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전국 공무원 노동조합(전공노)이 추진하는 정부정책 찬반투표와 관련해 광역시·도에 ‘징계 등 강력 처벌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내려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18일 전공노·행안부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 16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정부정책 찬반투표 관련 투표금지 및 위법행위 엄중조치 협조 요청’ 공문을 광역시·도에 내려보냈다.
공문에는 ‘전공노의 정부정책 평가 찬반투표는 공무원노조법상 정당한 노조활동이라 할 수 없다’, ‘징계 등 강력하게 처벌될 수 있음을 주지시켜 달라’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공문에 금지사항으로는 ‘정부정책 찬반투표 관련 현장 및 온라인투표 안내 등’, ‘조합원 대상 찬반투표 독려, 찬반투표 참여 등’이 담겼다. 관리감독 사항에는 ‘불법행위 적발시 즉시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조치’ 등이 포함됐다.
전공노는 오는 22일부터 3일간 윤석열 정부의 정책에 관해 조합원의 의견을 묻는 총투표를 실시할 예정이었다. 전공노는 공무원 인력 감축 계획, 내년도 보수인상률, 공무원 연금 소득 공백, 이태원 ‘핼러윈 데이’ 참사 책임자 처벌 등 정부 정책에 관한 의견을 공무원에게 묻고, 이를 정부에 전달하려 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공무원 보수인상률 주장 등은 공무원노조법상 가능하다고 봤다. 행안부는 이태원 참사 책임자 처벌 등은 공무원 처우 개선이 아닌 정치적 행위여서 제지한 것이라고 밝혔다. 행안부 관계자는 “공무원은 현행 법령상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며 “이태원 참사 관련 설문은 정치적 의도가 강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전공노는 18일 오후에 낸 보도자료에서 행안부 해석이 “공무원의 근무조건과 무관한 내용이 있다는 자의적이고 일방적인 판단”이라고 반박했다. 전공노는 “이태원 참사 관련 책임자 처벌 문항은 현재 정부가 하위직에게만 책임을 전가해 공직사회의 심각한 자존감과 사기저하를 가져오고 있다”며 “공무원 노조 소속 소방공무원,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관련돼 있어 공무원 노동조건과 밀접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전공노 관계자는 “파업이나 업무거부도 아닌 ‘정부 정책에 대한 의견을 묻는 행위’가 위법하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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