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서울 ‘여성 중계진’ 한명도 없다…BBC 해설엔 3명 배치

고병찬 입력 2022. 11. 19. 11:05 수정 2022. 11. 19.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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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재-박지성-장지현, 김성주-안정환-서형욱, 이광용-구자철.

19일 <문화방송> (MBC), <에스비에스> (SBS), <한국방송> (KBS) 누리집과 보도자료 등을 보면, 지상파 3사가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중계를 맡긴 캐스터 및 해설위원 27명 중 여성은 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도 전문성 있는 여성 축구인이 늘어난 만큼 지상파 3사가 월드컵 중계진에 변화를 주려는 노력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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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카타르월드컵 중계진 27명 중 여성 0명
지상파 국제경기 중계에 여성배제 지속
“여성 중계진 육성·등용 노력해야”
<에스비에스>(SBS) 월드컵 중계진. <에스비에스> 제공

배성재-박지성-장지현, 김성주-안정환-서형욱, 이광용-구자철.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지상파 3사가 내세운 ‘메인’ 중계진 명단이다. 익숙한 목소리의 유명 캐스터, 국민 대다수가 아는 전설적인 축구선수 출신 해설위원 등으로 꽉꽉 채웠지만, 여성 중계진의 숫자는 ‘0명’이다. 지난해 열린 도쿄올림픽에서도 수십명의 중계진 중 대다수가 남성이었던 만큼 지상파 3사가 국제 스포츠 경기 대회 중계에 여성을 등용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문화방송>(MBC), <에스비에스>(SBS), <한국방송>(KBS) 누리집과 보도자료 등을 보면, 지상파 3사가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중계를 맡긴 캐스터 및 해설위원 27명 중 여성은 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에서 한국 경기 중계를 맡는 ‘메인’ 중계진 외에 서울에서 중계를 맡는 인원을 전부 합쳐도 여성은 찾아볼 수 없다. 수년 전부터 여성풋살동아리에서 활동 중인 직장인 송아무개(25)씨는 “스포츠는 남성의 영역이라는 고정관념으로 스포츠를 평론하는 영역도 특정 성에 쏠려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특히 월드컵 중계진의 성비가 불균형한 문제는 중계진 면면의 선정 과정의 불공정 차원이 아니라, 기준 선발 자체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냐”고 했다.

<문화방송>(MBC) 월드컵 중계진. <문화방송> 제공

지상파 3사의 국제 스포츠 경기 대회 중계진에서 여성을 찾아보기 힘든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중계에 투입됐던 지상파 3사 여성캐스터는 총 33명 중 2명만이 여성이었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서울YWCA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 중계방송 325건을 분석한 결과 여성캐스터가 중계한 경기는 전체의 7%에 불과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해설자를 포함한 전체 중계진 성비도 여성 124명(24.8%), 남성 375명(75.2%)으로 남성이 3배 많았다.

국외에서도 월드컵 중계진은 남성이 대부분이었지만, 4년 전부터 성별 구성에 변화의 조짐이 있다. 이미 영국에서 프리미어리그 해설자로 이름을 날린 재키 오틀리는 이번 월드컵 미국 케이블 <폭스 스포츠> 에서 미국 월드컵 방송 역사상 첫 여성 실황 해설자로 활약할 예정이다.

영국 방송 <비비시>(BBC)은 피엔 뮬렌스틴, 비키 스파크스, 로빈 코웬 등 여성 월드컵 중계진만 3명이다. 2019년 대학을 졸업한 20대 여성 방송인 뮬렌스틴은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과 한 인터뷰에서 “여성들도 축구를 보고, 듣고, 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20~30년 전에는 여성이 축구를 보고 목소리를 낼 선택지가 없었다. (이제는) 여성도 남자 축구 경기를 해설하는 것이 허용돼야 한다. 이는 (시청자가) 다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선택지를 허용하는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전문성 있는 여성 축구인이 늘어난 만큼 지상파 3사가 월드컵 중계진에 변화를 주려는 노력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축구협회 통계를 보면, 올해 축구 전문 지도자 3024명 중 여성은 102명이고, 협회에 등록된 여성 축구선수도 1459명에 달할 정도로 적지 않다. 지난해 11월엔 여성 지도자 최초로 20살 이하(U-20) 여자축구 대표팀 사령탑에 황인선(45) 감독이 부임하기도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중계방송 모니터링을 담당했던 김예리 서울YWCA 여성운동팀 부장은 “중계진이 한쪽 성별로 몰려있을 경우 성차별적 발언이 여과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특히 여성 체육인에 대한 편견이 고착될 수 있다”며 “스포츠 영역에서도 성비가 균등해질 수 있도록 방송사에서도 여성 중계진을 육성하고 등용하려는 노력과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방송>(KBS) 월드컵 중계진. <한국방송> 제공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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