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집권기’ 마치고 떠난 몰리나, 남겨진 STL의 고민[슬로우볼]

안형준 2022. 11.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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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세인트루이스가 그동안 미뤄둔 고민과 마주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2022시즌 두 명의 '전설'과 작별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인 알버트 푸홀스, 그리고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최고 포수 중 하나인 야디어 몰리나가 2022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고 은퇴했다. 푸홀스가 마지막 불꽃을 화려하게 태우며 두 선수와 함께한 세인트루이스의 시즌도 아름답게 마무리됐다.

영광의 시대가 저문 세인트루이스는 이제 미래를 향한 늦은 고민에 나섰다. 바로 몰리나가 떠난 안방에 대한 고민이다. 11월 18일(한국시간) MLB 트레이드 루머스(MLBTR)에 따르면 세인트루이스 존 모젤리악 사장은 최근 MLB 네트워크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번 겨울 시장에서 안방 업그레이드를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몰리나가 떠난 세인트루이스 안방은 현재 '무주공산'이다. 올시즌 몰리나가 부상으로 장기 결장한 동안 안방을 지킨 1995년생 포수 앤드류 키즈너가 있지만 키즈너의 성적은 실망스러웠다. 키즈너는 올시즌 97경기에서 .215/.301/.300 4홈런 25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원래 대단한 유망주가 아니었던 키즈너는 데뷔 4년만에 찾아온 가장 큰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수비에서도 그리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팀의 신뢰를 얻는데 실패했다.

세인트루이스는 이반 에레라라는 유망주를 보유하고 있다. 파나마 출신 2000년생 포수 에레라는 세인트루이스 팀 내에서 TOP 5 유망주로 평가받던 선수. 하지만 올시즌 데뷔해 11경기 .111/.190/.111 1타점을 기록해 아직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임을 증명했다. 몰리나가 떠난 뒤 40인 로스터에 키즈너-에레라 두 명의 포수 자원만 남은 세인트루이스는 결국 포수 보강을 위해 밖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몰리나에 대한 세인트루이스의 지나친 예우, 그리고 몰리나의 고집이 불러온 위기다. 몰리나는 2005년 세인트루이스 주전 마스크를 쓴 이후로 부상으로 이탈한 기간을 제외하면 안방을 내준 적이 없었다. 골드글러브를 9차례나 수상하고 실버슬러거를 거머쥔 적도 있는 전성기에는 당연한 일이었다. 현역 최고의 포수 중 한 명이었던 몰리나는 누구보다 든든한 '안방마님'이었고 세인트루이스 전력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30대 중반에 접어들며 리그 평균 이하의 생산성을 기록하는 타자가 된 후에도 몰리나는 계속 자리를 지켰다. 몰리나가 유니폼을 입고 있는 동안에는 그의 노쇠화에도 불구하고 세인트루이스는 다른 주전급 포수를 영입할 수 없었고 경험을 쌓아야 할 선수들도 충분한 출전 기회를 얻기 어려웠다.

몰리나가 자리를 지키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세인트루이스의 '포스트 몰리나 시대' 준비는 늦어졌다. 그러는 사이 세인트루이스는 드래프트 2라운더이자 TOP 100 유망주 출신의 포수 카슨 켈리(ARI)도 떠나보냈다. 물론 폴 골드슈미트 영입을 위한 결정이었지만 몰리나가 한 걸음 물러설 의지를 보였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었다. 세인트루이스에서 거의 기회를 얻지 못했던 켈리는 애리조나 이적 후 크게 성장했고 주전으로 도약했다. 그리고 세인트루이스는 켈리보다 겨우 한 살 어리고 공수 모두 부족한 키즈너가 팀의 첫 번째 포수 후보인 상황을 맞이했다.

올겨울 시장에는 포수 자원이 적지 않다. FA 최대어로 윌슨 콘트레라스가 있고 올시즌 두 번째 우승반지를 낀 크리스티안 바스케스도 시장에 나왔다. 오마 나바에즈, 마이크 주니노, 터커 반하트 등 올해는 부진했지만 '왕년'에 활약한 경험이 있는 베테랑 포수들도 있다. 트레이드 시장에는 션 머피(OAK)가 있고 포수가 너무 많아 고민인 토론토 블루제이스도 포수 자원을 트레이드 할 의사가 있다.

세인트루이스는 어느 편이 팀에 이로울지를 고민해야 한다. 에레라의 성장을 기다리며 단기간 안방을 지켜줄 옵션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장기적으로 안방을 책임질 선수를 새로 영입할지를 선택해야 한다. 결과에 따라 팀을 지탱하는 포지션이었던 포수는 어쩌면 하루아침에 세인트루이스의 최대 약점이 될 수도 있다.

'레전드에 대한 예우'는 필요했지만 그로 인해 미래에 대한 준비가 늦어버린 세인트루이스는 어느 때보다 중요한 오프시즌을 보내게 됐다. 과연 세인트루이스가 안방을 두고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자료사진=야디어 몰리나)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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