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도 속 광부가 말하는 예술…연극 '광부화가들' 내달 개막

극작가 리 홀 원작…이상우 연출, 문소리·강신일·박원상 출연
문소리 "12년 전 공연 뒤로 문득 생각나던 작품, 깊고 풍성해질 것"

2022 연극 '광부화가들' 연습 장면 공개 [프로스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거친 생김새와 말투의 광부들이 교실에 모인다. 새벽부터 물이 터진 갱도에서 '박박 기다가' 겨우 살아 나왔다며 욕설을 던지는 이들의 모습은 예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광부들이 그림을 배워가는 과정을 통해 삶과 예술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연극 '광부화가들'이 다음 달 1일 서울 두산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국내에선 2010년 초연된 뒤 2013년 재연을 거쳐 이번에 세 번째로 선보인다.

극단 '차이무'의 예술감독을 역임하며 국내 연극계를 대표하는 중견 연출가인 이상우 연출이 2010년 초연부터 번역과 연출을 맡았다.

이상우 연출은 18일 서울 성북구의 한 연습실에서 열린 연습실 공개 행사에서 "10년 만에 다시 꺼내 읽으니 그 전과 예술과 연극에 대해 생각이 달라진 지점이 느껴졌다"며 "예술이 무엇인지에 대해 관객과 전보다 더 쉽게 소통할 수 있게 대본과 연출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광부화가들'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로 유명한 극작가 리 홀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1930년대 영국 동북부 뉴캐슬의 탄광 지대 애싱턴을 배경으로 평생을 좁고 어두운 갱도 안에서 살아온 광부들이 그림을 그리며 화가로 거듭나는 모습을 담았다.

2007년 영국에서 초연했으며 노동과 예술에 대한 고찰, 냉전과 노동당의 형성 등 당시 사회상을 잘 담아내며 이브닝 스탠더드 어워즈 최고연극상, TMA어워즈 올해의 최고 신작상 등을 받았다.

이 연출은 "초연 당시 대본을 처음 보자마자 대단히 괜찮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연극을 하는 사람으로서 예술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계속하게 되는데 이러한 질문에 대해 그간 내린 답을 이번 작품에 녹여내고 싶었다"고 떠올렸다.

이번 공연에는 2010년 초연 당시 함께했던 배우 대부분이 다시 모여 호흡을 맞춘다. 당시 광부들의 그림을 보고 후원하는 귀족 부인 헬렌 역을 맡았던 배우 문소리가 12년 만에 같은 역에 출연한다.

영화, 드라마에서 활약하면서도 꾸준히 연극 '빛의 제국'(2016), '사랑의 끝'(2019) 등으로 무대에 올라온 문소리는 "12년 전에 공연한 뒤 계속 문득 생각나던 작품"이라며 "연극을 좋아해서 배우 일을 시작해 지금까지 오게 된 내가 살면서 던져온 질문들이 이 작품 안에 들어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 드라마와 달리 연극은 재공연을 하면서 한층 더 깊어지고 풍성해진다고 생각한다"며 "언제나 그리워하던 배우들과 다시 함께할 수 있게 돼서 덥석 한다고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작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은 광부 중 한 사람인 올리버 킬번이다. 어릴 때부터 집안의 가장으로 평생을 광부로 살아온 올리버는 그림을 통해 광부이자 노동자, 그리고 예술가로서의 자아를 발견하고 성장한다. 중견 배우 강신일이 2013년에 이어 다시 이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박원상은 같은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강신일은 "예술가나 한 개인이 아닌 광부라는 그룹을 통해 예술이 무엇인가를 얘기하는 점에서 이 작품이 좋게 느껴졌다"며 "올리버가 혼자서가 아니라 광부 동료들과의 관계를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표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작품 공연은 내년 1월 22일까지 이어진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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