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게임은 질병인가

이창환 IT부장 2022. 11. 19.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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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아들과 주말이면 N사의 모바일 게임을 즐겨 한다. 레이싱 게임인데 잘하려면 다양한 테크닉을 습득해야 한다. 번번이 진다. 동체시력(움직이는 사물에 대해 뇌가 반응해 몸이 행동하도록 하는 시간적 단위 능력)이 어린이보다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변명하지만 기분은 늘 나쁘다. 이 게임은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시쳇말로 ‘장비빨’도 갖춰야 한다. 평일에 아들 몰래 15만원 정도 ‘현질’했다. 주말에 ‘짜잔’ 하고 아들을 놀라게 하며 신규 카트로 레이스에서 이겼다.

스마트폰이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되면서 변한 것 중 하나는 모바일 게임의 대중화다. 대부분 스마트폰에 게임 1개 이상은 설치돼 있다. 통신 기술의 발달로 손에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아들과 즐거운 게임 시간을 방해하는 인물이 한 명 있는데 바로 아내다. 주말에만 게임을 하지만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는 우리를 아내는 한심스럽게 쳐다본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게임에 극도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게임은 공부의 적이기 때문이다.

게임은 중독성이 강하다. 재밌는 게임일수록 더 그렇다. 한데 중독은 비단 게임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독의 문제는 게임뿐 아니라 어느 분야에서나 나타날 수 있다. 마약은 그 자체로서 해롭고 중독되면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든다. 하지만 게임은 마약과 다르다. 게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게임=질병’이라는 등식을 강요하고 싶은 기성세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기에 이미 게임은 우리 삶 깊숙이 침투했다. 게임 산업의 영향력 또한 무시 못 할 수준이 됐다. 어릴 적 동네 오락실을 떠올려선 곤란하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게임사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80조원을 넘어섰다.

전체 콘텐츠 수출의 70%를 게임이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더 놀랍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를 보면 2020년 한국 게임의 수출액은 81억9356만달러로 전체 콘텐츠 수출액 119억2428만달러의 68.7%를 차지했다. K팝(6억7963만달러)과 K무비(5415만달러)와 비교해 각각 12배, 150배 많았다.

지난 17일부터 나흘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 2022에는 43개국, 987개 기업이 참여해 2947개의 부스를 차렸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제대로 열린 지스타의 열기는 뜨거웠다. 게임사들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서 벗어나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선보였다. 플랫폼도 모바일 위주에서 PC와 콘솔(게임 전용 기기) 등으로 확장됐다. 북미·유럽 등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포석이다.

국내 게임사들은 글로벌 영토 확장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게임을 질병으로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인식이 게임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게임 산업은 그동안 진흥이 아닌 규제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2006년 제정된 게임법은 수많은 개정을 거쳐 왔지만 급변하는 게임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뿐 아니라 게임 산업 발전을 가로막았다. 태생 자체가 규제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 게임이 대표적인 사례다. P2E 게임은 블록체인 기술 등을 활용해 게임을 즐기며 돈을 벌 수 있는 콘텐츠다. 사행성을 이유로 전 세계에서 중국과 더불어 유일하게 한국에서 P2E 게임을 할 수 없다.

1세대 벤처사업가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지난해 7월 기자간담회에서 “게임이라는 가장 강력한 미디어를 중심으로 다양한 미디어로 확장, 변주하는 것이 고객이 원하는 방향이다”라고 했다. 게임을 중심으로 콘텐츠 산업의 융복합이 활발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게임 산업은 메타버스, 블록체인과 결합해 미래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올해 지스타 슬로건은 ‘다시 한번 게임의 세상으로’다. 정체된 게임 시장의 재도약을 염원하는 슬로건이다. 낡은 규제가 K게임의 비상(飛上)을 가로막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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