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란의얇은소설] 더 친절해지지 않으면
가족들만이라도 감싸줬으면
조지 손더스, <집>(‘12월 10일’에 수록, 박아람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그는 자식들이 있는 전 부인의 집으로 간다. 언제 이렇게 아는 사람들의 모든 집이 으리으리해지고 자동차를 몇 대씩이나 두고 살게 되었는지 의아하다. 그가 전쟁터에 나가 있는 동안. 그가 거기서 어떤 원치 않는 일을 지속해야 했는지 독자는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전 부인의 집에는 아이들의 새아빠가 된 남자가 있다. 사람들은 마이키가 전쟁에서 돌아왔다는 사실, 그곳에서 한 일을 추측하곤 가능하면 그에게서 아이들을 멀리 떼어놓고, 가능하면 집 안으로 들이지 않는 방식으로 밀어내고 추방한다.
다시 엄마 집으로 돌아가니 18년 동안이나 산 집인데 월세를 석 달 밀렸다고 퇴거명령을 받았다고 한다. 마당에 끌어내진 가재도구들과 소리치는 엄마를 보자 마이키는 갑자기, 가끔 시달리는 이런 충동적인 행동을 하고 싶어진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앞을 가로막는 건 무조건 밀치고, 안으로 들어가서, 이것저것 집어던져 다 망가뜨리고, 속에 있는 말을 전부 쏟아놓는 것”, 그런 느낌이 들면 얼굴이 달아오르면서 “어서 해, 어서, 어서, 하는” 조급함이 밀려왔다. 그리고 마이키는 그렇게 했다. 보안관은 마이키에게 충고한다. 나라를 위해 싸워주셔서 고맙지만 이젠 갈 곳을 찾으라고.
마이키는 자신이 느끼는 충동적 폭력에 스스로 수치스러워한다. 그는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엄마에게도 가족들에게도 하지 못한 말을 마이키는 혼자 내뱉는다. 거기에서 내가 한 일을 말하면 그냥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거라고 말해주세요, 내가 겪은 일을 제대로 알고 동감하고 안타까워해 주면 안 될까요.
이 단편에는 세 군데의 집이 나오지만 마이키가 들어갈 수 있는 집은 없고, 여러 가족 구성원이 등장하지만 마이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그를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는 구성원은 아무도 없다. 어둡지만 재미있고 아프지만 유머러스하며 우리가 타인들, 가깝게는 가족에게 느껴야 하는 연민과 친절과 이해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특히 내면 깊이 어떤 상흔을 가진 사람에게라면 더더욱. 조지 손더스의 소설 안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사이에 독자는 어떤 변화를 겪게 된다. 더 경청하고 더 이해하고 더 친절해지지 않으면 진짜 사람이 되기 어렵다는, 그런 중대한 변화.
조경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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