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발사에 심각성 느낀 6개국…APEC 계기에 한 목소리 '규탄'
"시의적절하게 단호하고 단합된 입장 내…강력한 메시지"
(방콕=뉴스1) 윤수희 기자 =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급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한국과 미국, 일본을 비롯해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정상들이 모여 한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 도발이 전례없이 심각하다는 국제사회의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8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참석 중인 한덕수 국무총리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주재한 6개국 긴급 기자회견 및 회담에 참석했다.
낮 12시30분부터 약 40여 분간 진행된 이번 회담은 해리스 부통령을 수행한 미국 국가안보회의(NSC)의 요청으로 긴급 성사됐다.
이날 오전 9시15분부터 시작된 APEC 1차 본회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이 들려오자, 한 총리를 비롯해 해리스 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연달아 북한의 행위를 규탄하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고, 이후 미국 측의 제안에 나머지 5개국 모두 응하면서 성사된 것이다.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은 "한 총리가 1차 본회의에서 이 문제(북한 미사일 발사)를 거론했다. 미국, 일본, 뉴질랜드 측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규탄 발언을 냈다"고 전하며 "이후 미국 측에서 6개국이 모여 공동 기자회견을 하자고 제안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 총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와 아시아 지역 그리고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북한은 모든 종류의 도발을 즉각 중단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다른 정상들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유엔 안보리 결의의 후안무치한 위반이자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물론 국제 안보를 저해하는 행위라 규탄하면서 북한의 도발 중지를 촉구하고 국제사회의 단호하고 일치된 대응을 주문했다.
이후 이어진 비공개 회담에서 6개국은 "앞으로 단합된 입장을 갖고 유엔 대표부와 각 정부 간의 협의를 계속하자는 방향을 정했다"고 이 차관은 전했다.
이 차관은 "이번 회담은 국제사회의 단호하고 단합된 입장을 통해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이 큰 화두이자 중요한 개념"이라며 "APEC으로 정상들이 모이는 계기에 평소 북핵 문제와 비핵화에 대해 공통의 목표를 공유하고 있는 나라의 정상이 시의적절하게 모여 논의하고 입장을 밝혔다는 데 뜻이 있다"고 평가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전 10시15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을 포착했다.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1000㎞, 정점고도는 약 6100㎞, 최고속도는 마하22(초속 7.48㎞) 수준으로 탐지됐다. 비행거리를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발사 각도를 높인 고각 발사 방식으로 미사일을 쏜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이날 ICBM을 정상 각도(30~45도)로 쐈을 땐 탄두중량 등에 따라 1만5000㎞ 이상 날아갔을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미국 본토가 사정권에 들어온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이 홋카이(北海)도 오시마오시마(渡島大島) 서쪽 약 200㎞ 거리의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일본 측이 추정한 북한 ICBM의 비행시간은 69분 정도다.
이처럼 그동안 북한이 발사한 ICBM급 탄도미사일에 비해 확연히 진전된 기술력을 보인 데다 올해 북한의 도발이 전례없이 잦았다는 점에서 이번 도발만큼은 그냥 넘어갈 수 없고 국제사회가 단호하게 일치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안보리 결의안을 통한 추가 제재 등은 더 논의되어야 할 부분이라는 게 정부 고위 당국자의 설명이다.
APEC 회의 마지막 날인 19일, 정상 선언을 통해 북한의 행위를 규탄하는 내용이 들어갈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부 고위 당국자는 "큰 기대는 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이미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의 일부 사안을 선언문에 넣을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는 전언이다.
y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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