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눈으로 바라본 ‘빈곤’의 모습, 끝없이 결핍과 싸우는 입체적 과정[책과 삶]
빈곤 과정
조문영 지음
글항아리 | 428쪽 | 2만4000원
빈곤을 둘러싼 여러 문제들은 늘 지적되지만 여전히 제자리를 맴돈다. 경제적·사회적 불평등 심화로 더 심각해지다보니 빈곤을 다룬 책도 많다. 정치·경제·사회적 차원을 넘어 의학·인류학·심리학 등의 다양한 관점에서다. 그만큼 빈곤이 복잡 다단하고 다층적이란 의미다.
<빈곤 과정>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말하고 쓰는 빈곤에 대한 기본적 인식을 넓히는 학술성 짙은 책이다. 원인 분석이나 대책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빈곤에 대한 기존의 통념에서 벗어나 열린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연세대 교수인 저자는 지난 20여년 빈곤을 연구해온 인류학자다. 저자는 “경험적 연구를 통해 빈곤을 학술적·실천적 주제로 등장시켜온 과정에 대한 기록”이라며 “빈곤에 관한 사유를 확장하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책의 중심 기조는 빈곤을 결과가 아니라 과정으로 보는 것이다. 견고한 빈곤 통치 체제 속에서 규정되고 낙인찍혀 결과로 나타나는 빈곤을 넘어 실존의 결핍을 메우려는 끝없는 분전, 자기 자리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과정으로 빈곤을 인식해 입체적으로 감각할 수 있다.
실제 ‘빈곤의 배치와 취약한 삶들의 인류학’이란 부제의 책은 빈곤과 관련해 인식의 확장을 시도한다. 사회보장의 역사부터 복지제도가 낳는 지배적 규범의 재생산·부정적 낙인을 살핀다. 이에 따른 의제로 빈곤의 포박 문제를 거론한다.
빈곤 통치와 빈곤 산업의 탄생 배경과 엄청난 영향력의 실상도 상세하게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각국 청년들의 빈민 구호·봉사활동 등도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한다. 그들의 활동이 빈곤 산업·통치를 강화하는 역설적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 나아가 빈곤 인식을 인간을 넘어 비인간 생명체, 자연으로 까지 넓혀 본다.
도재기 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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