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3040 표 놓칠라… 민주당, ‘금투세 유예’ 조건부 수용

김경화 기자 2022. 11. 18.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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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18일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 2년 유예 방안’을 조건부로 수용한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이 내년 증권거래세를 현재 0.23%에서 0.15%로 낮추고, 주식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기준을 현행 10억원으로 유지하는 것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금투세가 도입되면 주식 투자 등으로 연간 5000만원 넘는 소득을 올리면 22~27.5% 정도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정부는 상위 1%에만 적용된다고 했지만, 절세를 위해 주식시장의 돈이 빠져나갈 수 있다며 개미 투자자들도 반대하고 있다. ‘부자 감세’라며 금투세 유예를 반대했던 민주당도 ‘개미 표심’을 감안해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의 30~40대가 주식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과 세대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2.11.17/뉴스1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금투세 도입 핵심은 세금 신설이 아니라 증권거래세를 낮춰 개미 투자자의 부담을 줄이자는 것”이라며 “(현재 0.23%에서) 0.15%로 낮추자는 기존 입장에서 후퇴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부 여당이 주장하는 주식양도세 기준 100억원 상향에 대해서는 “전형적인 초부자 감세에 해당한다”며 10억원 유지를 주장했다.

금투세 유예는 관련법을 고쳐야 하지만, 증권거래세 인하와 주식양도소득세 기준은 시행령 사안이다. 민주당은 “정부가 시행령을 고치면 금투세 유예 관련법 처리에 협조하겠다”고 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증권거래세율이 0.15%로 인하될 경우 세수가 1조9000억원 줄어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거래세율 0.15%는 절대 안 되나’라는 질문에 “(금투세와 연계되기 때문에) 지금은 상황 변화가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국민의힘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이제라도 민주당이 금투세 2년 유예를 검토하기로 한 것은 민생을 위한 이성적 결정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여기에 또다시 이런저런 조건을 붙여 누더기 가짜 법안을 만든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께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10일 기재위원 전원이 금투세 유예 반대 성명을 낼 정도로 강경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가 지난 14일 최고위 회의에서 금투세 도입에 ‘신중론’을 밝힌 뒤 선회하기 시작했다. 당내에서 “금투세를 강행했다가, 개미 투자자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게 입장 변화에 영향을 줬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상장 법인 주식 소유자 현황’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개인 주식 투자자는 1374만명에 달한다. 이 중 수도권 투자자는 경기도에 360만명(26.2%), 서울에 339만명(24.7%), 인천 69만명(5%) 등으로 전체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거주자(기초단체)·성별·연령대별로 봤을 때 주식 소유자가 가장 많은 집단 1위는 경기도 수원시 거주 40대 남성, 2위는 수원의 30대 남성, 3위는 경기도 용인의 40대 남성, 4위는 경기도 화성의 40대 남성, 5위는 용인의 40대 여성, 6위는 수원의 40대 여성이 차지했다. 수도권 3040세대의 자산 증식에 대한 ‘꿈’이 주식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뜻이다.

금투세 도입 후 주가 하락이 가시화될 경우 ‘수도권 개미’들의 표심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과거 대만에선 금투세 도입 후 큰손들이 주식시장을 빠져나가면서 주가가 폭락했고, 이후 이를 취소했다. 여기에 수도권 격전지의 경우 수천·수백 표 박빙 승부가 벌어지기 때문에 금투세 후폭풍이 2024년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학 개미’들이 몰려있는 수원·용인·화성 선거구 13개 중 12개를 야당이 차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1곳뿐(용인갑)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야당이 다수인 수도권을 빼앗아 와야 한다”며 “내년은 총선 직전이라 주가의 급락 여부에 따라 2024년 총선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수도권, 특히 금투세에 민감한 일부 지역구 의원이 당대표에게 금투세 강행은 여론 역풍을 맞는다고 강하게 얘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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