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열기 날리면, 축구 열기 오를까…낯설고 화려한 ‘사막 월드컵’이 온다

황민국 기자 2022. 11. 18.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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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냉방 시스템 구축 등 296조원 투입…카타르 월드컵 개막 눈앞
카운트다운 시작 2022 월드컵 개막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카타르 도하에 설치된 월드컵 공식 카운트다운 시계 앞에 시민들이 모여 구경하고 있다. 도하 | AP연합뉴스
2036년 올림픽 유치 포석…불꽃놀이·드론쇼 등 개·폐회식 공들여
사상 첫 ‘겨울 대회’…경기장 내 무알코올 맥주만 허용한 것도 처음

며칠 전 무게 6.142㎏의 순금 덩어리가 51개국을 거쳐 도착하자 카타르의 수도인 도하는 달아올랐다. 선수 둘이 지구를 높이 든 모습이 인상적인 트로피, 지구촌 최대 잔치라 불리는 월드컵의 우승팀에 주어진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이 21일 오전 1시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카타르와 에콰도르 간 개막전을 시작으로 한 달의 열전을 시작한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이 열사의 땅인 중동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면이 바다인 데다 사막 한복판인 카타르는 2010년 12월 한국과 미국, 호주, 일본을 제치고 이번 월드컵 유치전에서 승리했다.

카타르가 12년간 공들인 이번 대회는 유독 처음인 것이 많다. 카타르는 여름 낮 기온이 40도를 훌쩍 넘겨 모든 경기장에 냉방 시스템을 설치해 해결했다. 아랍 유목민들의 텐트를 떠올리게 하는 알바이트 스타디움은 내부에 겹겹으로 설치된 송풍구에서 쏟아지는 차가운 바람으로 내부 온도를 21도로 유지한다.

사막에서 쏟아지는 햇빛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이 전력으로 다시 냉각수를 만들어 경기장 전체를 하나의 에어컨처럼 꾸몄기에 가능했다. 뜨거운 바람은 위로 가고, 찬 바람은 아래로 내려가는 대류 현상을 이용해 전력 낭비까지 줄였다. 개막 전 시뮬레이션에 참가한 국제축구연맹(FIFA) 관계자가 “외투를 입지 않으면 추울 정도”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막대한 설비 투자와 운영비가 필요하지만 산유국 카타르에는 큰 문제가 아니다.

도하 거리 장식한 ‘한국 캡틴’ 손흥민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도하의 시내 한 건물 외벽에 손흥민을 앞세운 월드컵 광고가 게시돼 있다. 도하 | 연합뉴스

카타르는 이번 월드컵 개최를 위해 2200억달러(약 296조원)를 투자했다. 1990년 이탈리아 대회부터 2018년 러시아 대회까지의 월드컵 개최 비용을 합친 486억3000만달러(약 65조원)의 4배를 넘는다. 여름이 아닌 겨울로 개최 시기를 바꾸는 혼란이 문제였을 따름이다. 겨울 월드컵도 역대 최초다.

돈을 아끼지 않는 이번 월드컵에서 어느 때보다 화려한 개·폐회식이 열리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이탈리아 출신 연출가 마르코 빌리치의 주도 아래 월드컵보다는 올림픽을 떠올리게 하는 행사를 1년간 준비했다. 카타르가 2036년 올림픽을 유치하려는 사전작업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번 개회식에는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이 참가하는 가운데 화려한 불꽃놀이 등이 약 30분간 진행된다. 개막을 앞둔 리허설에서는 밤하늘을 수놓는 드론쇼가 여러 차례 목격되기도 했다.

안타까운 최초의 사례도 있다. 술을 금지하는 이슬람 전통에 따라 경기장에서는 오직 무알코올 맥주만 허락되는 첫 대회다. 월드컵 스폰서인 버드와이저가 무알코올 맥주를 판매한다. 원래 경기장 인근 지정 구역에서는 일반맥주를 판매할 계획이었으나 개막 이틀을 앞두고 전격 취소됐다. 4년 전 러시아 대회가 혼란을 막기 위해 일부 장소에서 주류 판매를 금지했던 것과는 정반대다.

개막에 앞서 17일 팬 페스티벌에서 무알코올 맥주와 일반 맥주가 판매되기 시작했다. 한 잔의 가격은 각각 30리알(약 1만원)과 50리알(약 1만8000원)이다. 역대 월드컵 중 가장 비싼 맥주다.

도하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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