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화한 ‘돈의 미소’ 뒤에 살벌한 권력암투...빈 살만과 사우디 [추적자 추기자]

추동훈 2022. 11. 18.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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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적자 추기자 ◆

사우디 왕세자와 기념촬영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이자 제 7대 총리로 30세의 나이에 최연소 국방장관을 지내고 추정재산만 2600조원에 달하는 빈 살만이 3년만에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꼬박 하루 머물면서 40조원의 투자계약 MOU를 맺고 유유히 떠났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한남동 관저의 첫 국빈 방문자로 이름을 남겼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등 20대 그룹 총수 중 8명을 한데 모아 차담회를 가졌습니다. 1박에만 2200만원에 달한다는 롯데호텔 이그제큐티브 스위트룸에 투숙한 빈 살만은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으며 바쁜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국내 기업 총수 만나 대화하는 빈 살만 왕세자 <연합뉴스>
번갯불에 콩구워먹듯 한국을 휩쓸고 지나간 빈 살만과 사우디아라비아. 그의 미소뒤에 숨은 권력암투는 생각보다도 훨씬 무지막지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 국왕은 압둘아지즈 이븐 사우드입니다. 빈 살만의 할아버지죠. 사우디아라비아 내륙중심부인 리야드에서 태어난 그는 이웃왕국 라시드 가에 의해 고향을 빼앗겨 쿠웨이트로 망명을 갔습니다. 이후 칼을 간 끝에 다시 돌아와 라시드 가를 멸망시키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심에 섭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서쪽인 홍해 지역의 히자즈 지역의 헤자즈 왕조를 정복하고 내륙지역을 총칭하는 네지드를 섭렵하며 1932년 사우디아라비아를 건국합니다. 중동국가중 서방과 교류하는 개방정책을 내세운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 석유회사에 석유개발을 허락하며 친미노선을 택합니다. 1945년 그는 미국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과 직접 만나 양국간 동맹을 공고히 하며 중동의 맹주로 자리잡았습니다.

사우디 빈 살만 3년 5개월 만에 방한...한덕수 총리 공항 영접<연합뉴스>
알 사우드는 혼인연합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을 통합했습니다. 22개 부족을 통합하며 22명의 부인을 뒀고 36남 13녀 등 총 49명의 자녀를 뒀습니다. 그리고 그는 유언으로 자신의 아들들이 전부 왕위에 오른 뒤에 손자대에서 왕위에 올라라고 남겼습니다. 이러한 유언이 깨진 것이 바로 빈 살만입니다. 이븐 사우드 사후 실제 2대왕 사우드부터 파이살, 칼리드, 파흐드, 압둘라, 살만까지 6명의 후대왕은 전부 이븐 사우드의 아들입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피튀기는 왕위쟁탈전이 벌어집니다. 3대왕 ‘파이살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는 이븐 사우드의 3남으로 30년간 외무대신으로 활동하며 훌륭한 군주로 명망높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의 조카에게 총으로 암살당하며 운명을 마감했습니다.

대한민국을 다녀온 빈 살만의 아버지는 7대 왕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입니다. 그는 초대 왕의 25번째 아들입니다. 2015년 6대 왕 압둘라가 사망하면서 왕위에 오른 그는 왕위에 오르며 지명한 이복형제 왕세자 무크린을 2015년 4월 폐위시킵니다. 그리고 동복 형제인 나예프의 아들 모하마드 빈나예프 알사우드를 왕세자로 책봉하며 처음으로 손자대 왕위 계승의 서막을 알렸습니다. 이때 왕권계승순위 2위로 책봉된 사람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 빈 살만입니다. 특히 수다이리 왕비 소생들인 수다이리 계파가 왕위 계승권을 장악하며 실세로 떠올랐습니다.

철통보안 속 숙소 도착한 빈 살만<연합뉴스>
아들을 두고 조카를 왕세자에 책봉했던 살만은 역시나 2017년 조카를 폐위하고 아들 빈 살만을 왕태자로 올렸습니다. 진짜 실세 빈 살만이 사우디 왕가의 주인공으로 사실상 등극한 순간입니다. 예측불허의 왕권암투가 이어지는 와중에 빈 살만은 왕위를 지키기 위한 강경책을 고수합니다. 2020년 앞서 왕세자직을 박탈했던 사촌형 무함마드 빈 나예프를 체포했습니다. 정적을 숙청해버린 것이죠. 이후 부정부패가 있는 왕족들을 철저히 조사해 재산을 환수하고 불안의 씨앗을 완전히 제거해버립니다.

2018년 발생했던 사우디아라비아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사건은 이런 공포정치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주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 방문했던 자말 카슈끄지가 총영사관 방문 뒤 살해됐기 때문인데요. 그 배후에 왕실이 있다고 기정사실화됐습니다. 이 사건은 국제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끝에 외부대신의 실각 등 개각을 통해 마무리됐지만 큰 논란이 됐던 사건입니다.

빈 살만은 젊은 나이에 걸맞게 게임을 좋아하고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합니다. 언뜻 보면 평범한 30대 같은 순수한 미소가 눈에 띄지만 왕위를 지키기 위한 살벌한 정치암투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사우디의 미래 도시사업인 네옴시티를 이끌어가고 에너지·바이오·게임 등 신산업 분야 투자를 통해 제2의 중동특수를 주도해가는 리더의 이면에는 살벌한 권력투쟁이 있다는 사실. 우리야 경제적 동반자로서 함께 미소짓지만 사우디아라비아로 돌아간 빈 살만의 마음 한켠엔 항상 긴장감이 가득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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