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다탄두 ICBM’, 美본토 타격능력 과시… 2년1개월만에 완성단계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2022. 11. 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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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17형, 단 분리뒤 마하22 기록
최대 사거리 1만5000km이상 추정
워싱턴-뉴욕 동시다발 핵타격 위협
“재진입 입증해야 최종성공” 지적도
북한이 18일 ‘괴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의 시험발사에 성공하면서 미국 주도의 한미일 3국 대북 확장억제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은 전날 최선희 외무상이 한미일 3국의 확장억제 강화를 겨냥해 ‘말폭탄’을 던진 뒤 바로 다음 날 미 본토 전역을 때릴 수 있는 더 강력한 ‘핵 비수’의 비행 성능을 입증했다. 이젠 조만간 7차 핵실험까지 강행해 ‘강 대 강’ 대치를 더욱 끌어올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 실물 공개 후 6차례 도발 만에 美 본토 타격력 입증

이날 오전 10시 15분경 평양 순안 일대의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고각(高角) 발사된 화성-17형은 ICBM의 비행 기준을 거의 완벽히 충족했다. 1, 2단 추진체 분리 및 최종 탄두부의 안정적 탄착을 비롯해 최대 속도도 마하 22(음속의 22배)에 달했다. 통상 ICBM은 단 분리 후 마하 20을 넘어야 최소 1만 km 이상 날아갈 수 있다.

앞서 3일 같은 장소에서 발사 후 단 분리는 성공했지만 최종 탄두부가 도중에 추락해 정상 비행에 실패한 화성-17형을 보름 만에 다시 쏜 걸로 군은 보고 있다. 보름 만에 기술적 문제 등을 보완해 재발사에 성공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군은 최종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화성-17형은 최대 고도 6100km로 약 1000km를 날아간 뒤 일본의 홋카이도 인근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낙하했다. 앞서 3월 24일 일본 EEZ 내로 쏜 ICBM인 화성-15형과 비행 제원이 거의 유사하다. 정상 각도로 쐈다면 최대 1만5000km 이상 날아가 미 본토 어디든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군 관계자는 “화성-17형의 미 본토 타격력이 처음 입증된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17형은 2020년 10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당 창건 열병식에서 11축 22륜 초대형 이동식발사대에 실려 최초 공개됐다. 기존 화성-15형을 능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괴물 ICBM이자 다탄두 ICBM으로 평가됐지만 그간 제 성능을 입증하진 못했다. 올 2월 우주발사체를 가장한 첫 시험발사 이후로도 발사 직후 공중폭발하거나 사거리를 대폭 줄여 쏘기만 한 것. 하지만 북한은 이날 6번째 시험발사 끝에 성공했다.

정부 관계자는 “미 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둔 다탄두 ICBM으로 워싱턴과 뉴욕을 동시 핵 타격해 대북 확장억제를 무력화하겠다는 경고”라며 우려했다. 3월 화성-15형 도발 이후 8개월 만에 일본 EEZ 내로 ICBM을 날린 것은 일본도 ‘핵 사정권’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협박으로 풀이된다. 전날(17일) 최선희의 비난 담화 직후 전술핵 장착이 가능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쏜 것까지 포함하면 한미일 3국을 연쇄 정조준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고각 발사로는 ICBM의 핵심인 재진입체(RV·핵탄두 장착 부위) 기술 검증은 한계가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7차 핵실험 ‘직행’ 주목…한미는 첫 미사일협의체 가동

북한은 ICBM과 핵실험을 ‘한 세트’처럼 일정 간격을 두고 도발해 왔다. 미 본토 핵 타격 위협의 충격파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화성-17형 시험발사 성공을 계기로 조만간 7차 핵실험에 나설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관계자는 “17일 한미일의 확장억제 강화를 겨냥한 최선희의 맹비난 담화가 ‘신호탄’일 수 있다”고 했다. 전날(17일) 한국을 겨냥한 SRBM 발사와 18일 미일을 위협한 화성-17형 도발에 이어 7차 핵실험까지 강행해 대북 확장억제로도 북한의 핵무력을 상대할 수 없다는 최후통첩을 날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미는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제1회 미사일대응정책협의체(CMWG)를 개최했다. CMWG는 북한 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대응해 기존 한미억제전략위원회(DSC) 예하에 신설된 협의체다. 이달 초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가동에 합의한 이후 첫 회의가 열린 것이다. 군 당국자는 “화성-17형 등 북한의 미사일 연쇄도발 의도 및 위협을 평가하고 한미 미사일 방어 태세 등을 집중 점검했다”고 전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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