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광우의시네마트랩] ‘정훈이 만화’가 소개되길 바라며

2022. 11. 18.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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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중반에 한국의 유일한 영화 월간지였던 '월간 스크린'에 미국 영화잡지에 실렸던 패러디 만화가 몇 번 번역, 게재되었다.

'정훈이 만화'는 개봉작을 패러디하기도 하고, 당시 영화산업의 활황에 따라 걸작을 만들겠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인물인 씨네박이나 남기남을 등장시켜 영화 만드는 작업의 어려움을 공감하게끔 했다.

그렇게 '정훈이 만화'는 한국에서 영화 패러디 만화라는 분야를 개척했고 독특한 영상문화의 한 장르로 격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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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중반에 한국의 유일한 영화 월간지였던 ‘월간 스크린’에 미국 영화잡지에 실렸던 패러디 만화가 몇 번 번역, 게재되었다. ‘인디아나 존스와 저주의 사원’이나 ‘탑건’ 등 당대 히트작들을 패러디한 이 만화는 원작의 이야기 틀과 캐릭터를 가져오면서 비트는 재미를 선사했다.

1990년대 중반에 한국 영화문화의 지형을 바꾼 사건 중 하나는 ‘씨네21’의 창간이었다. 일단, ‘씨네21’ 창간 이전에 영화잡지는 월간지와 격월간지, 또는 비정기적으로 간행되는 무크지가 많았다. ‘씨네21’의 등장 이후 영화 주간지들과 새로운 월간지들이 창간되면서 영화잡지계는 포화상태가 되면서 서서히 월간지 중심의 영화잡지 시장은 주간지 중심으로 바뀌었다.

거의 모든 신문과 잡지에 시사만평이나 네 컷짜리 만화가 실리곤 했는데, 영화잡지에는 그에 비견될 만한 화제작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때 등장한 것이 ‘씨네21’의 ‘정훈이 만화’ 코너였다. ‘정훈이 만화’는 개봉작을 패러디하기도 하고, 당시 영화산업의 활황에 따라 걸작을 만들겠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인물인 씨네박이나 남기남을 등장시켜 영화 만드는 작업의 어려움을 공감하게끔 했다. 그렇게 ‘정훈이 만화’는 한국에서 영화 패러디 만화라는 분야를 개척했고 독특한 영상문화의 한 장르로 격상시켰다.

1995년부터 2020년까지 ‘정훈이 만화’는 25년 넘게 연재되었고, 작품들을 모아서 한국영상자료원 영화박물관에서 전시회를 열었던 적이 있다. 대학교에서 영화사나 영화문화를 가르치는 사람은 학생들에게 영상자료원에 방문하라는 과제를 내주곤 한다. 이 과제를 수행하려고 영화박물관에 갔다가 ‘정훈이 만화’ 전시회를 본 2010년대 이후의 대학생들은 ‘정훈이 만화’를 전혀 알지 못했던 것이 기억난다. 어쩌면 그것은 이제 영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조차 영화잡지를 찾아보지 않는 상황을 반영한 반응일 것이다.

‘정훈이 만화’를 연재한 정훈 작가가 11월5일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이 자리를 빌려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의 패러디 만화는 우리만 보기에는 너무 아깝다. 한국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듯이, 그의 작품집들도 해외에 번역되어 소개되고 그의 작품 전시회도 해외에서 열리길 바란다. 만들어진 영화만큼이나 영화를 바라보고 즐기는 태도도 공유할 만한 가치가 있다.

노광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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