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를 찾아서] “자궁경부암 원인이라던 HPV, 성행위 습관 바뀌며 목구멍서도 암 유발”

김양혁 기자 2022. 11.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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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장 인터뷰
“HPV는 자궁경부암 주원인…인식전환 필요”
“두경부암, 자궁경부암 제치고 1위”
“현존 백신 중 유일한 암 예방 백신”
이승주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장(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이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선비즈

인간이 암과 전쟁을 벌인 지 100년이 넘었다. 인류 최초 보고는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이집트 파피루스에 적힌 유방암이 최초이다. 기원전 2625년, 무려 약 4000년 전이다. 현대 의학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지만, 암을 정복하지 못했다.

인류와 암과의 전쟁이 장기간 이어지는 배경은 복합적이다. 식습관부터 바이러스, 면역기능 등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다. 인종을 넘어 개개인의 유전학적 구성이 다르다는 점도 발목을 잡는다.

이승주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는 여성에게 자궁경부암, 남성에게는 음경암 등 남녀 모두에게 항문암과 두경부암 등 질환을 유발한다”라며 “자궁경부암은 암 중 유일하게 원인을 뚜렷하게 알 수 있는데 이를 예방하는 HPV 백신은 현존하는 백신 중 암을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백신”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장을 맡고 있다.

HPV 백신은 암과의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 중 하나다. 독일 의학자 하랄트 추어 하우젠은 2008년 HPV가 자궁경부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HPV 백신과 연관된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인사 일부가 노벨 생리의학상 선정위원회 위원들과 유대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이 드러나 잡음이 일기는 했지만, 암 예방 백신 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무시할 수는 없다.

HPV는 성 매개 질환이다. 감염 이후 대부분 증상이 없고 자연 소멸하지만, 지속적인 감염은 여성에게 자궁경부암, 질암, 외음부암, 남성에게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에 질환을 유발한다.

이 교수는 “HPV가 자궁경부암의 주원인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서 자궁경부암 백신이라는 명칭으로 알려 인식됐다”며 “남성에게도 암을 유발하기 때문에 여성에게만 필요한 백신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HPV로 발병한 두경부암이 자궁경부암을 앞질렀다는 보고도 있다. 두경부암은 신체 중 갑상선을 제외한 머리와 목에 생기는 암을 총칭한다. 비인두암, 편도암, 구강암, 설암 등이 이에 속한다. 음주와 흡연이 주요 원인이다. 두경부암 중에서도 구인두암 발병률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국내서도 비슷한 경향을 나타낸다. 이 교수는 “성행위 패턴이 변화하며 생식기 부위에 있던 HPV가 두경부로 이동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인두의 범위는 혀 안쪽 3분의 1과 편도선이다. 편도선 표면에는 크립트(Crypt)라는 수많은 홈이 있다. HPV가 홈 쪽으로 숨어들면 찾아내기가 힘들어진다. 이 학회장은 “자궁경부암은 국가종합검진으로 조기에 발견할 수 있지만, 두경부암의 경우 선별검사가 되지 않는다”라며 “흡연력이 (암 발병의)트리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HPV 백신이 여성만 접종하는 백신이 아니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배우자 등을 위해 남성도 함께 맞도록 인식을 바꿔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승주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장(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이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선비즈

이승주 학회장은 1993년 가톨릭대 의과대 졸업 이후 2000년과 2004년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를 했다. 2013년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 비뇨의학과 임상 과장을 시작으로, 가톨릭의대 비뇨의학과 교수,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 비뇨기암센터장, 로봇수술센터장을 비롯,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장을 맡고 있다. 올해 5월 학회장 취임 후 첫 언론 인터뷰를 진행한 이 학회장에게 취임 소감을 비롯, HPV 백신 접종의 중요성과 효과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一올해 5월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장에 취임했다. 학회 소개, 취임 소감과 향후 사업 계획이 궁금하다.

“학회는 대한비뇨의학회 산하 세부 전공 학회다. 20년 전 스승이 창립한 학회라 창립 초기부터 참여해왔다. 그동안 열심히 활동한 학회에 학회장으로 취임하게 돼 특별히 의미가 깊다. 지난 20년간 학회의 사업 계획은 단편적이었다. 이번 회장에 취임하며 ‘체계적’, ‘유기적’이라는 2가지 키워드를 생각했다. 체계적인 학회를 위해 요로감염 항생제 내성 및 성 매개 감염에 대한 감시체계를 확립했다. 학회 내 여러 위원회가 유기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여러 위원회가 서로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체계적으로 사업 계획을 실천할 생각이다. 요로생식기감염 분야는 일본, 유럽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코로나19로 끊어진 국제 학회와 교류를 재개할 생각이다. 내년 7월 국내에 아시아와 유럽 전문가를 초청해 ‘아시안 요로생식기 감염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一학회장 취임 후 HPV 남아 백신접종 위원회를 구성했다. 배경이 궁금하다.

“현재 HPV 백신이 여성만 맞는 백신으로 인식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도 남녀 백신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학회 차원에서 할 게 아니라 위원회를 만들어서 해보자고 생각했다. 위원회는 비뇨의학과 교수님들은 물론, 서울대 보건대 교수님과 두경부암 전문가인 이비인후과 교수님들과도 적극 협업하고 있다.”

一정부 차원의 HPV 예방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HPV 관련 대표적인 여성 질환과 남성 질환은 무엇인가.

“HPV는 바이러스다.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변이가 아주 많다. 200개 이상으로 알려졌는데, 최근 300개 이상이라는 보고도 있다. 저위험군은 생식기 사마귀를 일으키지만, 고위험군은 자궁경부암, 두경부암을 비롯한 암을 일으킨다. 저위험군만 있다면 백신 필요 없지만, 고위험군 때문에 백신이 생겼다. HPV는 여성에게 자궁경부암, 남성에게는 음경암, 남녀 모두에게 항문암과 두경부암 등 질환을 유발한다. 이 중 자궁경부암은 암 중 유일하게 원인이 뚜렷하게 알려졌다. 따라서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HPV 백신은 현존하는 백신 중 암을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백신이다.”

一HPV 백신도 여러 종류가 있다. 어떤 백신을 맞는 게 효과가 좋은가.

“HPV 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해 9가 백신까지 개발됐다. 백신 개발 초기에는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16, 18형과 관련된 2가 백신만 개발됐다. 그러나 200종이 넘는 HPV 유형이 발견되면서 31, 33, 45, 52, 58형이 암을 유발하는 것을 확인했다. 9가 백신이 예방하는 9가지 유형은 암을 일으키는 7가지 고위험군, 생식기 사마귀를 일으키는 2가지 저위험군으로 구성됐다. 숫자가 높은 백신을 맞는 게 무조건적으로 좋다.”

一실제 진료 보면서 남성 접종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굉장히 떨어진다. 남녀에게 모두 질환이 발생하는데, 대부분이 자궁경부암인 만큼 남성은 거의 없다. HPV는 굉장히 흔하다. 검사를 하면 알 수 있다. 다행히도 90% 이상의 감염은 자연 해소된다. 이 중 10%가 문제다. 다만 10%에서 암이 발병하려면 10년 이상 기간이 필요하다. 여성의 자궁 경부는 질 내에 자리해 바이러스가 안에서 오래 머물 수 있다. 암 발생 가능성도 훨씬 높다. 남성의 음경은 밖으로 돌출돼 있어 바이러스가 오래 머물기 어려운 구조다. 이러한 이유로 음경암 발생률이 자궁경부암보다 낮다.”

이승주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장(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이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선비즈

一OECD 가입국 내 GDP 상위 20개국 중 17개국이 HPV 국가예방접종사업에 남아를 포함하고 있다. 국내 현황은 어떤가.

“남성 접종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사실 비뇨의학과 전문의들조차 HPV 백신이 처음 개발되고 도입될 때 큰 관심이 없었다. 여아 HPV 백신 지원은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주도해 정부에 백신의 중요성을 알린 것이 큰 역할을 했다. 도입 당시에는 남성 백신 접종에 대한 연구 결과가 많지 않아 남성 백신 접종에 대해서는 논의되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로 시행해 보니 여성 단독 접종으로 HPV 질환의 예방 효과는 크지 않았다. 코로나19를 겪으며 경험했지만, 스스로가 방역에 주의해도 타인을 접촉하면 코로나19에 감염될 확률이 높아진다. 성접촉을 매개로 감염되는 HPV 특성상 남성에 의해 여성이 HPV에 감염되기도 한다. 또 여성 단독 접종으로 집단 면역을 형성하기 어려워 남성에게도 접종이 필요하다. 물론 여성의 백신 접종률이 100%라면 여성 단독 접종으로도 충분히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다. 한 집단에서 충분한 집단 면역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80% 이상의 접종률을 달성해야 한다. 국가무료예방접종 대상자를 포함한 국내 여성 접종률은 80%에 도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一HPV 백신 접종 외에 대안은 없는지 궁금하다. 선별 검사도 방법이 될 수 있지 않나.

“자궁경부암은 선별 검사가 있다. 국가종합검진을 받기 때문에 미리 처치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두경부암이 자경경부암을 앞지르고 발병률 1위를 차지했다. 국내서도 두경부암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는데, 구강성교 등 성행위 패턴이 변화하며 생식기 부위에 있던 HPV가 두경부까지 이동했기 때문이다. 두경부암은 흡연율이 높을수록 발병률이 높아지는데, 남성의 흡연율이 더 높은 탓에 남성에게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두경부암을 비롯해 HPV 관련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HPV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 성접촉을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一HPV 백신 접종 연령대는 어떠한가.

“백신이기 때문에 만 9세부터 맞을 수 있다. 성접촉 이전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국내 권장 연령은 만 12~17세다. 시기를 놓친 경우 만 26세까지 접종을 권고한다. 9가 백신의 경우 만 45세 여성에게도 접종할 수 있다. 성접촉 이전 접종하는 것보다는 효과가 떨어질 수 있지만 백신 접종의 효과는 확실하게 나타났다. 미국은 만 45세 남성에게도 HPV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으며 유럽은 HPV 백신 접종 권장 나이를 없앴다. 우리나라는 남성은 만 26세까지만 허가돼 연령 확대가 늦은 편이다.”

一남성 HPV 질환은 무엇이 있으며 치료법이 궁금하다.

“비뇨의학과에서 생식기 사마귀는 아주 흔하다. HPV 저위험군에 의한 생식기 사마귀는 생명에 위협을 주지는 않지만, 성접촉에 의해 전파되고 재발률이 높다. 또 HPV에 대한 남성의 자연 면역이 여성보다 낮아 자연 항체 생성이 어렵다. 이에 남성에게도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생식기 사마귀는 치료로는 수술적 치료가 대표적이다. 수술을 두려워하는 환자에게는 냉동 치료나 바르는 약을 처방하고 있다. 냉동 치료는 아주 차가운 액화질소를 넣어 바이러스를 얼려 죽이는 것이다.”

一현재 국가예방접종 HPV 백신 종류는 무엇이 있는가.

“정부는 HPV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을 통해 MSD 가다실, GSK 서바릭스를 지원한다. 국내는 2가, 4가 백신을 지원하고 있지만, 선진국은 9가 백신을 지원하는 추세다. 미국은 4가 백신 대신 9가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HPV 백신을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임상 결과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一HPV 백신 부작용은 없나.

“코로나19를 겪으며 국민들이 백신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큰 것을 알고 있다. 학회에서도 HPV 백신 부작용을 다시 검토해 보니 부어오름 등 일반적인 부작용은 있으나 대부분 수일 내 회복된 것을 확인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 등에서 HPV 백신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있는 것을 알지만 의학적으로 접종에 문제가 없다. 국가에서도 국가예방접종 사업을 지원하며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一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점은.

“HPV가 자궁경부암의 원인으로, 자궁경부암 백신이라는 명칭으로 국내에 알려지다 보니 자궁경부암만 예방하는 백신으로 인식됐다. HPV 백신이 여성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HPV는 두경부암, 항문암 등 남성에게도 암을 유발하기 때문에 남성도 접종이 필요하다. 자궁경부암 백신이라는 명칭이 아니라 HPV 백신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HPV 백신을 자신과 성 파트너의 건강도 함께 보호할 수 있는 백신으로 생각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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