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확장] 북한의 '명품 짝퉁', 디자인 모사(模寫)인가 소비심리 반영인가?
[편집자주] [시선의 확장]은 흔히 '북한 업계'에서 잘 다루지 않는 북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그간 주목 받지 못한 북한의 과학, 건축, 산업 디자인 관련 흥미로운 관점을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서울=뉴스1) 최희선 디자인 박사·중앙대 출강 = 과거 큰 인기를 모았던 tvN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2020)에서 코믹한 성격과 특이한 직업으로 눈에 띈 등장인물이 있었다. 바로 남자주인공 리정혁과 정약 결혼을 약속한 '단이'의 엄마이다. 세련된 복장과 한껏 부풀린 볼륨 머리의 단이 엄마는 평양 최고 상업망 백화점 운영을 거머쥔 여사장으로 아우라를 뿜어내며 북한에서 저런 생활이 가능할까 의구심을 불러일으킨 역할이었다.
북한에서 비록 진품을 살 수 있는 백화점 여사장과 돈주는 아니더라도 가짜 명품 가방을 맨 평양시민들을 쉽게 볼 수 있겠구나 짐작할 수 있는 전시회가 있었다. 바로 지난 10월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는 제13차 평양제1백화점 상품전시회가 그것이다.
올해 평양제1백화점 상품전시회에서는 전국 500여 개 단위가 2500여 종의 상품, 133만여 점을 출품하였다고 전해진다. 상업성 책임부원의 인터뷰에 의하면 평양제1백화점 전시회는 "'12월15일품질메달'을 수여 받았거나 '2월2일제품'으로 등록된 상품들을 기본으로 하면서, 자기 부문 자기 단위를 대표할 수 있는 인민소비품들이 출품되었다"라고 소개된 바 있다.
이 전시회는 북한 각 지방의 원료와 기술로 생산된 상품을 홍보하여 지방경제를 발전시키고, 타 생산단위의 제품들을 비교하여 상품의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경쟁시키는 데 목적을 둔 일종의 전국상업박람회 행사였다. 그런데 북한의 자국산 최우수 제품에 수여되는 '12월15일품질메달'을 받은 상품들이 즐비한 이 전시회에서 해외 고가 브랜드 상품과 흡사한 가방, 향수 제품들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국내 여론에서 큰 논란거리가 되었다.
왜 이와 같은 현상이 일어났을까?
정확한 설명이 될지 모르겠지만, 디자인 전공자 입장에서 그 원인 중 하나는 북한에서 출처와 저작권 없는 상품 이미지 자료들을 도안 창작 과정에서 그대로 모사(模寫), 혹은 참고하면서 유사하게 개발한 것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 또 한가지는 생각은 도안가들의 지식재산권에 표기 없는 자료들을 참고하면서 드러낸 정보의 부정확성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1993년 북한 공업종합출판사에서 발행한 『생활필수품 형태도안 자료집 2』을 보면 상황이 좀 더 잘 이해된다. 북한의 디자인 참고자료들은 과거나 지금이나 중앙 상위기관에서 자료들이 정리되어 도안가들, 공장 일꾼들에게 내려오는 사회구조이다. 이 도안집은 전국 공장, 기업소에 배포하기 위한 일종의 모범 도안사례집으로 해외에서 유입된 제품 디자인이 여기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90년대 초는 북한의 '상표법(1998. 1. 14)'과 '공업도안법(1998. 6. 3)'이 채택되기 이전으로 디자인 보호에 대한 사회인식이 부족해 여과 없이 해외 상품도안이 들어갔을 것으로 여겨진다.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한국드라마 유행에 따른 주민들의 소비 변화, 해외 고가 상품의 유입, 장마당을 통한 짝퉁 상품의 유통 확대를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 설명한다. 맞는 말인지 내부 사정을 알 수 없다. 하지만, 여러 정황을 살펴보면 이제 북한 주민들도 점차 해외 제품의 상표와 디자인을 구별하기 시작하고, '우리식 디자인'을 찾으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북한은 몇 년 전부터 내부망에서 <척후대>라는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산업미술 발전 추세편'이라는 메뉴를 통해 새 도안과 명도안 자료들을 중앙에서 공급하며 디자인 교양학습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의 하위 단위까지 번진 '산업미술 따라 배우기'가 그들의 염원대로 외부에 흠 잡히지 말고 고유의 디자인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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