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위해 써달라”…4·3 국가보상금 기부 잇따라
[KBS 제주] [앵커]
제주4·3사건 발생 74년 만에 희생자와 관련해 국가 보상금이 지급되기 시작됐습니다.
고통의 세월을 살아온 희생자와 유족들이 미래를 위해 써달라며 잇따라 보상금을 기부하고 있습니다.
안서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 남성이 꽃과 함께 흰 봉투를 위패 앞에 올립니다.
4·3 당시 군경 토벌대에 의해 청년들이 학살되는 것을 만류하다
무장대로 몰려 희생된 할아버지에게 74년 만에 정부가 지급한 보상금입니다.
["4·3 해결이 된 것 같습니다. 오늘 할아버지 몫으로 저에게 보상금이 나왔습니다."]
독립유공자이자 4·3 희생자인 한백흥 지사의 손자 한하용 씨.
할아버지 앞으로 나온 보상금 9천만 원 가운데 자신의 몫 3백여만 원을 평화를 위한 교육에 써달라며, 제주4·3유족회에 전액 기부했습니다.
[한하용/4·3희생자 유족 : "유족들이 70여 년 동안 고통 속에 살지 않았습니까. 이런 가운데 저는 평화와 인권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4·3 당시 경찰 고문으로 후유장애를 갖게 된 강순주 할아버지도 기부에 동참했습니다.
무고한 민간인을 학살하라는 명령을 거부해 강 씨를 비롯한 200여 명의 목숨을 구한 고 문형순 경찰서장의 뜻을 후대에도 알리기 위해섭니다.
몸이 불편한 강 씨 대신 아들이 보상금 4천5백만 원 중 천만 원을 기꺼이 내놓았습니다.
[강경돈/4·3 생존희생자 자녀 : "이런 의로운 일들이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4·3유족회를 통해서 전달하게 되었습니다."]
앞서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수형 희생자 유족 3명이 형사보상금 일부를 기부하기도 했는데, 4·3 유족회는 이들의 소중한 정성을 모아 내년 초쯤 가칭 '평화인권재단'을 설립해 기금으로 쓸 계획입니다.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는 희생자와 유족들의 자발적인 기부가 이어지면서 제주 4·3이 과거사 해결의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안서연입니다.
촬영기자:부수홍
안서연 기자 (asy010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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