은 ▲에이치엘비 3260억→2935억원 ▲오스코텍 1200억→886억원 ▲아이큐어 800억→403억원 ▲제넥신 1000억→899억원 등으로 규모가 축소됐다.

조달액 감소는 자금 활용 계획 차질로 이어졌다. 에이치엘비는 유상증자를 통해 각각 자회사 엘레바에 2297억원과 다른 종속회사인 이뮤노믹 테라퓨틱스에 530억원에 대한 투자 계획을 제외하고 채무상환자금과 운영자금 규모를 수정했다. 아이큐어는 8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채무 상환 자금에 477억원을 사용할 계획이었으나 자금 활용 방안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오스코텍과 제넥신 역시 조달 규모의 축소로 R&D 투자액을 수정했다.

에이치엘비 등 4개 기업은 유상증자 조달액을 수정했다. 이들 기업 모두 유상증자 결정 이후 주가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잦은 자금 조달로 바이오 기업의 지배 구조는 취약한 상태다. 인포그래픽은 2022년 3분기 기준 대규모 유상증자 현황./그래픽=김은옥 기자


"개미인 게 죄"… 푸념하는 소액주주들


소액주주 일부는 기업들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불만을 품고 있다. 주식시장 악화로 투자금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유상증자에 목을 맨 기업의 '저의'를 의심해서다. 바이오 기업에 투자한 한 소액주주는 "대주주가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지 눈여겨 보고 있다"며 "물타기 하려면 유상증자에 참여해야 하지만 주가 회복 기미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액주주는 "금리가 상승하면서 이제 추가 투자할 여력도 없다"며 "개미인 게 죄"라고 푸념했다.

그동안 잦은 자금 조달로 바이오 기업의 지배 구조는 취약한 상태다. 실제로 에이치엘비 등 4개 기업 최대주주의 지분율은 올해 3분기 기준 10% 안팎에 그친다. 반면 소액주주들의 지분은 절반을 넘어섰다. 에이치엘비의 최대주주인 진양곤 회장의 지분율은 8.06%에 불과한 반면 소액주주 지분은 89.54%에 이른다.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다. 최영권 아이큐어 회장의 지분율은 16.08%이며 소액주주의 지분율은 81.07%다. 김정근 오스코텍 대표는 14.34%, 소액주주는 69.63%다. 제넥신은 최대주주인 한독 15.07%, 창업자인 성영철 전 회장 5.91%, 소액주주 77.65%로 나뉜다.

일각에선 최근 잦아지는 바이오 기업을 향한 소액주주들의 경영권 공격이 이 같은 취약한 지배구조에서 비롯한 것으로 해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여기저기서 투자금을 끌어다 쓴 바이오 기업들은 소액주주들에게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며 "개미들의 경영 참여 시도가 바이오 기업에서 자주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최대주주들은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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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준 기자 jyj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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