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쿠팡식 전략으로 상장 추진하는 11번가, 매각설 도는 이유

김은영 기자 2022. 11. 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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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누적 영업손실 1071억원... 전년 대비 적자 폭 413억원 확대
직매입 사업 덕에 매출 43% 늘었지만, 마케팅 비용은 늘어
SK쉴더스·원스토어도 상장 철회했는데... 일각에선 매각설도 등장
11번가 “매각은 사실무근... 예정대로 상장 추진”

내년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11번가의 상장 계획에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올해 3분기 영업손실이 364억원으로 작년(-189억원) 같은 기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데다, 경기 불황과 투자심리 위축으로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거란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죠.

투자은행(IB)업계에선 11번가의 매각설까지 돌고 있습니다. 이에 유통업계에선 SK그룹이 11번가의 상장 불발을 대비해 ‘플랜B’를 구상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그래픽=손민균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1번가는 올해 3분기 매출이 1899억원으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습니다. 이는 2018년 독립 법인 출범 이후 가장 높은 분기 매출액입니다. 당기순이익은 일회성 법인세 수익이 반영돼 2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영업적자 규모는 작년보나 더 커졌는데요. 3분기 누적 영업손실 규모는 1071억원입니다. 작년 같은기간(-653억원)보다 약 413억원 가량이 확대된 거죠. 분기별로는 2020년 3분기 14억원의 이익을 낸 후 8분기째 적자가 계속됐습니다.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내년으로 예정된 상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11번가는 지난 2018년 SK플래닛에서 분사할 때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H&Q코리아 등에서 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5년 내 IPO를 조건으로 내걸었죠.

이 기한이 내년 9월말로 곧 도래하는데요. 기한 내 상장하지 못하면 8%의 수익을 붙여 투자금을 돌려줘야 합니다.

문제는 증시 불황에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게 됐다는 겁니다. 11번가는 투자 유치 당시 2조7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시장에선 상장 시 기업가치가 4조~5조원으로 뛸 거로 예측했죠. 하지만 현재는 기업가치가 1조원대에 그칠 거라는 게 증권가의 전망입니다.

일각에선 모 회사인 SK스퀘어가 11번가의 상장을 포기하고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앞서 상장을 추진했다가 철회한 SK쉴더스와 원스토어에 이어, 11번가도 상장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건데요. 이에 11번가 관계자는 “매각 계획은 사실무근이며 예정대로 상장 추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11번가 슈팅배송. /11번가

IPO의 키를 쥔 하형일 11번가 사장의 어깨도 무거워졌습니다. 지난 3월 11번가의 수장이 된 하 사장은 SKT에서 ADT캡스 인수(2018), 티브로드 인수합병(2020), 우버 투자유치 및 티맵모빌리티와의 합작사(JV) 설립(2021), 마이크로소프트·DTCP 등 원스토어의 국내외 투자유치(2021) 등을 이끌며 ‘신규 사업 전략가’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그가 11번가의 IPO를 위해 내세운 전략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익일 배송 서비스 ‘슈팅배송’ ▲SKT와 제휴한 멤버십 서비스 ‘우주패스’입니다.

개인 및 기업 판매자들에게 장을 열어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오픈마켓은 상품의 가격 경쟁 외에 차별화를 주기 힘들어 과거와 같은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오픈마켓을 기반으로 한 11번가가 아마존 제휴와 쿠팡식 직매입 사업에 나선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죠.

11번가에 따르면 이중 슈팅배송의 성장세가 크다고 하는데요, 슈팅배송은 쿠팡의 ‘로켓배송’처럼 직매입 상품을 창고에 보관해 두고 상품을 빠르게 배송하는 서비스입니다. 슈팅배송의 3분기 거래액은 지난 2분기보다 3.9배 증가했고, 월평균 이용 고객 수는 46%, 인당 구매금액은 166% 늘었습니다.

그러나 운영비가 많이 드는 직매입 사업을 기반으로 하다보니, 적자 확대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11번가는 “이커머스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로 작년 동기 대비 영업 적자 폭이 확대됐다”면서도 “합리적인 비용 통제를 통한 수익성 개선 노력의 결과를 얻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일각에선 최근 쿠팡의 흑자 전환으로 인해 이커머스 업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적으로 바뀔 거란 기대도 나옵니다. 그러나 쿠팡은 직매입을 기반으로 하고, 11번가는 오픈마켓을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어 직접 비교가 어렵습니다.

오히려 내년부터 이커머스 성장세가 둔화할 거란 관측이 나오고 있어 시장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터는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이 둔화하면서 기업들에 대한 옥석 가리기 작업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기업들은 가격이나 배송 경쟁보다는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여 소비자를 록인(묶어두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이커머스 시장의 기본이 된 최저가, 빠른 배송 전략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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