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잠행 중 고강도 도발… 한·미·일 공조에 ‘강대강’ 응수

김선영 2022. 11. 1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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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틀 미사일 도발 왜
최선희 경고 담화 이어 잇단 무력시위
“대북 확장억제 반발… 행동 보여준 셈”
中, G20서 北 옹호… “자신감” 관측도
金, 이달 ICBM 발사실패… 잠행 길어져
이번 성공으로 다시 공식석상 나설 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 달째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췄지만, 그사이 북한은 한·미·일을 향해 수위와 빈도를 조절한 다양한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중간선거 결과와 미·중 전략경쟁 속 갈등 양상, 우크라이나 전쟁 등 복잡다단한 국제정세 속에서 김 위원장이 막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방편으로 저·고강도 도발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며 재차 고강도 도발에 나선 것은 한·미·일 공조에 ‘강대강’으로 맞서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지가 담긴 행보로 읽힌다.

18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 TV를 통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이 뉴스로 전해지고 있다. 뉴스1
◆북 ICBM 발사, “한·미·일 공조 맞대응 의지 표출”

북한이 보름 만에 ICBM을 재발사한 것은 최선희 외무상이 한·미·일을 향해 내놓은 경고성 담화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최 외무상은 전날 공개 담화를 통해 “미국이 ‘확장억제력 제공 강화’에 집념하면 할수록, 조선반도(한반도)와 지역에서 도발적이며 허세적인 군사적 활동들을 강화하면 할수록 그에 정비례하여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맹렬해질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은 이 담화 후 1시간40분 만에 강원도 원산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미사일 1발을 발사했고, 이날은 ICBM을 쏘며 이틀 연속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ICBM 발사시점이 미국의 중간선거와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그리고 한·미·일의 대북 확장억제 강화를 배격하는 최 외무상 담화 직후이고 연말 결산 총화를 앞두고 있다”며 “이 같은 시점을 고려할 때 (이번 ICBM 발사는) 다목적용 의도”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미·일의 대북 확장억제에 대한 강한 반발과 항의 표시와 함께 ‘강대강’으로 맞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 외무상 담화가 빈말이 아니라는 점을 행동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의미다.

◆국제정세 관망하던 北…긴장수위 최고조 올리나

이날 외교가에서는 최근 아세안 및 G20, 에이펙(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일·중 연쇄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입장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직후에 이번 북한의 대형 도발이 감행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북한이 일련의 정상외교 결과를 지켜본 결과 주요국들이 여전히 단합된 대북 대응을 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이번 대형 도발을 감행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에이펙 6개국 정상 北 규탄 한국을 포함한 6개국 정상급 인사들이 18일(현지시간) 에이펙(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태국 방콕 퀸시리킷 컨벤션센터(QSNCC)에서 북한 ICBM 발사 관련 규탄 발언을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방콕=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4일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첫 대면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선명한 입장차를 드러내며 평행선을 달린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중국의 지지를 확인한 후 도발의 강도를 다시금 높이고 있다”며 “지난주 다자 외교무대가 펼쳐진 8일간 침묵했던 북한이 다자 회담이 끝나자 마자 고강도 도발을 재개한 것은 중국이 사실상 북한 입장을 옹호한 결과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박 교수는 “고비용 도발을 지속하는 것은 북한이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것“이라며 “단기간 집중 도발을 통해 최대치의 긴장을 조성한 후 국면을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정은, ICBM 발사 성공에 모습 드러내나

이날까지 북한 매체의 보도를 종합하면 김 위원장은 지난달 17일 노동당 중앙간부학교를 찾아 강연한 이후 모습을 감췄다. 그 이전에는 한·미의 대북 압박에 반발해 지난 9월25일부터 10월9일까지 보름간 ‘전술핵운용부대’의 실전운용태세를 직접 점검하고 지난달 12일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장거리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지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AP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지난 3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쏜 신형 ICBM ‘화성-17형’이 발사에 실패하면서 잠행이 길어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시 화성-17형은 2단 분리까지는 성공했으나 이후 정상 비행을 하지 못해 동해상에 추락한 것으로 판단됐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3월25일 ICBM 발사에 성공한 다음날 뮤직비디오 형식의 화려한 영상으로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날 쏜 ICBM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권에 넣을 정도의 비행 성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면서 김 위원장이 이를 계기로 다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ICBM 발사가 한·미·일 공조에 반발하는 동시에 지난번 실패를 만회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면서 김 위원장이 직접 발사현장에서 참관하는 모습을 공개해 이 같은 의지를 피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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