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기후활동가들 “우리 요구는 행동인데, 또 말만 하네요”

김윤주 2022. 11. 1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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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7 인터뷰][제27차 기후변화총회]
모로코·멕시코·필리핀 활동가 집담회
15일(현지시각) 이집트 샤름엘셰이크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회의장에서 열린 집담회에서 멕시코 기후활동가 파멜라 엘리자라스 아시토레스(왼쪽부터), 필리핀 기후활동가 버지니아 로린, 모로코 기후활동가 파티마 자흐래 타리브가 발언하고 있다. 샤름엘세이크/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리고 있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의 주요 의제는 기후위기로 인한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다. 그동안 북반구로 대표되는 선진국이 배출한 온실가스로 남반구로 대표되는 개발도상국이 피해를 보았으니 보상해달라는 것이 개발도상국들의 요구다.

개도국은 어떤 피해를 겪었을까? 또 개도국에서 온 활동가들은 이번 당사국총회를 어떻게 평가하고, 어떤 최종 합의를 기대하고 있을까?

지난 15일(현지시각) <한겨레>는 당사국총회 회의장에서 집담회를 열고 모로코의 파티마 자흐래 타리브(20), 멕시코의 파멜라 엘리자라스 아시토레스(25), 필리핀의 버지니아 로린(55)을 만나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들어봤다.

사막 넓어지고 홍수‧가뭄…“기후위기 체감”

이들은 각국에서 이상기후를 겪으며 기후위기를 체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파티마는 모로코가 사막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 마파’(FFF MAPA‧마파는 ‘기후변화에 가장 영향을 받는 사람들과 지역들’이라는 의미) 활동가다.

“모로코는 삼분의 일이 사막인데, 사막 인근 지역이 건조해지면서 사막이 점점 더 커지고 있어요. 그 지역에서 농사를 짓던 사람들은 생계를 위협받죠. 가뭄도 심각해서 사람들이 안전한 식수를 얻지 못하고 있어요.”

가뭄이 언급되자 멕시코에서 온 파멜라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기후를 위한 라티나들’ 등의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올해 멕시코 북쪽 지역은 가뭄이 심각했어요. 산불이 크게 났던 미국 캘리포니아 인근에 있는 지역이죠.”

고대 호수 바닥의 점토 위에 건설된 멕시코시티는 지하 대수층에 물을 뽑아 올린 뒤 해마다 지반이 가라앉고 있다. 물이 부족하고 가뭄에 특히 취약하다.

“멕시코시티에 가면 지반이 침하해서 기울어진 건물들을 볼 수 있어요. 기후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죠.”

파멜라가 사는 멕시코 남쪽 지역은 파멜라는 올해 이례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면서 홍수 피해가 컸고, 허리케인도 겪었다. “폭우가 내려서 산사태, 차 사고가 많이 일어났고, 침수된 주택도 많았어요.”

지난 6일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개막된 제27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총회장 주변의 조형물에서 참석자들이 원을 그려 강강술래를 하고 있다. 사름엘셰이크/EPA 연합뉴스

필리핀은 태풍 피해를 일상적으로 겪는다. 최근 필리핀 남부 지방을 강타한 태풍 ‘날개’로 150여명이 숨졌다.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 필리핀사무소 선임 캠페이너인 버지니아는 “필리핀에는 1년에 20번 정도 태풍이 오는데, 최근 기후변화 영향으로 태풍의 강도가 더 세지고 더 파괴적이다”라며 “이전 태풍에서 회복하기도 전에 또 다른 태풍이 온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태풍에 영향을 받은 농민들을 만났는데, 농작물이 다 휩쓸려가 빌린 돈으로 농사를 지은 이들은 빚만 남았다고 한다.

“어떤 농민들은 학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도 못하고, ‘뚝뚝’(삼륜차) 운전자들도 폭염이나 이상기후 때문에 일을 못 하고 있어요.”

이들은 다른 나라의 피해 사례를 들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공감했다. 또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정부가 기후위기 피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피해가 더 커진다는 데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기후변화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이러한 문제들을 신의 뜻이라고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아요. 어쩔 수 없이 순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파티마)

“정부가 부패해서 기후기금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사람들,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파멜라)

“세계 정상들은 말만…활동가들 통해 희망 얻어”

세 사람이 이번 당사국총회에 대해 내린 평가는 부정적이었다. 파티마는 “회의장에 앉아서 지켜보니, 과연 여기서 뭘 할 수 있나 걱정됐다”고 말했다. “문장 어디다 쉼표를 찍을지 같은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고, 정작 중요한 논의는 진전되지 않고 있어요.”

파멜라도 “세계 전문가들이 기후위기를 비상상황으로 느끼지 않는 것 같아 좌절감이 든다. 행동 없는 말은 필요 없다”고 말했다. 버지니아는 “우리가 정상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행동인데 또 말로 끝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이들은 이번 당사국총회에서 손실과 피해에 대한 재원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북반구(선진국)는 식민지 자원 약탈을 통해 성장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습니다. 그 피해는 남반구 국가(개도국)가 겪고 있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파티마)

“기후재난은 사망자 수 등으로 보이는 물리적 피해뿐 아니라 생물다양성, 문화 등 지역사회의 여러 측면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에 대한 재정적 보상이 필요해요. 그게 기후정의라고 생각해요.”(버지니아)

이들은 세계 정상들이 아닌 전세계 활동가들을 보며 희망을 잃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티마는 “지도자들에겐 희망이 보이지 않고, 오히려 전세계 청년 활동가들에게서 희망을 본다”며 “그들이 나중에 협상 또는 기후위기 문제를 주도하는 지도자로 성장할 테니, 계속 희망을 가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파멜라도 이에 공감했다. “결정을 내리는 이들을 보며 좌절했지만, 청년들과 활동가들을 보며 희망을 가져요. (이집트 당국의 시위 제한으로) 과거보단 마음껏 목소리를 못 냈지만, 멕시코에 돌아가면 여기서 좀 조심했던 목소리를 더 내려고 합니다.”

샤름엘셰이크/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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