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금수저' 승유 "육성재와 애틋, 경험치 담은 조언 감사"

황소영 기자 2022. 11. 19.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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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유
배우 승유(26)가 데뷔 첫 미니시리즈 신고식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MBC 금토극 '금수저' 육성재(이승천)의 누나 이승아 역으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은 것. 종영했다는 사실이 아쉽고 허전하지만 팬이 생겼다는 사실 자체가 그저 신기하다는 그는 "인생의 굴곡이 많았지만, 앞으로도 그런 것들이 있겠지만 곁에 있는 사람들을 챙기며 그렇게 하나씩 극복해나가고 싶다"라는 건강한 의식을 가진 사람이었다. 솔직하고 소탈했다.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승유였다.

-'금수저'에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출연한 첫 작품은 아니지만 데뷔작이라고 감히 얘기하고 다니고 있다. 결코 쉽게 얻은 자리가 아니었다. 두 번 정도 미팅을 했다. 떨어진 줄 알고 엄청 울었는데, 한 달 뒤에 감독님께 연락이 왔다. 처음 만났던 그날의 매력을 살려서 승아란 캐릭터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해줘 너무 감사했다. 그때부터 정말 재밌게 캐릭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합격 소식을 접했을 때 너무나 기뻤겠다.

"진짜 안 믿겼다. 잘하고 싶어서 두 번째 미팅 때 에너지를 너무 많이 가져갔던 게 독이 됐던 것 같다. 감독님이 처음 만났던 라이트 한 느낌으로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렇게 캐릭터를 찾아갔던 것 같다."

-승아의 어떤 모습에 집중해 연기했나.

"전형적인 K-장녀의 모습을 밉지 않게 그리고 싶었다. 화끈하고 불도저 같지만 집안을 책임지려는 가장의 모습 속 사랑스러움을 한 방울을 담아 많은 장녀들이 공감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승유

승유
-실제로 장녀인가.

"둘째다. 위에 언니가 있어서 언니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다. 언니한테 모티브를 많이 따왔던 것 같다. 언니가 모니터링을 해줬다. 아쉬웠던 건 사전 제작 드라마다 보니 조언을 듣고 수정할 수 있는 건 없었는데 세세하게 조언을 해줘 너무 고마웠다. 다음 작품에선 그 점을 참고해 준비하려고 한다."

-부모님도 많이 좋아했겠다.

"이렇게 부모님이 좋아하는 모습을 처음 봤다. '내 딸이야!' 이렇게 말할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은 처음이었으니까 아무래도 더 그랬던 것 같다. 실시간 댓글을 보면 누가 봐도 엄마 같은 댓글을 자주 봤다.(웃음) 엄마 친구들 중에 한 분이 엄마 딸인지 모르고 칭찬했다고 하더라. 좋아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뿌듯했다."

-'금수저' 촬영장은 어떤 분위기였나.

"진짜 가족 같아서 마지막 촬영 날 많이 울었다. 마지막 촬영이 공원에서 가족의 행복한 모습을 담는 신이었는데 진짜 가족과 헤어지는 기분이라 슬펐다. 마지막 촬영 때 손 편지를 써서 머플러랑 선물해드렸다. 선배님들이 좋은 말을 너무 많이 해줬다. 극 중에선 엄마, 아빠(배우 한채아, 최대철)였지만 실제론 따뜻한 언니, 오빠였다. 마음으로 잘 챙겨줬다. 첫 현장부터 너무 행운이었던 것 같다."

-극 중 동생 역할이었던 육성재, 이종원과의 호흡은 어땠나.

"(육)성재 씨랑은 힘든 순간에 많이 만나서 그런지 애틋함이 많았고, (이)종원 씨랑은 행복한 순간에 많이 만나서 그런지 투닥거리는 게 많았다. 연기적으로 성재 씨가 도움을 많이 줬다. 제가 데뷔작이다 보니 감정의 정도를 어떻게, 얼마나 써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 더해야 하는지, 덜해야 하는지 그런 호흡을 맞춰줘 고마웠다. 1살 나이 차지만 '역시 연예계 오래 몸담은 선배구나!'란 게 느껴졌다. 나이보다는 경험치가 좀 더 중요한 것 같다. 종원 씨는 연기적으로 잘 안 풀릴 때 초콜릿 하나 쓱 내밀면서 '잘하고 있어' '괜찮아' 이런 격려를 많이 해줬다. 정말 스위트 한 오빠다. 현장에 정말 모난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좋았다."

-승아와의 싱크로율은.

"주변에선 다 저 같았다고 하더라.(웃음) 너무 다른 인물을 연기하면 지인들이 오글거린다고 할 수 있는데 다 저 같았다고 해서 그게 더 의문이었다. 전 조용한 사람이다. 평소 화를 내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승아가 화를 내는 장면에서 정도를 고민했던 것이다. 스스로는 절반 정도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금수저'를 통해 배운 점이 있다면.

"아직 신인이고 이렇게 서사가 길게 나온 역할은 처음이다 보니 아쉬운 점들이 눈에 많이 보였다. 특히 정도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앞으로 많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요즘 차기작 미팅을 다니고 있는데 작품 전과 태도가 달라진 것 같다. 스스로에 대한 프라이드도 생겨서 감독님들 앞에서 주눅이 안 들게 되고, 제 연기에 대한 확신도 생겼다. 마음가짐이 사람을 바꾸더라. '금수저' 송현욱 감독님도 방영 전에 '승유야 너 지금 오디션 보지 마. '금수저' 이후에 더 잘 될 거야, 믿어. 감독님들이 보는 시선도 달라질 거고 태도도 달라질 거니까 순서를 기다렸으면 좋겠다'라고 믿음과 확신을 줬다. 힐링되는 말을 많이 해준 감독님이다. 그래서 요즘은 오디션 보러 다니는 게 좋다. 좋은 마음가짐이 생긴 덕분인 것 같다."

승유
-이력이 특이하다.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 출신) 예고에서 실용 음악을 전공했고 (서울예술대학교 출신) 대학 때는 연기를 전공했다. 중간에 연습생을 하다 그만두는 걸 반복한 케이스다. 연기를 시작한 건 친구 따라 연기학원에 가면서부터다. 어떻게 보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하다가 고등학교 3학년 때 대입에서 다 떨어지고 재수하면서 '이건 쉽게 접근하면 안 되는구나!' 깨닫고 그때부터 진지하게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재수 때 힘들지 않았나.

"20살 시기에 같은 예고 출신 친구들이 데뷔하고 잘 나가던 시절이다. 연습실에서 연습복을 입고 있는 내 모습이 초라했다. 근데 연기를 이제 시작했는데 잘하는 것도 이상한 게 아닌가 싶었다. 그냥 해보자고 생각했고 연기를 춤, 노래 배우듯 통으로 외웠다. 그랬더니 대입에서 3관왕을 했다. 힘들었지만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하다 보니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낸 것 같다. 힘들었지만 뿌듯하게 끝낸 20살이었다."

-대학 생활이 정말 즐거웠겠다.

"21살 때부터 날아다녔다. 차석으로 입학했다. 가서 주인공만 하고.(웃음) 정말 재밌는 곳이더라. 예고에서 느껴보지 못한 자유로움을 얻었던 것 같다."

-JTBC 오디션 프로그램 '믹스나인' 출신이기도 하다.

"그때가 22살, 23살 때였다. 대학교 다닐 때 주인공만 해서 저에 대한 프라이드가 있다가 모든 걸 내려놓고 가수에 도전해보자고 해서 나간 프로그램이었다. 끼 많고 날아다니는 친구들 사이에서 너무 작아지더라. 끼 많은 친구들 사이에서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더라.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그러다가 '자취, 방'이란 웹드라마를 찍으면서 연기에 대한 재미를 느꼈다. 승유라는 사람은 '믹스나인'에서 작아졌지만 다른 사람으로 빙의해선 '사랑받네?!' 다른 사람이 되는 건 재밌는 작업이란 걸 느꼈다."

-'자취, 방'이 운명을 바꾼 것인가.

"그때 가수 연습생이었다. 그냥 가볍게 찍어보자고 했는데 이게 배우가 되는 계기가 됐다. 거기서 악역을 했는데 악플이 진짜 많이 달렸다. 근데 악플을 받는다는 건 연기를 잘했다는 뜻이지 않나. 그게 희열을 주더라. 그때 배우로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인생의 굴곡을 견뎌내고 여기까지 왔다.

"이러한 굴곡을 통해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란 걸 느꼈다. 특히 친언니가 영화 스태프 출신이다. 언니가 '배우는 혼자 만들어지는 직업이 아니다. 주변에서 도와주기 때문에 작품 하나가 잘 나오는 것이다. 겸손하게 행동하라'라고 조언해줬다.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해서 평소 주변 스태프분들한테 고마움을 많이 표현하려고 한다."

-20대 초중반 뜻대로 되지 않던 현실에 지치는 순간도 많았을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는 같이 달리던 친구들이 하나둘 작품을 하면서 우울감이 컸다. 극복할 수 있었던 건 그 마음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는 점인 것 같다. 절친했던 친구(배우 송영아)에게 '네가 작품에 들어가서 내게 자격지심이 있었어. 너의 말들이 다 투정처럼 느껴지고 그때 널 많이 미워했어. 근데 '금수저' 캐스팅되면서 그런 마음이 사라진 것 같아. 나 잘 될 거야. 우리 같이 열심히 해보자. 우리 '존버'하자'라고 했었다. 슬럼프를 극복한 건 그 마음 자체를 인정한 점인 것 같다. 시작부터 늦었고 데뷔 자체도 늦었지만 그만큼 더 오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인드로 바꿨다. 영아는 내게 페이스 메이커다. 친구이자 동료고 함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그런 소중한 존재다."

-연말 계획은.

"연말 시상식에 초대해줄지 모르지 않나. 그래서 요즘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연기적으로 공부를 많이 하려고 한다. 차기작도 중요하지만 부족한 점을 알았으니 연기적으로 채우고 싶다. 그간 못 만났던 사람들을 만날 계획이다. 가족들과 여행도 가고 싶다."

-남은 20대는 어떻게 채워갈 계획인가.

"일단 31살까지는 목표를 세웠는데 큰 역할 작은 역할 가리지 않고 다작을 하는 것이다. 나중에 잘 됐을 때 '이 배우가 거기서 이 역할로 나왔네?' 그런 사람들이 있지 않나. 누구나 주인공이 되고 싶지만 나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지 않나. 그런 것에 조급해하지 않고 꾸준함에 감사하자고 생각했다."

-마인드가 건강해서 좋다.

"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이뤄진다고 믿는 사람이다. R=VD다. 10년 전 가수 지망생 때 큐브엔터테인먼트가 가장 오고 싶었던 회사였다. 어떤 회사에 들어갔다가 큐브가 아니라서 나와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걸 못 이루다가 우연한 기회에, 딱 10년 후에 배우로 큐브에 들어가게 됐다. 사람이 간절하게 원하면 언젠가는 이뤄지는 것 같다. 우연치 않은 기회에, 우연치 않은 사람을 만나 비투비란 그룹의 멤버와 같이 연기를 하지 않았나. 사람 일은 모르니 좌절하지 말고 해 보자고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인간 민트 초코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모두에게 사랑을 받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사랑해주는 분들은 그 자체를 사랑하지 않나. 민트 초코처럼 호불호가 가려질지 언정 사랑하는 분들에게 보답을 할 수 있는 매력 강한 배우가 되고 싶다. 민트 초코가 세상을 지배하듯 나의 매력이 사랑받길 바란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박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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