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도 속였던 '테라노스' 전CEO 엘리자베스 홈즈, 135개월 징역형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연방법원으로 향하는 엘리자베스 홈즈 전 테라노스 최고경영자(CEO) /AFPBBNews=뉴스1

실리콘밸리 '희대의 사기꾼' 엘리자베스 홈즈 전 테라노스 최고경영자(CEO)가 11년 넘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연방법원의 에드워드 다빌라 판사는 이날 홈즈에게 테라노스 투자자들을 속인 혐의로 총 135개월(11년3개월)의 징역을 선고했다.

다빌라 판사는 홈즈의 사기 행각으로 10명의 투자자가 1억2100만 달러(약 1625억원)의 손실을 보았다고 결론지었다. 앞서 미 검찰은 징역 15년과 배상금 8조 달러 지급을 요청했었다.

2003년 미 스탠퍼드대를 중퇴하고 19세에 테라노스를 창업한 홈즈는 '혈액 몇 방울로 수백 가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히면서 실리콘밸리의 스타로 떠올랐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획기적인 진단기기로 손가락에서 채취한 혈액 몇 방울로 암을 포함 250여 개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홈즈는 자신의 '획기적인 기술'을 통해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 등으로부터 9억45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고, 순자산 45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여자 스티브 잡스', '실리콘밸리의 자수성가 억만장자' 등으로 불렸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주관한 행사에 엘리자베스 홈즈 전 테라노스 최고경영자(CEO) 가 참석해 대화하는 모습 /AFPBBNews=뉴스1

정치인과 기업인도 경쟁적으로 테라노스와 손을 잡았다. 전설적인 외교관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 홈즈의 은사였던 채닝 로버트슨 스탠퍼드대 화학공학과 교수 등이 테라노스 이사진으로 합류했다.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이 테라노스 연구실에 방문해 극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홈즈가 홍보한 '획기적인 기술'이 실체가 없는 '허구'라는 것이 폭로되면서 그의 삶도 몰락했다. 90억 달러에 달하는 테라노스의 기업가치는 휴지 조각으로 변했고, 홈즈는 2018년 투자자 기만 등의 혐의로 기소돼 결국 징역형을 선고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NYT는 "기술 스타트업 사이에서 과장과 과대광고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회사 임원이 사기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받고 감옥에 가는 일은 드물다"며 홈즈의 사기행각이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시사했다.

둘째 아이를 밴 채로 이날 법정에 선 홈즈는 "저는 테라노스를 사랑했다. 내 인생의 작품이었다. 나는 내 실패에 망연자실했다"며 이번 사건이 사기가 아닌 '사업 실패'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홈즈의 범죄는 실패한 것이 아니라 야망에 눈이 멀어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혁신가와 투자자 사이의 신뢰를 무너뜨린 수년에 걸친 광범위한 사기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테라노스를 '엔진이 고장 난 비행기'라고 비유하며 "투자자들은 그 비행기에 갇혀 탈출한 방법이 없었고, 회사가 문을 닫았을 때 그들 중 누구도 보상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홈즈는 법원의 최종 선고 이후 14일 이내에 항소할 수 있다. 주요 외신은 홈즈가 항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변호인단이 보석금을 내고 홈즈가 출소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홈즈 변호인단은 논평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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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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