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각도로 쏘면 1만5000㎞ 비행"…北 ICBM, 美 본토 타격권

'화성-17형' 완성 단계 들어선 듯
최고고도 6100㎞·속도 마하 22
1시간여 날아 일본 EEZ 내 낙하
추진체 분리까진 성공했지만
'대기권 재진입 기술' 성공 미확인

< APEC 6개국, 北도발 규탄 >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 두 번째)를 비롯한 6개국 정상 및 정상급 인사들이 18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긴급 회동하고 북한의 ICBM 발사를 규탄했다. 왼쪽부터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한 총리,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뉴스1

북한이 18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괴물 ICBM’으로 불리는 ‘화성-17형’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달 3일 정상 비행에 실패한 화성-17형의 발사를 다시 시도했고, 이번엔 사실상 추진체 단 분리와 탄두부 정상비행 등에 성공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의 도발 이후 군 당국은 스텔스 전투기인 F-35A 등을 동원해 미사일 발사대 타격 훈련을 했다.

 ‘단 분리’ 후 정상비행 성공한 듯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전 10시15분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ICBM 한 발을 포착했다. 합참은 이번 미사일 비행거리가 약 1000㎞, 최고 고도 약 6100㎞, 속도 마하 22(음속 22배)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북한이 쏜 미사일이 오전 11시23분께 홋카이도 오시마오시마(渡島大島) 서쪽 약 200㎞ 거리의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한·일 발표를 종합하면 북한의 ICBM의 비행시간은 68~69분 정도다.

이번 ICBM은 비행거리를 줄이려 고각발사로 진행됐다. 정상 각도(30~45도)로 쐈으면 1만5000㎞ 이상 날아갔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날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번에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비행 궤도를 토대로 계산하면 1만5000㎞를 넘는 사거리가 될 수 있고 이 경우 미국 본토가 사정권에 들어간다”고 평가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정상비행에 한 차례 실패한 화성-17형을 재발사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화성-17형은 미사일 길이만 20m가 넘는 세계 최장 ICBM으로 평가받는다. 이달 초엔 미사일이 2단 분리까지 이뤄졌지만 탄두부는 비정상 비행하며 동해상에 떨어졌다. 반면 이번에는 2단 분리 후 정상비행도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발사 성공’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대기권 재진입의 성공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6000㎞ 이상 고도에서 정점을 찍고 낙하하는 동안에도 계속 (탄두부가) 레이더에 포착된 것 같다”며 “레이더에 계속 포착됐다면 재진입 기술을 어느 정도 갖췄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軍, F-35A 동원 ‘타격 훈련’ 대응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미·일 공조에 ‘강 대 강’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최근 한·미·일 정상의 대북 확장억제력 강화 합의를 비난하면서 “군사적 대응은 더욱 맹렬해질 것이며 그것은 미국과 추종 세력에 보다 엄중하고 현실적이며 불가피한 위협으로 다가설 것”이라고 위협했다.

미국에 대한 압박과 미사일 전력 시험 등 여러 목적을 감안한 카드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얻기 위해 (비핵화를 주장하는) 한국과 미국을 단념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ICBM 발사를 거듭할수록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완전한 핵 능력을 갖추겠다는 의지가 확인된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했다. 합참에 따르면 한·미 군 당국은 이날 오후 F-35A를 동원해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TEL) 타격훈련과 연합 공격편대 비행을 했다. 한국 공군 소속의 F-35A는 강원 필승사격장에서 정밀 유도폭탄(GBU-12)으로 TEL 모의 표적을 정확히 타격했다. F-35A 동원 TEL 타격 훈련을 군이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공군의 F-35A 네 대와 미 공군의 F-16 전투기 네 대가 동해에서 편대로 비행하는 훈련도 진행했다.

김동현/전범진 기자 3code@hankyung.com

▶ 해외투자 '한경 글로벌마켓'과 함께하세요
▶ 한국경제신문과 WSJ, 모바일한경으로 보세요