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속 시한폭탄' 뇌동맥류, 파열돼 지주막하 출혈되면 3분 1가량 사망

권대익 2022. 11. 18.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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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뇌동맥류(腦動脈瘤ㆍcerebral aneurysm)는 뇌혈관 안쪽이 손상되고 약해지면서 혈관 벽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뇌동맥류는 파열되면 환자의 3분의 1 이상이 치명적인 영구장애를 갖게 되거나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전조 증상이 없고 언제 터질지 몰라 ‘머리 속 시한폭탄’이라고 불린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뇌와 척수 사이의 거미줄처럼 생긴 공간(지주막 아래)에 혈액이 스며든다(지주막하(蜘蛛膜下) 출혈 혹은 거미막하 출혈). 이처럼 지주막하 출혈이 되면 28~35%가 목숨을 잃는다.

이성호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뇌동맥류 증상과 종류, 진단 및 수술법을 알아봤다.

-뇌동맥류란.

“뇌동맥류는 뇌동맥이 갈라지는 부위의 혈관벽이 약해지면서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혈관 내 새로운 공간을 형성하는 경우를 말한다. 전 인구의 2~5%가 가지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병이며 핀란드ㆍ일본ㆍ한국 등에서 흔히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생 원인은.

“원인은 모두 밝혀지진 않았지만 현재까지 뇌동맥이 구조적으로 힘을 받는 층이 얇아 동맥류 발생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뇌동맥 혈관벽에 높은 혈류 압력이 지속적으로 전달되면서 균열이 발생하고 일련의 과정을 통해 동맥류가 성장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여성ㆍ고령ㆍ동맥경화 등이 발생률을 높이고 고혈압ㆍ흡연 등 조절이 가능한 위험 인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증상은.

“파열되지 않은 뇌동맥류는 대부분 증상이 없다. 편두통이나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우연히 발견된 뇌동맥류와 연관성을 물어오는 경우가 있으나 대부분 관련이 없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두개강 내로 피가 차면서 뇌를 비롯한 구조물을 압박한다. 이를 뇌 지주막하(蜘蛛膜下) 출혈이라고 한다.

증상은 출혈량에 따라 두통부터 급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두통 양상은 ‘망치로 머리를 세게 맞은 듯한 느낌’으로 표현하는 환자가 많고 메스꺼움과 구토를 동반하기도 한다.

출혈량이 많으면 의식 저하, 혼수, 사망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치료를 받더라도 후유증이 남을 확률 혹은 사망률이 높아진다. 뇌동맥류가 다시 파열되면 더 치명적이며 혈관이 오그라드는 혈관 연축, 뇌실의 뇌척수액이 축적되는 수두증 등 합병증도 발생할 수 있다. 지주막하 출혈 사망률은 28~35%로 매우 위험한 질병이며 치료되더라도 후유증이 50% 이상 남는다.”

서울대병원 제공

-덜 위험한 뇌동맥류는.

“크기가 작거나 파열 위험이 낮은 부위에 위치하는 경우다. 특히 상상돌기 주변이나 경막 외에 위치한 동맥류는 파열 위험이 굉장히 낮다. 또한 ‘접합부 팽대(유두)’와 구별해야 한다. 접합부 팽대는 큰 혈관에서 작은 혈관이 나오는 기시부가 넓어진 부분을 의미한다.

마치 동맥류처럼 튀어나와 있어 비슷하게 보일 수 있지만 이는 동맥류가 아니기에 파열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러나 접합부 팽대에서도 드물게 동맥류가 발생할 수 있어 자주는 아니더라도 추적 관찰은 해보는 것이 좋다.”

-위험한 뇌동맥류는.

“당장 치료가 필요한 아주 위험한 뇌동맥류는 이미 파열이 일어난 동맥류다. 파열로 인한 출혈이 생겨 발생하는 두통은 일생에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극심한 통증일 때가 대부분이다. 간혹 출혈량이 매우 적으면 경미한 두통을 호소할 때가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한 번 파열됐던 동맥류는 다시 터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반드시 정밀 검사와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또한 증상이 발생한 동맥류도 위험하다. 비파열성 뇌동맥류는 보통 무증상이지만 간혹 크기가 커지거나 모양이 변하면 주변 뇌와 뇌신경을 눌러 △안검하수(한쪽 눈이 안 떠지는 증상) △복시(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증상) △편측 안면통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크기가 매우 큰 동맥류라면 뇌를 압박해 인지 능력 저하와 치매를 일으키기도 한다. 지름 25㎜ 이상 ‘거대 동맥류’에서 주로 관찰된다. 그리고 다발성 동맥류 환자에서 파열된 동맥류가 있거나, 지름이 크거나 모양이 불규칙하거나, 혹이 2개 이상인 동맥류도 비교적 위험한 동맥류다.”

-치료는 어떻게 정하나.

“보통 혈관조영술로 자세한 뇌동맥류 모습을 보고 정한다. 혈관조영술은 대퇴동맥으로 카테터를 넣어 뇌혈관에 조영제를 주사해 혈관 모습을 직접 관찰하는 방법으로 동맥류의 모양과 주변 혈관 위치를 가장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뇌동맥류 파열의 2가지 치료법은.

“뇌동맥류 파열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2가지 수술적 치료가 있다. 첫 번째는 혈관 내 치료인 ‘동맥류 코일 색전술’, 두 번째는 개두술을 통해 직접 동맥류로 접근하는 ‘동맥류 경부 결찰술’이다.

동맥류 코일 색전술은 혈관 속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개두술이 불필요하고 접근이 힘든 부위의 시술이 가능하다. 또한 개두술에 비해 재원 기간이 짧은 장점이 있다. 하지만 간혹 재발이 일어나거나 파열됐을 때 조작이 어려울 수 있다.

반면 동맥류 경부 결찰술은 재발률이 낮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또한 주변 미세혈관을 직접 관찰할 수 있고 수술 도중 파하면 신속한 대처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개두술이 필요하고 시술자가 숙련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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