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전약후] '아스피린 동갑' 국내 최장수 약…나라도 구한 국민 소화제

김태환 기자 2022. 11.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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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표로 유명한 액제 소화제 활명수는 국내 최장수 의약품이다.

1897년 궁중 선전관 민병호 선생이 궁중비방을 바탕으로 국내 최초의 양약인 활명수를 개발했고, 아들 민강 선생이 활명수의 대중화 거점인 동화약방(현 동화약품)을 창업했다.

지난 1967년 활명수에 탄산을 더한 '까스활명수'는 지난 2020년 기준 국내 생산실적 1위를 기록해 국민이 가장 많이 먹은 일반의약품으로 꼽힌다.

이처럼 활명수가 오랜 기간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시대에 맞춘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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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표 '활명수', 아스피린과 같은 1897년 개발…'만병통치약' 대접 받기도
당시로선 고가 약으로, 독립운동 자금 마련에도 기여…누적 판매 90억병 '지구 25바퀴'
1940년대 판매된 동화약품 액제 소화제 '활명수'.(=동화약품 제공)

(서울=뉴스1) 김태환 기자 = 부채표로 유명한 액제 소화제 활명수는 국내 최장수 의약품이다. 세계적인 장수 의약품으로 손 꼽히는 아스피린과도 동기간으로 1897년 출시돼 125년째 판매 중이다. 특히 한국 역사 속 가장 오랜시간 사랑받은 국민 소화제로 자리잡았다.

우리 역사에 활명수가 등장한 것은 대한제국 시대다. 1897년 궁중 선전관 민병호 선생이 궁중비방을 바탕으로 국내 최초의 양약인 활명수를 개발했고, 아들 민강 선생이 활명수의 대중화 거점인 동화약방(현 동화약품)을 창업했다.

주요 성분은 아선약, 현호색, 육계, 정향, 육두구, 건강, 창출, 진피, 후박, 고추 등 11가지 생약이다. 건강은 생강 뿌리로 위장 기능을 향상시키는 효능이 있고, 정향이나 고추는 위산 분비를 촉진해 소화를 돕는다. 현호색이나 육계는 복통 완화에 쓰인다.

당시에는 급체, 토사곽란 등으로 목숨을 잃는 일이 많았는데, 당시 활명수는 그 의미 그대로 '생명을 살리는 물'(살릴 活, 생명 命, 물 水)이라고 불리며 제대로 된 양약이 없던 시절 만병통치약 대접을 받았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적지 않은 공을 세운 약이라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세계 의약품 역사에서도 이러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상하이 대한민국임시정부는 1919년 3∙1 운동 직후 국내 비밀연락망을 필요로 했는데 동화약방이 그 역할을 했다.

동화약방 사장인 민강 선생은 국내외 연락을 담당하고 정보를 수집했으며, 활명수를 판매한 금액으로 독립자금을 조달해 임시정부에 전달하는 행정책임자였다. 이 시기 활명수 1병 값은 50전. 설렁탕 2그릇에 막걸리 1말을 살 수 있는 비싼 가격이다.

민강 선생과 독립운동가들은 활명수를 통해 해외로 자금 송출을 막았던 조선총독부의 눈을 피했다. 임시정부로 돌아갈 때 활명수를 지참했고, 중국 현지에서 비싸게 팔아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했다고 전해진다.

실제 서울 순화동 동화약품 창업지(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로9길 14)에는 서울연통부 기념비가 남아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속 동화약방의 활약상과 설립 의의를 재조명하고 있다.

이후 활명수는 국내 최초 등록상표인 '부채표'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 1967년 활명수에 탄산을 더한 '까스활명수'는 지난 2020년 기준 국내 생산실적 1위를 기록해 국민이 가장 많이 먹은 일반의약품으로 꼽힌다.

활명수는 액제 소화제 시장 매출 1위는 물론 70% 이상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약 90억병이 판매된 것으로 집계된다. 90억병의 활명수를 한 줄로 세웠을 때 지구 25바퀴를 두를 수 있다.

이처럼 활명수가 오랜 기간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시대에 맞춘 변화다. 1967년에는 본래의 활명수에 탄산을 첨가한 까스활명수로 청량감을 보강했고, 1991년에는 브랜드 리뉴얼로 '까스활명수-큐'라는 새 옷을 입었다.

동화약품은 2012년 편의점 상비약 '까스활'을 비롯해 2015년 오매(매실을 훈증한 생약성분)를 함유한 '미인활명수', 스틱형 파우치 포장만 5세에서 7세를 위한 어린이 전용 소화정장제 '꼬마활명수'를 선보이기도 했다.

활명수를 통한 ESG 경영도 10년째다. 동화약품은 2013년부터 매년 독특한 디자인을 담은 '활명수 아트 콜라보레이션 기념판' 제품을 선보이며, 판매수익금을 물 부족 국가의 식수 정화, 우물 설치, 위생 교육 사업 등에 지원한다.

활명수 브랜드의 최근 5년간 매출은 2017년 561억원, 2018년 579억원, 2019년 615억원, 2020년 681억원, 2021년 719억원이다. 2022년 3분기 누적 매출은 582억원으로 매년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활명수 브랜드 제품.(=동화약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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