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투자 ‘킹달러’ 매력 여전하지만…대안 원한다면 여기에 [WEALTH]

임영신 2022. 11. 18.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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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맞은 자산시장...PB들이 말하는 ‘투자 꿀팁’
[사진 = 연합뉴스]
미국발(發) 물가 서프라이즈로 금융시장이 변곡점을 맞았다. 미국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7.7%를 기록하면서 금융시장을 강타했던 불안심리가 조금씩 걷히는 모양새다. CPI 가 떨어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란 기대감이 퍼지면서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통과하고, 강달러의 위세가 한풀 꺾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증시는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분위기다. 레고랜드 사태로 얼어붙었던 채권시장도 서서히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변곡점에 선 금융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는 위험자산에 도전해도 될까. 여전히 안전자산을 더 늘려야할까.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 프라이빗뱅킹(PB)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 연말 산타랠리 기대감…“2~3년 변동성 버텨야”

대표적인 위험자산은 주식이다. 코스피가 9월말부터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반등한 데 이어 최근 들어 개인들의 ‘사자’가 더해지면서 연말까지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내달 중순 11월 CPI 발표와 미국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비롯한 거시경제 지표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코스피 전망은 엇갈리지만 증권가의 내년 전망치를 보면 하단은 2000~2300, 상단은 2400~2650선이다.

송재원 신한PWM서초센터 팀장은 “비싸지 않은 적정한 선에서 위험자산을 사서 2~3년간 변동성을 버텨내야 수익이 생긴다”며 “투자할 때 불편한 마음을 이겨내야 성공적인 투자 결과가 나온다”고 조언했다. 투자자의 마음이 편할 때에는 위험자산의 가격이 한참 오른 뒤여서 저점 매수 기회를 놓쳤을 확률이 높다. 송 팀장은 “위험자산을 보유한 투자자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신규 투자자는 일정 부분 시작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며 “4050대 투자자라면 주식은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30% 정도가 적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위험자산 비중을 줄일 필요는 없지만 늘리는 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가장 큰 이유는 경기 침체 우려 때문이다. 박영란 하나은행 압구정PB센터 Gold PB부장은 “앞으로 금융시장의 관건은 경기침체의 깊이”라며 “완만한 경기침체(Mild Recession)을 바라지만 깊은 경기침체(Deep Recession)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국내 증시 반등도 경기 침체를 앞둔 베어마켓랠리 일수도 있다”며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하기 보다는 올해 발생한 손실을 줄이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안전자산으로 재조정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수진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부지점장도 기존 위험자산 비중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추천했다. 강 부지점장은 “지난달 27일 기준 S&P500지수와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16.3배와 10.1배로 금융위기 때 장기평균 수준 (각각15.7배·9.9배)을 회복했다”며 “미 연준의 피벗(정책전환)을 확인하면 주식시장이 추가 반등 시도가 예상되지만 추세 전환으로 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 낮은 쿠폰금리 장기채 인기…두자릿수 수익률 기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가 정점에 다가섰다고 보고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채권 투자를 눈여겨볼 만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특히 쿠폰 금리가 낮은 장기 국채에 주목하면 좋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떨어진다. 이에 액면가 밑으로 떨어진 낮은 쿠폰 금리의 채권을 사서 이자 소득세를 줄이고 매매차익을 노리는 전략이다. 현재 채권은 이자수익에 대해 과세를 하지만, 매매차익은 비과세다.

가령 만기 1년에 액면가 1만원, 표면금리 1%의 채권을 9500만원에 매수하면 표면금리 1%는 과세 대상이지만 매매차익 500원은 비과세다. 단순 계산으로 세전 수익률은 연 5% 수준이며, 매매차익의 절세효과를 더하면 연 10%대다.

박 부장은 “미국 10월 CPI가 예상치보다 낮게 발표되면서 장기 국채금리의 고점을 확인했다”며 “2020년~2021년에 연 1%대의 낮은 표면금리로 발행된 장기물 국고채의 경우 금리가 급등하면서 채권가격이 많이 떨어졌고, 잔존만기가 7~8년 정도인 국고채는 8000원대 초중반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성진 KB국민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도 “표면금리는 연1%대로 낮지만 매매차익을 감안하면 두자릿수 수익률을 노려볼 수 있어 투자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

국내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지난달 4.63%로 고점을 기록한 뒤 지난 15일 3.87%로 3% 후반대로 떨어졌다. 30년물도 비슷하다. 채권 수익률이 하락했다는 건 채권 가격이 올랐다는 의미다. 삼성증권은 미국 10월 CPI 발표 후 낸 보고서에서 채권 수익률이 주식보다 우위에 있다고 분석했다.

송 팀장은 “2~3년 만기 은행채나 A이상인 우수한 신용도의 회사채가 연 5~6%대의 표면금리로 발행되고 있다”며 “금리가 어깨까지 올라온 만큼 이런 채권들은 1년 뒤에 효자 노릇을 할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 만기에 맞춰 운영되는 ‘만기 매칭형 채권 상장지수펀드(ETF)’도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 만기 매칭형 ETF는 만기가 같은 채권만 담는다. 만기가 다양한 채권에 투자하는 기존 채권형 ETF와 달리 금리에 따라 채권가격이 변동하더라도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금을 돌려 받을 수 있어서 가격 리스크가 적은 게 장점이다. 정해진 만기까지 채권 이자 수익도 받을 수 있다. 정 부센터장은 “국내 금융지주와 은행이 발행하는 연 5% 후반대 표면금리의 신종자본증권은 자본차익 없이도 웬만한 상가 투자 수익률 못지 않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채권을 찾는 개인 투자자가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이달 15일까지 장외 채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17조6930억원을 순매수했다. 작년 같은 기간 순매수 규모(4조3906억원)보다 4배 늘었다. 회사채 순매수 규모는 7조원으로 압도적으로 크다. 작년(2조2011억원)보다 3.2배 늘었다. 국채의 인기가 눈에 띈다. 올해 국채 순매수 규모는 2조6901억원으로 작년(711억원)보다 약 38배 급증했다.

◆ 은행예금도 연 5% 시대… 돈 가만 놔둬도 이자 쏠쏠

저금리 때 찬밥신세였던 은행 예적금은 고금리 시대를 맞아 인기 재테크 수단으로 부상했다. 목돈을 안전하게 지키면서 이자 수익을 확실하게 챙길 수 있다는 점이 예테크의 최대 매력이다.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5%대로 올랐다. 내년엔 6%대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1억원을 하나은행의 1년 만기 ‘하나의 정기예금’에 넣어두면 세전 500만원의 이자가 붙는다. 매달 41만6000원(세전)의 이자 수익이 발생한다. 국민은행의 ‘KB 스타 정기예금’은 1년 만기 금리가 5.01%다. NH농협은행의 1년 만기 ‘NH올원e예금’도 금리 5%를 준다. 이들 예금 상품은 복잡한 우대 금리 조건이 없다. 가입만 하면 누구나 5% 대 최고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에서는 연 6~7%대 고금리 특판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1인당 원금과 이자를 다 합쳐 5000만원까지만 예금자 보호가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자가 연 6%대라면 원금은 4700만원 정도만 넣어야 안전하다.

◆ 달러 약세에 ‘반짝’…금 값 다시 오를까

‘최후의 안전자산’이라 불리는 금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올해 금은 치솟는 금리와 강달러에 눌려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다. 금 가격은 금리·달러와 반대로 움직이며, 경기 침체 상황에선 오르는 경향이 있다.

금값은 지난 3월 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자 연고점인 2040.10달러를 기록했다. 미 연준의 긴축과 달러 강세로 하락곡선을 그리다가 이달 초 1630.9달러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10월 미국 CPI 발표를 기점으로 1700달러선을 회복했다. 금값이 내년말까지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최근 스위스 글로벌 투자은행인 UBS는 금 가격이 내년 말까지 1900억 달러 이상 갈 수 있다고 예측하는 보고서를 냈다.

금은 시중은행에서 골드뱅킹 통장을 만들거나, 증권사 앱에서 금 상장지수펀드(ETF), 한국거래소 KRX금현물 등을 통해 투자할 수 있다. 다만 금은 시세 예측이 쉽지 않은데다 이자나 배당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단기적으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 위기에 강한 달러 주목…엔화도 담아볼까

원화가 강세일 때 달러를 조금씩 사두는 것도 방법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으로 주식과 채권, 금 등이 모두 무너졌을 때 유일하게 위력을 과시한 안전자산이 달러다. 달러당 원화값은 지난달 1400원대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1310~1320원대로 올랐다.

원화값은 미 CPI 효과와 국내 증시로 외국인 자금 유입, 정부의 외화수급 대책 등에 힘입어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올초 원화값이 1100~1200원에 거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비싸다. 10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큰 위기가 터지지 않는 한 원화값이 1500원선대로 다시 추락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분산투자 측면에서 위기에 강한 달러는 유효하다. 엔화도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엔화 약세로 관리하고 있는 만큼 가격이 급격하게 변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그러나 일본 경체 침체 장기화와 미국 금리 인상으로 엔화 가치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실제로 엔화 가치도 미 CPI 발표 이후 원화값처럼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박 부장은 “포트폴리오의 일정 부분을 장기물 국채, 달러, 엔화 등 안전장치를 갖춰놓고 투자에 임해야 한다”며 “ 향후 경기 둔화 가능성을 고려해 기대수익률은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 부지점장은 “시장이 변곡점에 들어설 때 첫 번째가 리스크 관리이고, 그 다음이 수익률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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