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쉽게 벌더니 며칠사이 폭삭...숨겨진 빚만 수조원, 사태 전말은 [뉴스 쉽게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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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X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의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는데요. 파산 보호는 일단 기업이 빚을 갚는 걸 잠시 멈추고, 보유 자산을 매각해 기업을 정상화할 수 있는지 검토하기 위한 절차를 말해요. 우리나라의 기업회생 절차와 비슷한데, 회생이 힘들다고 판단되면 파산을 결정하게 돼요.
FTX의 부채 규모가 최대 500억 달러(약 67조원)로 워낙 커서 사실상 망한 것으로 볼 수 있어요. 심지어 숨겨진 조 단위의 빚이 추가로 확인되고 있다고 해요.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코인 업계의 최대 규모 참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어요.
‘잘 나간다’고 평가받던 FTX는 왜 며칠 사이에 망하게 된 걸까요? FTX의 위기는 ‘취약한 재무 구조’가 알려지면서 시작됐어요. 2019년 설립된 FTX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는데, 이 회사가 규모가 키워 온 재무적 기반이 부실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거예요. 쉽게 말하면 ‘겉으론 돈이 엄청 많은 것 같이 보이지만, 사실 아주 불안한 구조다’라는 지적이 나온 거죠.
FTX를 만들어 억만장자가 된 사람은 올해 서른 살인 샘 뱅크먼 프리드 최고경영자(CEO)예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을 졸업한 그는 FTX와 함께 ‘알라메다 리서치’라는 투자사도 함께 창업해서 성공 가도를 달려왔어요. FTX는 세계 3위 규모로 성장했고, 알라메다는 다양한 암호화폐 관련 회사에 투자를 하며 코인업계의 ‘큰손’이 됐죠.
그런데 최근 두 회사가 몸집을 불린 방식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FTX는 ‘FTT 토큰’이라는 암호화폐를 자체 발행했는데, 이걸 이용해서 알라메다가 무리하게 규모를 키웠다는 거예요. FTT 토큰은 쉽게 생각하면 FTX 거래소가 발행한 주식과도 같아요. FTX 거래소가 유망한 만큼 FTT의 가치도 높아져요.
알라메다는 FTX가 발행한 FTT를 아주 초기에 싼 가격으로 많이 사들였고, FTT 가격이 오르면서 자산도 급격히 늘어났어요. 투자회사가 사실상 직접 만든 코인으로 돈을 번 것만 봐도 조금 찜찜한 면이 있긴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후의 과정이었어요.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 알라메다의 자산 규모는 약 20조원에 달했을 정도예요. 주인이 같은 FTX 거래소와 알라메다가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였다는 점을 고려해 조금 과격하게 표현해보면 이런 흐름이었던 셈이에요.
직접 만들어낸 암호화폐 수조원 어치를 담보로 → 현금 수조원을 빌려서 → 다시 벤처기업에 수조원을 투자하고 → 투자한 암호화폐 벤처도 성장한다 → 결국 총 자산이 수십조원으로 불어난다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이 성장세를 멈추고 최근 1년 넘도록 하락세를 이어가자 상황은 달라졌어요. 알라메다가 투자한 코인 회사 중 실패하는 곳들이 생겨난 거예요. FTT라는 암호화폐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어떤 회사에 투자했는데, 해당 회사가 망하면 어떻게 될까요? 투자금은 날릴 수밖에 없고, 자금 여유가 넘쳐서 투자금을 날려도 상관없는 게 아니라면 담보였던 FTT는 청산당하게 돼요.
청산당한다는 건 코인을 담보로 알라메다에 대출해준 기관이 담보인 코인을 강제로 팔아 버리고, 그 돈을 가져간다는 의미예요. 만약 이런 청산이 이어지면 FTT의 가치는 폭락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투자자들이 우려할만하죠.
이런 위험의 불씨에 아예 기름을 부은 건 세계 1위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자오창펑 CEO였어요. 자오 CEO는 “FTT는 루나·테라처럼 폭락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보유 중인 FTT 5억 3000만달러(약 7300억원) 상당을 모두 매각하겠다고 밝혔어요.
실제로 바이낸스가 FTT 토큰을 매각하기 시작하자 가격은 즉시 급락했어요. 세계 1위 거래소 CEO가 ‘불안해서 팔아야겠다’고 말했으니 다른 투자자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겠죠. 그저께(9일) 하루 만에 FTT 가격이 80% 이상 폭락했고, 다음날인 어제(10일)도 추가로 40% 이상 하락했어요.
당연히 FTX 거래소와 알라메다의 보유 자산 가치는 급격히 쪼그라들었어요. 두 회사가 함께 파산할 수 있다는 소문도 퍼졌어요. FTX 거래소가 망해버리면 여기에 돈과 코인을 맡겨두고 암호화폐를 사고팔던 투자자들은 돈을 잃게 돼요. 투자자들은 앞다퉈 FTX에서 자금을 인출하기 위해 몰려들었어요.
FTX 거래소는 처음엔 자산을 빼가는 투자자들에게 돈과 암호화폐를 돌려줬지만, 지난 9일 새벽(한국시간)부터 출금 중단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어요. 갑자기 투자자들이 너무 많은 돈을 빼가기 시작해서 감당이 안 됐던 거죠. 이런 사태에 발생했을 때 고객 돈을 돌려줄 수 있는 충분한 준비금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거예요.
바이낸스가 FTT 토큰 7300억원어치를 팔아치운 이후 약 이틀 동안 세계 암호화폐 가치는 200조원 이상 사라졌다고 해요. 특히 FTX와 알라메다가 몸집을 불리면서 다양한 암호화폐에 투자해왔기 때문에 관련 자산이 덩달아 폭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요.
이번 사태를 1위 거래소 바이낸스가 경쟁자인 3위 거래소 FTX를 공격한 것으로 보는 사람들도 존재해요. 바이낸스는 중국계 거래소이고, FTX가 미국계 거래소여서 암호화폐 업계의 미·중 갈등이라고 분석한 언론도 많았고요. FTX의 부실한 재무구조가 근본적인 원인이긴 하지만, 사태가 본격화한 건 바이낸스의 FTT 대량 매각이기 때문이에요.
특히 자오창펑 바이낸스 CEO가 매각 사실을 트위터에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점은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요. 사실 자오창펑 바이낸스 CEO는 샘 뱅크먼 프리드가 FTX 거래소를 세울 때 투자한 주요 투자자 중 하나였어요. 이번에 ‘불안하다’며 FTT를 팔아치울 수 있었던 것도, FTX에 투자했던 돈과 수익을 회수할 때 많은 양의 FTT 토큰을 받아뒀기 때문이었죠. FTX는 2019년부터 ‘폭풍 성장’을 거듭했고, 바이낸스 입장에선 거슬릴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분석이 많아요.
결론적으로 FTX는 ‘항복’을 선언했어요. 스스로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보고 바이낸스에게 FTX 거래소를 인수해달라고 요청했죠. 바이낸스는 FTX 파산으로 암호화폐 시장 전체가 심각한 악영향을 받지 않도록 이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가 돌연 하루 만에 “인수하지 않겠다”고 말을 바꿨어요.
바이낸스는 “FTX 고객을 돕고 싶었지만 현재 상황은 우리가 통제하고 도울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고 했어요. FTX의 부실 규모가 생각보다 너무 컸던 거예요. 미국 정부가 FTX의 고객 자금 관리를 조사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점도 인수 중단에 영향을 미쳤어요.
암호화폐 시장 전반의 심각한 폭락세를 이끈 사건은 올해만 벌써 두 번째 벌어졌어요. 지난 5월엔 루나·테라의 시세 급락 사태가 세계를 뒤흔들었죠. 엄격한 규제 없이 급격히 성장해온 코인 시장, 다시 신뢰를 회복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 같네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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