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한국판 인태전략① 윤 대통령은 왜 아세안에서 인태전략을 발표했나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발표한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이하 인태전략)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지난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정상회의에 초청된 윤 대통령이 "마드리드는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글로벌 안보-평화 구상이 나토의 '2022 신전략 개념'과 만나는 지점"(6월 28일, 참모진과의 회의)이라고 했을 때, 그리고 "평화와 안보, 인권과 민주주의 같은 나토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는 새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다. 우리는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 수호에 더욱 적극적으로 기여하고자 한다."(6월 30일, 스페인 동포간담회)라고 했을 때, 한국판 인태전략의 큰 얼개는 예고된 것과 다름없다. (참고 : [취재파일] 윤석열 정부의 '전략적 선명성'에 주어진 고차원의 외교 방정식)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6810466 ]
다른 어떤 것보다 빨리 개념화 된 '인도-태평양'
그렇다고 고정불변한 것도 아니다. 카자흐스탄이 대표적이다. 전통적으로 아시아 국가로 분류됐던 카자흐스탄은 아시안게임에 참여하지만, 월드컵 지역 예선은 '유럽 지역'으로 분류돼 치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인도-태평양'이라는 용어의 개념화 과정은 독특하다. 국제 정치 무대에서 '인도-태평양'이라는 용어만큼 빠른 시간 내에 현재와 같이 일상화 된 용어는 흔치 않다.
국제 무대에서 '인도-태평양'이라는 지역적 개념은 처음 사용한 사람은 아베 전 일본 총리로 알려져 있다. 아베 총리는 2007년 인도를 공식 방문 했을 때 인도 의회에서의 연설에서 '인도-태평양'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한 걸로 알려져 있다. 이후 일본은 2016년 8월, 제6차 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도쿄 국제회의 연설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며 지역 전략화했다.
'인태전략 = 중국 견제'는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판 인태전략을 굳이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발표한 건, 미국에 동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인태전략을 발표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꼭 중국을 배제하거나 견제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측면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아세안 정상회의 연설에서 "아세안은 한국의 인태 전략을 추진해 나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다", "'아세안 중심성'과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을 확고하게 지지한다"고 발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공개한 한국판 인태전략 그 자체도 미국과 일본의 인태전략과는 차별성이 있다. 미국과 일본의 인태전략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 또는 비전으로 '자유'와 '개방'이 핵심 키워드다. '자유는 권위주의가 아닌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강조, '개방'은 인태 지역 특히, 인태 지역 해양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강조한 것으로 주로 이해된다.
반면, 윤 대통령이 공개한 인태전략의 제목은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이다. 윤석열 정부가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며 '가치외교'를 표방하는 만큼, 인태 전략에 미국이나 일본과 마찬가지로 '자유'를 넣되 중국 견제 성격이 짙은 '개방' 대신 '평화'와 '번영'을 강조한 것이다. 인태 전략 3대 협력 원칙으로 '포용','신뢰','호혜'를 꼽은 것도 한국판 인태전략의 대 중국 견제 성격을 희석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당국자들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이 중국 견제에 있지 않음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왔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3연임 결정으로 좀 더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보이는 중국과 가치 외교 지향하는 윤석열 정부와의 접점은 점점 더 사라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가치 외교가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지만, 가치 외교가 전부는 아니다. 가치 외교가 모든 걸 포괄하는 개념일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한중 관계에는 '상호존중'이라는 키워드가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다" 총론으로서의 외교 전략과 별개로, 중국과의 외교에서는 자율성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는 의미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합뉴스)
박원경 기자seagul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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