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감싸는 가해자'라는 생경한 그림… '안우진 학폭'에 생긴 큼지막한 날갯짓[초점]

허행운 기자 2022. 11. 19.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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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피해자라고 지목된 저희가 학교 폭력이 아니라는데 왜 이 사건이 학교 폭력이라고 지칭되는지 저희조차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안우진(23·키움 히어로즈)의 휘문고 3학년 시절 학교 폭력 피해자 4인 중 3인이 발표한 공동 입장문의 일부다. 안우진의 법률 대리인 백성문 변호사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밝힌 사실로 비춰볼 때 4인 중 1인이 제외된 이유는 그 1명이 현 시점에서 군복무 때문인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리고 이 1인의 경우 그 부모님이 이미 지금의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이 발표한 입장문의 요지는 다음의 문장들에서 파악할 수 있다. 

"언론에서는 저희를 학교폭력의 피해자라고 하지만 저희는 아무도 당시 상황을 폭행이라고조차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안우진 선배가 다른 선배들과 함께 저희를 집단 폭행했다는 것도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2017년 당시 경찰에 진술한 저희의 진술조서에도 정확히 나와 있습니다."

키움 히어로즈 투수 안우진. ⓒ스포츠코리아

이렇게 무려 피해자들이 직접 나서 가해자를 감싸기 시작하면서 5년 전 휘문고에서 있었던 '진실'을 향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졌다. 이 사건의 당사자인 안우진 또한 피해자들의 입장문 발표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간의 침묵을 깨고 처음으로 입장문을 발표했다. 

안우진은 해당 글을 통해 "학폭 논란의 무게를 견뎌온 시간만큼, 제 입장을 밝히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지만, 저도 이제는 사안의 진실에 대해 조심스레 입장을 밝히고 싶습니다"며 "아무리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해도 학교 폭력이라는 네 글자의 주홍글씨로 모든 진실을 덮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 사건을 5년 전 최초 보도했던 SBS는 이들의 의견에 대한 사실상의 반박 기사를 내놓았다. 그렇게 2017년의 휘문고를 둘러싼 진실공방이 시작되는 모양새다.

모두가 당시를 떠올릴 순 있지만 완벽하게 시계를 그때로 되돌릴 수는 없다.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시선은 '가해자를 감싸는 피해자들'에게 향하게 된다. 아무래도 생경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기 때문. 심지어 이들은 5년이 지난 지금 갑작스레 이런 입장을 견지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직접 입장문을 통해 밝힌 대로, 사건이 일어났던 2017년부터 그 입장을 고수해왔다. 

백성문 변호사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그 때 쓰여진 진술조서를 공개했고, 한 피해자와 직접 나눈 인터뷰까지 공개했다. 심지어 그 진술조서에는 당시 미성년자였던 학생들의 조사를 위해 동행한 한 피해자의 보호자(아버지)의 진술까지도 포함돼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보호자의 의견 또한 피해자들의 설명과 그 궤를 같이 한다.

키움 히어로즈 투수 안우진. ⓒ스포츠코리아

물론 그들의 설명에 대한 반대측의 반박은 있었다. 하지만 익명의 제보에서 비롯된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당장 그것으로는 아직 '피해자'들의 구체적인 정황 설명을 넘어서기에 무리가 있어보인다.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은 이 사건의 당사자들이다. 당장 현 상태로는 공방이 지속되려면 그 익명의 제보에 '당사자'만큼의 근거를 더해줄 명확한 무언가가 필요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확실한 건 안우진을 둘러싼 '학교 폭력' 문제에 큰 파동을 일으키는 돌이 던져졌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왜 그 시점이 안우진이 에이스로 발돋움한 2022년이며 하필 WBC 국가대표 선발을 앞둔 지금이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연히 맞아떨어졌을 수 있는 타이밍에 대한 예측성 갑론을박보다 먼저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있다. 

어떤 연유가 있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징계를 소화했고, 반성의 뜻을 비추고 있고, 피해자들도 뜻을 모아 옹호하고 있는 한 사람을 향한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염산 테러' 예고가 이 일을 촉발시켰다는 점이다. 지난 7일 한국시리즈 5차전을 앞두고 모 커뮤니티에 '안우진 00에 염산을 뿌리기 위해서 2년을 기다림'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경찰이 출동해 선수 신변 보호에 나섰고 다행히 아무일 없이 일단락 됐지만, 이는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는 해프닝이었다.

가해자를 옹호하는 피해자들이 그 '어색한 그림'을 다시 드러내려 마음 먹은 결정적인 이유도 그것이었다. 그들은 "안우진 선배의 억울함이 하루빨리 밝혀지기를 기원했지만 그렇지 못했고 최근 한국시리즈 5차전에 선배에게 염산테러를 가하겠다는 협박 게시글까지 올라오는 상황에 이젠 더 이상 저희가 두고 보기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고 말했다.

여론의 질타가 신변을 위협하는 협박으로까지 번진 상황이고 심지어 그 '학교 폭력'으로 규정된 과정에 여러 의문부호들까지 붙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미 이것만으로 한 번쯤은 이 문제를 다시 심도있게 파헤쳐 볼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lucky@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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