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괴물 ICBM’ 화성-17형 사실상 성공... 美 본토 전역이 사정권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2022. 11. 1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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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탄두 장착 가능한 화성-17형, 최대 사거리 1만5000㎞ 이상

북한이 18일 오전 ‘괴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으로 알려진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ICBM을 고각(高角) 발사해 고도 약 6100㎞까지 올려 보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정상 각도(30~45도)로 발사했다면 사거리가 1만5000㎞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사거리가 미 본토 전역 타격 거리(1만3000㎞)보다 길어 알래스카 및 미 서부 요격망을 우회해 타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화성-17형은 다탄두(多彈頭)를 장착할 수 있다.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평양 노동신문 뉴스

합동참모본부는 “오전 10시 15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ICBM 1발을 포착했다”며 “ICBM의 비행 거리는 약 1000㎞, 고도는 약 6100㎞, 속도는 약 마하 22(음속의 22배)로 탐지됐다”고 밝혔다. 북 미사일은 오전 11시 23분쯤 홋카이도 오시마오시마(渡島大島) 서쪽 약 200㎞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졌는데 68분가량 비행한 것으로 보인다.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은 “이번 ICBM급 탄도미사일의 비행 궤도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탄두와 중량 등에 따라 사거리가 1만5000㎞를 넘을 수 있으며 이 경우 미국 본토가 사정권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성-17형은 이동식 발사 ICBM 중 세계에서 가장 큰 것으로 평가돼 ‘괴물 ICBM’으로 불린다. 북한이 화성-17형을 고도 6100㎞까지 쏘아 올린 것은 처음이다.

일본 방위성은 북한이 18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낙하지점 인근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던 항공자위대 F-15 전투기가 상공에서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을 보면 푸른 하늘에 연기 혹은 비행운으로 보이는 하얀 물질이 길게 궤적을 남겼다. 2022.11.18 /일본 방위성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찾아 북 ICBM 발사에 대응해 대북 확장 억제 실행력 강화 이행과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 추진 등을 지시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차 태국 방콕을 방문한 한국·미국·일본·캐나다·호주·뉴질랜드 정상급 인사들도 이날 ICBM 발사 소식에 긴급 회동해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한국에서는 윤 대통령을 대신해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미 백악관 NSC 에이드리엔 왓슨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미국은 미 본토와 한국·일본 등 동맹국의 안전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며 북한을 규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용산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 임석해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관련한 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

군 당국은 화성-17형이 최종 성공했는지에 대해선 “분석 중”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적어도 2단 분리까지는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화성-17형의 최대 고도를 볼 때 2단 분리 후에도 정상 비행이 이뤄졌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고각으로 발사돼 대기권 재진입 시험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ICBM은 대기권 재진입 때 엄청난 고열을 견뎌야 하는데 고각으로 쏘면 정상 각도(30~45도)보다 재진입시 고열이 덜 발생한다. 각도 조절에 실패하면 재진입 시 튕겨 나가거나 타버리기도 한다. 군 관계자는 “고각 발사로 멀리 보낼 수 있는 능력은 확보할 수 있지만 재진입 기술은 정상 각도로 발사해야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은 올 들어 지난 3일까지 화성-17형을 5~6차례 발사했지만 군 당국은 계속 실패한 것으로 평가해 왔다. 지난 3일 발사의 경우 최대 고도 약 1920㎞, 비행 거리 760㎞, 최고 속도 약 마하 15(음속 15배)를 기록, 1·2단 추진체가 성공적으로 분리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그 뒤 탄두부가 비행하던 중 추력이 약해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결국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3월25일 전날인 24일 발사한 미사일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직접 발사 명령을 하달하고 현장에 참관해 발사 전과정을 지도했다고도 전했다. /평양 노동신문 뉴스1

길이 22~24m로 추정되는 화성-17형은 바퀴가 22개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이동식 발사 차량에 실려 있다. 1단 엔진을 화성-15형의 1기(노즐 2개)에서 2기(노즐 4개)로 늘리고, 2단 엔진도 신형으로 바꿔 화성-15형보다 무거운 탄두를 더 멀리 날릴 수 있는 것으로 평가돼 왔다.

화성-17형이 이날 고도 6100㎞까지 올라가자 미 본토에 대한 북 ICBM 위협이 새로운 차원에 접어들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종전 화성-15형의 경우도 최대 사거리 1만3000㎞로 미 전역을 타격하는 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화성-17형의 경우 탄두 직경이 크고 길어 탄두 2~3개를 실을 수 있는 다탄두 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위협 요소다. 북한이 워싱턴과 뉴욕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MIRV(다탄두 각개목표설정 재돌입) 탄두까지 개발했는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머지 않은 장래에 확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밀유도탄 투하하는 F-35A - 18일 강원도 필승사격장에서 한국 공군의 F-35A가 정밀유도폭탄 GBU-12를 투하하고 있다. 한국 공군과 미 공군은 이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해 한국 공군 F-35A 4대, 미 공군 F-16 4대를 동원해 연합 훈련을 했다. /합동참모본부

특히 사거리가 길다 보니 미국이 지상 발사 요격미사일들을 배치한 알래스카와 미 서부 캘리포니아를 우회해 타격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사거리 1만5000㎞인 화성-17형의 경우 북극 방향을 향해 발사하지 않고 그 아래쪽 방향으로 쏠 수 있다”며 “알래스카 등에 집중된 미국 미사일방어(MD)망을 회피하려 북한이 개발한 ICBM”이라고 밝혔다. 화성-15형은 최단거리인 북극으로 비행해야 미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극초음속 탄두 장착 사르마트 ICBM(최대 사거리 1만8000km)은 북극이 아닌 남극 상공으로 날아간 뒤 미 요격미사일이 없는 남부 쪽으로 향하는 방식으로 타격한다. 미 요격망의 허를 찌르는 것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지난 3월 24일 발사한 ICBM이 최대 고도 6200㎞, 비행 거리 1080㎞로 이날 ICBM 궤적과 매우 흡사하다는 점에서 군 당국의 평가(화성-15형 개량형)와 달리 화성-17형이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화성-17형의 고각 발사로 미국도 미사일방어망을 더욱 보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알래스카 일대 비행제한구역 6곳을 신설한다는 내용을 지난 7일 고시했다. 북 ICBM 탐지 레이더가 설치된 알래스카 일대의 비행제한구역을 넓히면서 대북 미사일 감시 태세를 강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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