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의자 [詩의 뜨락]
2022. 11. 19. 01:03
이승애
누군가 길가에 버린 나무의자
녹슨 못이 삐걱 다리를 붙잡고 있다
지나가던 빗방울이
후드득 피운 물꽃을 금세 거두어가고
구름 속에서 쭈뼛대던 햇살 슬며시 다가와
의자에 조용히 걸터앉는다
곁에서 지켜보던 붉나무
햇살의 무릎에 이파리 한 장 팔랑 내려놓는다
고욤나무 가지에 딱새 한 마리
한가로운 오후의 풍경을 바라보고
마른 잎 매단 칡넝쿨 긴 그림자
바람이 등을 밀어 앉히려는데
금수산 다녀오던 등산객이
털썩 무거운 엉덩이를 올려놓는다
화들짝 눌린 햇살 한 줌
이파리 한 장도 뭉개졌다
기웃대던 딱새가 푸드덕 날아간다
의자가 끙, 앓는 소리를 낸다
-시집 ‘둥근 방’(지혜) 수록
●이승애 약력
△1961년 청도 출생. 시집으로 ‘둥근 방’. ‘문학저널’ 신인상, 충북여성문학상, 청풍명월전국시조백일장 등 수상. 조은술세종 대표.
△1961년 청도 출생. 시집으로 ‘둥근 방’. ‘문학저널’ 신인상, 충북여성문학상, 청풍명월전국시조백일장 등 수상. 조은술세종 대표.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세계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장경태 “김건희, 계엄 선포 1시간 전 성형외과서 나와”
- 축의금은 10만원이지만…부의금은 “5만원이 적당”
- 9초 동영상이 이재명 운명 바꿨다…“김문기와 골프사진? 조작됐다” vs “오늘 시장님과 골프
- 빠짐없이 교회 나가던 아내, 교회男과 불륜
- 황정음, 이혼 고통에 수면제 복용 "연예계 생활 20년만 처음, 미치겠더라"
- 은지원, 뼈만 남은 고지용 근황에 충격 "병 걸린 거냐…말라서 걱정"
- '명문대 마약동아리' 대학생과 마약 투약한 의사, 징역형 집행유예
- 한국 여학생 평균 성 경험 연령 16세, 중고 여학생 9562명은 피임도 없이 성관계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