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뷰] '핵미사일 전성기' 꿈꾸는 북한…탄도미사일 확보 '전력질주'

서재준 기자 2022. 11.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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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라인' 넘어 ICBM 발사 '상시화'…접경지 도발도 '무차별적'
'신냉전' 속 빈틈 노려 '전술핵운용부대' 설립…'실전화'에 방점

[편집자주] 기자(記者)는 말 그대로 기록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기자란 업의 본질은 ‘대신 질문하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뉴스1뷰’는 이슈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이 더 이상 남지 않도록 심층취재한 기사입니다. 기록을 넘어 진실을 볼 수 있는 시각(view)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북한이 지난 17일 오전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1000㎞, 정점고도는 약 6100㎞, 최고속도는 마하22(초속 7.48㎞) 수준으로 탐지됐다. 2022.11.1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하기 위해 개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단행하면서다.

북한의 올해 ICBM 발사는 총 8번이다. 시험발사의 실패와 성공을 가리지 않고 '개발 완성'을 위해 전력 질주하는 모습이다. 북한은 지난 3월 '괴물 ICBM'이라는 '화성-17형' 개발 완성을 선언했음에도, 최근 다시 두 번의 시험발사를 단행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모두 핵탄두의 탑재를 전제로 하고 있다. 지난 2017년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할 때만 해도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한다는 것은 여전히 기술적 과제가 있는 문제로 여겨졌지만, 5년이 지난 지금 북한의 '핵미사일'은 아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위협 요인이 됐다.

핵탄두를 실은 탄도미사일의 '타깃'도 과거에는 미국이 주였지만, 북한은 이제 남한 전역의 주요 시설을 겨냥한 다양한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이를 실전배치했다고 주장한다. 북한은 지금 '핵미사일 전성기'를 추구하고 있다.

◇4년 지킨 레드라인 넘은 북한, 연중 내내 탄도미사일 도발

북한은 지난 2월 말 올해 첫 ICBM 발사를 단행해 3월까지 이를 이어갔다. 소위 '레드라인'을 넘는 도발 행위인 ICBM 발사가 2017년 11월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도 충격이었지만, 무엇보다 북한이 스스로 선언한 'ICBM 시험발사 중단'을 파기했다는 점에서 북한 발 핵미사일 위협의 새 국면을 여는 상징적 사건이기도 했다.

사실 2~3월의 ICBM 발사는 '예상치 못한' 사건은 아니었다. 당시 북한은 이미 새해 벽두부터 탄도미사일 발사를 꾸준히 지속하고 있었다. 1월5일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은 ICBM 발사 전까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와 에이태큼스(KN-24), '화성-12형' 등 각종 탄도미사일을 골고루 발사했다. 그러자 고강도 도발인 ICBM 발사도 '수순'이라는 전망이 뒤따랐다.

2월27일 첫 ICBM 발사 후 몇 차례 엔진시험 성격의 발사만 반복한 북한은 3월24일 '화성-17형'을 김정은 총비서가 참관한 가운데 발사했다면서 이튿날인 3월25일 '발사 성공'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한미는 북한이 '화성-15형'을 발사한 뒤 화성-17형인 것처럼 발표했다면서 북한의 주장을 일축했지만, 북한은 마치 영화나 드라마처럼 묘사된 TV 보도물까지 제작해 자축과 선전에 집중했다.

이후 11월까지,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은 달은 없다. 5월~8월 사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가 대동란' 속에서도 미사일 발사는 이어졌다. 8월의 순항미사일 발사의 경우 한미 당국은 탄도미사일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지만, 북한은 최근 순항미사일 역시 '전술핵운용부대'에 포함된 탄도미사일, 즉 핵미사일에 포함된다는 취지의 발표를 한 바 있다.

전날 발사한 ICBM까지 포함하면, 북한이 올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횟수는 최소 35차례에서 38차례다. 8~9일에 한 번 꼴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셈이다.

지난 9월 말부터 10월까지는 탄도미사일 도발과 각종 포사격, 공군의 위력시위까지 섞은 복합적인 도발도 단행했다. 수백 발의 포가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완충지대'로 설정된 동·서해의 바다에 떨어졌다.

지난 2일에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동해의 북방한계선(NLL) 이남에 떨어졌다. 비록 공해상에 떨어졌지만 '속초 앞바다'로 부를 수 있는 사실상의 남측 수역에 북한의 미사일이 떨어진 것은 분단 이후 처음이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3월24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 발사를 지휘했다며 북한이 공개한 사진.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실패도 피하지 않으며 발사 또 발사…'핵미사일' 확보 전력질주

북한의 올해 탄도미사일 발사 행보의 특징으로는 과거와 달라진 '노출 방식'을 들 수 있다.

북한은 과거 탄도미사일 발사 때는 발사 후 다음날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대내외에 성과를 과시하는 데 상당한 에너지를 쏟았다. 미사일의 사진도 다수 공개하며 제원도 상당 부분 노출하기도 했다.

그런데 역대급으로 많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올해는 아이러니하게 북한의 미사일 발사 관련 보도를 보기 쉽지 않았다. 아예 미사일 발사 사실 자체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공개하더라도 짤막한 '단신' 보도에 사진도 1~2장인 경우가 많았다.

북한의 보도도 대북 정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이 일부러 미사일 관련 보도를 하지 않으면서 한미의 정보활동에 어려움을 주기 위한 전략을 새로 세웠을 것이라는 분석은 설득력이 있었다.

북한의 대외총괄로 주요 사안에 관여하고 발언하는 김여정 당 부부장이 지난 8월 순항미사일 발사 후 담화에서 우리 군의 탐지 결과에 대해 "참으로 안됐지만 하루 전 진행된 우리의 무기시험 발사지점은 남조선 당국이 서투르고 입빠르게 발표한 온천 일대가 아니라 평안남도 안주시의 '금성다리'였음을 밝힌다"라고 '조롱'을 시도한 것은 북한의 의도를 역으로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아주 '성공적인' 발사를 주장하며 위력 과시를 추구했던 북한의 미사일 대응이 '실패도 마다하지 않는' 방식으로 바뀐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북한은 지난 3월 '화성-17형'이라고 주장한 ICBM을 시험발사하는 과정에서 미사일이 평양 상공에서 폭발해 주민들이 낙하물까지 목격하는 '수모'를 겪었다고 한다. 올해 초에 발사한 각종 미사일도 '위력 과시'보다는 성능 개량을 위한 '시험'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미에 상당한 정보가 노출되더라도 이를 숨기기보다 일단 '쏘는 데' 방점을 둔 행보를 보인 것이다.

이는 현실적으로 한미의 정보망을 피할 수 없는 현실도 작용한 것이겠지만,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특별히 '전력질주'를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전략과 전력의 노출을 막기 위해 '이론상 완성'을 해놓고 때를 노려 '성공'을 과시하기보다 일단 쏘고, 부족함을 개선하며 빠르게 개발을 완성하고 실질적 위협을 높이는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기만전술'까지 구사했는데, 이는 대외적으로는 '역정보'를 흘리고 내부적으로는 사기를 높이기 위한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2월27일과 3월5일 발사한 ICBM에 대해 북한은 '정찰위성 개발 시험'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평화적 위성 개발'을 위한 발사체를 발사한 것이지 '무력도발'을 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지난 7일엔 북한군 총참모부가 자신들이 3일 울산 앞바다 80km 부근 공해상에 순항미사일을 쐈다고 주장했다. 우리 군은 "탐지된 사실이 없다"라며 즉각 반박했다.

또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는 '돌려막기' 방식으로 미사일 발사 및 목표물 타격 사진을 재활용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북한의 '기만전술'이 확인된 사안들은 모두 북한의 내부 매체에 보도된 것들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국방력 과시를 통한 결속을 꾀한다는 당국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전술핵운용부대들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지휘하는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핵무력 정책' 법 만들며 '비핵화 포기' 선언…'핵 사령관' 자처한 金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의도'를 분석하기 위해 사용됐던 이 말을 북한은 행동으로 증명하고야 말았다. 지난 9월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하면서다.

김정은 총비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라는 이름으로 제정된 법을 설명하는 시정연설에서 "핵보유국으로서의 우리 국가의 지위가 불가역적이 됐다"라며 "절대로 먼저 핵포기, 비핵화란 없으며 그를 위한 그 어떤 협상도, 그 공정에서 맞바꿀 흥정물도 없다"라고 선언했다.

이 사건 이후 북한의 '변화된 핵전략'은 더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김정은 총비서는 9월25일부터 10월10일까지 대대적인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을 지휘했다. 남한 전 지역을 타깃으로 한, 또 일본과 괌을 타깃으로 한 탄도미사일을 보름간 12발 발사했다.

북한은 이 훈련이 '전술핵운용부대들'에 의해 진행된 것이라며 '핵미사일 부대' 창설 혹은 부대들 간의 '연합 핵미사일 전술전략'이 수립됐음을 시사했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군의 시스템이 만들어졌음을 밝힌 것도, 김 총비서가 이 시스템을 가동한 군의 체계적인 훈련을 '핵 사령관'으로서 직접 지휘한 것도 모두 처음이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이제 '시험발사'를 넘어 실질적인 위협 그 자체로서의 의미가 더 커졌다.

올해 전까지, 혹은 불과 최근까지도 북한의 계속된 도발의 정점은 늘 핵실험으로 여겨졌다. 북한의 군사기술 중 최정점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 핵탄두 개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보름간의 훈련을 계기로 북한의 최대 위협은 이제 풍계리 지하에서 이뤄지는 핵실험이 아니라 실전 배치돼 언제든 남한을 향해 발사될 수 있는 '핵미사일'들이라는 지적과 평가가 제기됐다.

'핵 사령관'이 된 김정은 총비서는 9월의 연설에서 "지구상에 핵무기가 존재하고 제국주의가 남아 있으며 미국과 그 추종 무리들의 반공화국 책동이 끝장나지 않는 한 우리의 핵무력 강화 노정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을 통해서는 사태의 심각성도 엿볼 수 있지만, '핵개발 전성기'를 보내고 '핵미사일 전성기'를 추구하는 북한의 의도를 감지해 파고들 수 있는 힌트도 있다. 결국 정세의 변화가 해답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미중의 갈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대표되는 '신냉전' 국면 속에서 핵무력 강화를 재개했다. 중국이 북한을 강력한 우방으로 삼고 껴안아야 하는 정세가 펼쳐진 것이 북한의 무력 강화를 위한 결정적인 '찬스'가 됐다는 뜻이다.

현재의 정세가 북한의 '전력질주'를 빠르게 막기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2017년 11월 북한이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할 때도 통제와 제어는 '불가능'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정세는 언젠가 변하고, 늘 변한다. 적시에 상황을 이용하는 것이 이제 치러내야 할 '북핵 외교'의 핵심 과제라는 지적을 명심해야 할 이유다. '선(先) 핵 포기'나 '대화와 평화'를 추구하는 전략만 구사하지 말고 '협상'을 위한 다양한 방안과 시나리오를 세우는 것이 당장의 과제라는 지적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seojiba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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