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서영의 별별영어] 내 영어는 수능까지만?

2022. 11. 19.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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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서영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
시험에 지쳐 “내 영어는 수능까지!”라고 외쳤더라도 영어를 즐겁게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학습을 습득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비결이지요.

수학, 과학, 음악, 미술은 잘하는 사람과 함께 지낸다고 나도 잘하게 되진 않죠? 하지만 언어는 세상 모든 어린이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과 어울리기만 해도 저절로 잘하게 돼요. 그래서 언어는 ‘습득’한다고 말합니다. 물론 외국어는 그러기 어렵죠. 평소 사용하지 않기 때문인데, 우리는 영어를 시험을 보기 위해 ‘공부’만 한 거예요.

이런 ‘학습’은 효과가 있긴 하지만 부작용이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영어가 싫어지는 게 문제죠. 그렇지만 습득과 학습의 균형을 찾으면 얼마든지 다시 재미를 붙일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먼저 내게 필요한 영어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세요. 필요한 만큼 잘하면 되니까요. 불편 없이 배낭여행을 떠날 수 있을 정도의 듣기와 말하기인지, 영어로 된 전공서적을 술술 읽어야 하는 것인지, 또는 영어 강의를 수강하며 과제 작성과 발표를 할 작문과 토론 실력이 필요한지 진단해야 합니다.

듣기와 말하기는 70% 이상 들리는 영화나 드라마를 골라 잘 들릴 때까지 반복해 듣고, ‘따라 하기(shadowing)’를 해 보세요. 아이처럼 간단한 문장부터 발음은 물론 억양까지 똑같이 흉내 내는 겁니다. 물론 영어로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더 좋지요.

읽기는 실제 기사와 책을 읽어야 하고, 글쓰기는 좋은 글을 택해 한 문장씩 두세 번 소리 내 읽어 본 후 안 보고 옮겨 쓰면 도움이 됩니다. 한 페이지쯤 쓴 후 원문과 맞춰 보면 실력이 늘어요. 단수와 복수 구분에 민감하고 주어와 목적어를 생략하지 않는 등 한국어와 다른 영어의 특징에 익숙해질 수 있죠. 관사와 전치사, 시제 같은 작은 차이에도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요.

한 가지 팁을 드리면 문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동사라는 점입니다. 주어나 목적어가 될 수 있는 명사는 대상에 대한 정보만 줄 뿐이지만, 술어의 중심인 동사는 전체 상황의 골격을 알려주기 때문이죠. 즉, 문장을 제대로 만들려면 동사의 의미를 확실히 알고 자유롭게 사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당부하고 싶은 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겁니다. 언어는 세상을 넓게 살아가기 위한 소통의 도구라서 자신감을 갖는 일이 더 중요해요. 교실 안 시험이 끝났으니 교실 밖 진짜 영어를 만날 때입니다. 여러분의 영어를 응원합니다!

채서영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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