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삼각별’도 별수 없네”…글로벌 전기車 무덤된 중국 왜? [위클리 기사단]

박민기 2022. 11. 19.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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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시장 벤츠 전기차 판매량 급감
현지 고객 취향 고려 안 한 디자인
비야디 등 중국산 전기차 판매 약진
美전기차 테슬라도 결국 가격 낮춰

◆ 위클리 기사단 ◆

메르세데스-벤츠 로고 [로이터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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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삼각별을 앞세워 여전히 ‘성공의 상징’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고수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독일의 대표적 자동차 제조업체인 메르세데스-벤츠입니다. 광고에서부터 벤츠는 꾸준히 럭셔리함과 첨단기술을 부각하며 ‘성공한 사람이 타는 차’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줬습니다. 한국에서의 반응도 뜨겁습니다. 올해 10월 벤츠는 국내시장에서 7717대의 차량을 판매하며 경쟁자인 BMW(6754대)를 크게 따돌리고 월간 1위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지난 6~9월 월간 판매량에게 BMW에게 밀리며 고전했지만, 약 5개월 만에 명실상부한 수입차 1인자로 화려하게 복귀했습니다.

한국에서 승승장구하는 벤츠가 중국에서는 위기에 처했습니다. 콧대 높은 1인자인 만큼 큰 할인이 없기로 유명한 벤츠이지만, 중국시장에서는 자사를 대표하는 전기자동차의 가격들을 대폭 낮추는 등 본격적인 할인 공세에 나섰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벤츠는 15일(현지시간) 자사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일부 차량 모델에 대한 할인을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할인 대상에는 벤츠의 전기차 라인업인 EQ브랜드의 일부 모델들이 포함됐습니다. 중국에서 럭셔리 비즈니스 전기차 모델인 EQE의 가격은 기존 52만8000위안(약 9880만원)에서 47만8000위안(약 8950만원)으로 1000만원 가량 내려갔습니다. 플래그십 전기차 세단인 EQS의 가격 역시 기존 119만위안(약 2억2000만원)에서 95만6000위안(1억7890만원)으로 대폭 조정됐습니다. 할인가는 16일부터 바로 적용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미 해당 모델을 구입한 소비자들에게는 추가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입니다.

벤츠가 중국시장에서 할인 전략을 내세운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원인은 판매량 감소입니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익명의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중국시장에서 벤츠가 만족할 만한 판매 성적표를 받아들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 관계자는 “일부 딜러들은 차량 판매 촉진을 위해 이미 판촉전을 벌이고 있다”며 “EQS의 경우 월간 판매량이 100대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자동차 모델 ‘EQS’ [로이터 = 연합뉴스]
중국 소비자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은 비실용적인 디자인도 판매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플래그십 EQS는 벤츠의 주력 모델 중 하나인 S클래스를 전기차로 탈바꿈한 모델로, 자동차산업의 첨단기술이 총망라된 차량입니다. EQS의 낮은 지붕은 공기역학적으로 매우 뛰어난 디자인으로, 주행시 저항을 줄여 연비 효율에도 보탬이 됩니다.가격대가 높은 만큼 이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기대치도 함께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벤츠가 간과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EQS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직접 운전하지 않고 뒷자리에 탑승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위해 지붕이 낮아지다 보니 정작 뒤에 타야 하는 소비자는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중국에서 약 2억원에 달하는 고급 대형세단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가성비나 연비 효율 등은 중요한 고려 사안이 아닙니다. 이들은 자신의 부를 더 뽐내기를 원하고, 자신의 차량이 ‘과시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주기를 바랍니다. 이런 부분에서 EQS는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 중국시장의 평가입니다.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오는 중국 전기차업체들의 맹추격도 큰 위협입니다. 이미 비야디(BYD)를 필두로 하는 중국 전기차업체 카르텔은 자국을 넘어 글로벌시장으로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중국자동차딜러협회(CADA)에 따르면 올 1~7월 중국 자동차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가 글로벌 기업들을 제치고 판매량의 80%를 차지했습니다. 같은 기간 벤츠가 중국시장에서 약 8800대의 전기차를 판매할 때, 중국 대표 전기차업체 BYD는 올 10월 한 달 동안에만 22만여대의 차량을 팔아치웠습니다.

이는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중국시장에서 차량 가격을 인하했습니다. 벤츠와 테슬라 등 자동차산업을 대표하던 글로벌 기업들의 영향력 감소가 현실로 다가온 겁니다. 친환경 전환으로의 요구가 거센 자동차산업에서 앞으로 중국산 전기차의 약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승용차협회(CPCA)의 추이둥슈 사무총장은 “중국 전기차업체들은 이미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며 “새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기술력 차이를 따라잡은 데 이어 이제는 공급망에서도 우위를 선점하면서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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