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전 돌입한 기후총회…‘손실과 피해’ 재원 기구 설치될까

김규남 2022. 11. 1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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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름엘셰이크 현장][제27차 유엔기후변화총회]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에 참석한 각 나라의 기후활동가들이 18일(현지시각) 총회장 캠퍼스에서 시위에 나서 손실과 보상 재원 기금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6일부터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리고 있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가 ‘연장전’에 들어갔다.

198개 당사국들은 폐막일인 18일(현지시각)을 넘겨 19일에도 총회 결정문 합의를 위해 막판 치열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폐막일을 넘긴 협상은 이번뿐 아니라 지난 당사국 총회들에서도 종종 있어왔던 풍경이다. 198개국 모두가 동의하는 문구들로 이뤄진 결정문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합의의 핵심 쟁점은 이번 총회 개막식날 유엔기후변화협약 회의 역사상 최초로 정식 의제로 채택됐고, 총회 기간 내내 최대 이슈였던 ‘손실과 피해 재원 마련’ 방안이다. 개도국들은 기후위기로 인한 경제적·비경제적인 손실과 피해에 대해 선진국들이 재원을 마련할 별도의 전담 기구를 설립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선진국은 별도의 기구를 설립하지 말고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산하의 기존 재원 마련 기구인 녹색기후기금(GCF) 등을 활용하자며 대립각을 세운다.

이렇게 개도국과 선진국 간에 평행선을 달리자 돌파구 마련을 위해 중재안들이 잇따라 제시됐다. 19일 샤름엘셰이크 현지에서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먼저 손실과 보상 재원 기구 설립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세 가지 입장이 있다.

①이번 27차 당사국 총회에서 손실과 피해를 위한 기금을 설치한다.
-지지 그룹: G77+중국(130여개 개도국), 아랍그룹(아랍 지역 20여개국), AGN(아프리카 지역 50여개국) 등 개도국들

②손실과 피해 기금을 설치하는 방향으로 내년 COP28에서 결정한다.
-중재안으로 제시됨

③내년 COP28에서 손실과 피해에 관한 문제를 정리한다.
-지지 국가: 미국, 일본 등

개도국은 이번 당사국 총회에서 손실과 피해 기금 설치에 대한 합의를 이루려고 하는 데 반해, 선진국은 이번 총회에서 결론을 내기는 어려우니 내년으로 미뤄서 다시 논의하자는 입장인 것이다.

이처럼 개도국과 선진국간에 입장차로 인해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총회 폐막일을 하루 앞둔 지난 17일 밤 유럽연합(EU)이 중재안을 내놨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프란스 티메르만스 부위원장이 ‘온실가스 감축 강화’와 ‘올해 손실과 피해 재원 마련’을 묶어서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 강화는 선진국이 주도하는 이슈이고, 손실과 피해 재원 마련은 개도국이 주도하는 이슈이니 둘을 합쳐 ‘패키지딜’을 통해 서로 양보와 타협을 이끌어내보자는 셈법이다.

이어 폐막일인 18일에 밤에는 선진국인 미국과 영국이 새로운 제안을 내놨다. ‘특히 취약한 개발도상국을 위해 새롭고 강화된 자금조달 약정을 수립하기로 하지만, 이러한 약정에는 공공과 민간을 포함한 다양한 출처의 기부금이 포함될 것’이라는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영국의 제안에는 누가 비용을 지불할 것인가와 같은 난제를 다루기 위해 전문가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유엔기후변화협약과 파리협정에 따른 (손실과 피해) 기금 설립을 명시적으로 설정하기보다는 기금 설립을 고려하도록 요청한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재원 조성 주체는 선진국뿐 아니라 재원을 조성할 수 있는 역량 있는 국가들과 민간 금융 등으로 폭넓게 구성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오고 있다. 손실과 피해 재원 마련은 선진국의 온실가스 역사적 배출 책임에서 비롯된 ‘보상’이 아니라 인도적 차원의 ‘지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러한 미국·영국의 제안은 아직 손실과 피해 재원 마련 기구의 성격과 그 설립 시기, 재원 마련의 주체 등이 뚜렷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제안에는 호주와 뉴질랜드도 지지하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이 교착에 빠진 상태에서 의장단은 주장이 선명하고 강한 국가들과 개별 양자 협의를 잇따라 이어가고 있다. 유럽연합의 중재안, 미국·영국의 제안 등이 새로 나온 상황에서 조정을 이어가고 있는 의장단이 어떤 합의를 이뤄낼지 주목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결국 이번 총회에서 손실과 피해 재원 마련 기구는 설치될 수 있을까. 샤름엘셰이크 현장에서 한국 정부 협상단에 손실과 피해 관련 자문을 담당하고 있는 한 전문가는 “이번 총회에서 손실과 피해를 위한 기금을 만드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그는 “기금을 만들기로 결정하면 그건 정치적인 결정이고, 그 기금을 어디에 설치할건지, 기금이 어디에 쓰이도록 할건지 등의 굉장히 복잡하고 구체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는 후속 논의가 필요하다”며 “실제 녹색기후기금(GCF)의 경우에도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COP15)에서 기금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실제 가동하기까지는 6년이나 걸렸다”고 설명했다.

샤름엘셰이크/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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