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MBC 전용기 배제가 ‘헌법수호’라는 윤 대통령의 독단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 배제에 대해 “국가 안보의 핵심축인 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9월22일 뉴욕에서 일으킨 비속어 파문과 ‘바이든’ 발언 시비를 가짜뉴스와 동맹 이간질로 몰아붙이고, 전용기 탑승 불허 이유로 삼은 것이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헌법수호 책임의 일환으로서 (전용기 배제는)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국민도 지켜보고 대다수 언론도 보도한 공개 석상 동영상 속 발언을 객관적 증거 제시도 없이 가짜뉴스로 재단하고, 취재 제한 조치에 맞지 않게 헌법까지 끌어들인 최고 권력자의 언론관이 우려스럽다.
윤 대통령의 MBC 공격은 “자유롭게 비판하시기 바란다. 언론·국민의 비판을 늘 다 받고 마음이 열려 있다”는 말 뒤에 나왔다. ‘권력 감시’와 ‘국민 알권리 보호’라는 언론 역할을 인정·수용할 뜻을 비치고, MBC만 갈라친 것이다. 그 자체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전용기에서 특정 언론 기자 두 명만 따로 불러 면담한 것도 “개인적인 일”이라 하고, ‘전용기는 공적 공간’이란 질문엔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순방 중에 미·중·일 정상회담 현장 취재를 불허하고 서면 자료로 대체하는 유례없는 일을 벌여놓고도 왜곡된 언론관을 고집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상훈 비상대책위원은 전날 “삼성과 여러 기업들이 MBC에 광고로 동력을 제공하는 것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MBC 광고불매 활동 중인 보수단체 말을 빌려 집권당 지도부 회의에서 반언론적인 광고 탄압을 꺼내고, 직접 ‘MBC 메인뉴스 시보 광고주’ 삼성을 겨누기도 했다. 한국기자협회는 1974년 동아일보·동아방송이 유신정권 압력으로 기업 광고가 실리지 못한 걸 상기시키며 “역사의 시계를 48년 전으로 돌리는 언론 탄압”이라고 규탄했다. 김 비대위원은 윤 대통령의 정치 입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친윤계 의원이다. 김 비대위원은 망언을 사과하고, 국민의힘도 광고 탄압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재발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
헌법은 언론·출판의 자유(21조)를 명시해 민주사회의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으로 보호하고 있다. 언론으로 인한 명예·권리 침해엔 언론중재나 법적 이의제기 절차가 있음에도 권력 비판 보도를 사실 규명이나 증거도 없이 ‘국익을 해하는 가짜뉴스’로 매도하는 것은 헌법정신에 반한다. 여론조사를 보면 시민 3명 중 2명이 전용기 배제가 부적절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걸 ‘헌법수호 조치’라고 견강부회하는 윤 대통령의 언론관은 편협하고 민심과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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